저물 듯 저물지 않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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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이 더 소설같은, 『저물 듯 저물지 않는』

 

 

『하나, 책과 마주하다』

현실이 더 소설같다는 이야기가 맞을 것이다. 밋밋하게 시간이 흘러간다해도 예기치못한 사건들이 터지는 게 진정한 현실이니깐.
소설 속 주인공인 미노루, 이렇게만 들어도 미노루가 부러울 것이다.
그는 부모가 남겨준 유산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독서에만 열을 올리며 유유자적 사는 쉰 살의 마음만은 소년같은 아저씨이다.
재산 관리도 본인이 하지않기에 딱히 신경 쓸 것도 없을 것 같은 인물이다. 하지만 알고보면 미노루는 굉장히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오타케는 언제나 미노루에게 "너는 존재하는 게 일이지" 하고 말하지만, 미노루 자신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사람, 사람, 사람. 관계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다. 친척들, 재단 관계자들, 지역 지자체 사람들, 조부모님 인맥(정치가들, 미술품 수집가들, 화랑 경영자들, 단가 관련 사람들), 부모님 인맥(양쪽의 친구들. 직업도 다양한), 몇몇 자선 단체, 동산과 부동산 관리자들, 집안 대대로 신세 지고 있는 병원 관계자들, 거기에 미술관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까지. 돈에 관계된 일은 고문 세무사 오타케와 고문 변호사 다나베(아직 30대인 젊은이로, 그에게 맡기기로 했다는 말만 꺼냈는데도 친척들이 결사반대했다)가 거의 전적으로 도맡고 있지만, 그래도 미노루 주위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있다.   -p.31

소설 속 인물들의 특징만 쭉 훑어보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일단 미노루에게는 누나가 있다. 사진작가로 활동중인 약간은 고집스러운 누나인 스즈메는 일본과 독일에서 활동중이다.
또한, 그는 결혼하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그의 애인이였던 나기사와의 사이에서 하토라는 딸을 하나 낳았지만 같이 살지는 않는다.
나기사가 미노루에게 헤어지자고 했을 때 지금의 남편에게 청혼을 받았다.
나기사가 결혼을 했다고해서 하토에게 소홀하지는 않는다. 물질적으로 부족할 것 없이 주는 미노루이다.

미노루가 100% 전적으로 신뢰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오타케이다. 오타케는 미노루와 고등학교 입학식 때 처음 알게 되었다.
미노루는 오타케를 전적으로 신뢰하기에 재산의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
그래서 나기사가 이전에 미노루에게 헤어지자고 했을 때 미노루의 인생을 전적으로 관여하는 오타케가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타케의 결혼생활은 어떨까? 오타케는 아야미라는 여자와 현재 재혼을 했다. 조건이 있었는데 바로 일주일에 나흘은 집에서 일하는 조건이였다.

오타케는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갈 때면 딱히 깨우지않고 조용조용히 들어간다.

미노루가 자신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을 안다. 그의 모든 재산관리를 맡고있지만 요즘 미노루가 달라보이는 건 사실이다.

 

오래 알고 지내는 사이이기는 하지만, 요즘 들어 미노루의 생각을 알 수 없어졌다. 미노루가 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렇게 변하지 않는 사람을 오타케는 달리 알지 못한다. 늘 책만 읽고, 행동 범위가 좁고, 재주도 없고 무력하다. 누구에게든 친절한데, 때로는 아주 냉담해 보인다. 여자에게 소극적이고 (평생 결혼하지 않을 것 같아, 하고 미노루가 털어놓은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정치와 스포츠에도 관심이 없다. 지금도 그 점은 그대로인데, 지난 10년 동안 미노루 주위에는 여자들의 출몰이 잦았다.   -p.22

현실이 더 소설같은 법이다. 미노루와 오타케의 결혼생활도.

별 일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게 세월이다. 그 시간이 참 빠르게도 흘러가는데 막상 현실은 잔잔히 흘러가는 법이 없다.

어제는 새 일기장을 꺼내 6일이나 밀린 일기를 쓰고 작년 일기장을 정리하는데……

'지난 한 해 동안 별 일 없었나'하고 생각해보니 2017년은 나에게 참 롤러코스터같은 한 해였다.

'힘들고 아팠던 한 해였던만큼 2018년은 더 성숙한 한 해가 되겠지'하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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