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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 세운 집 - 기호학으로 스캔한 추억의 한국시 32편
이어령 지음 / arte(아르테)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 언어로 세운 집: 기호학으로 스캔한 추억의 한국시 32편 ♡
『책에서 마주친 한 줄』
엄마야 누나야 _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광야 _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즈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나그네 _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하나, 책과 마주하다』
진달래꽃, 광야, 향수, 청포도, 서시, 자화상, 풀……. 학창시절 누구나 다 배웠을, 외웠을 시들로 모르는 이들이 없을 것이다.
학창시절 배웠던 수학공식들은 까먹었어도 문학시간에 외웠던 시와 사회시간에 외웠던 나라이름과 수도는 선명히 기억난다.
또한 문학작품을 배울 때, 개인적으로 시를 너무 좋아해서 당시 제목만 봐도 글쓴이부터 소재, 주제 등등 줄줄이 읊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평소에도 시는 놓치지 않고 꼭 읽는 편이다.
로맨틱 한시 → http://blog.naver.com/shn2213/220425025776
사랑은 시가 되고 이별은 별이 되는 것 → http://blog.naver.com/shn2213/220468075205
노래로도 입가에 맴돌 정도로 누구나 다 아는 '엄마야 누나야'라는 시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가?
같은 식구를 부르는 것인데 왜 엄마와 누나만 찾을까? 이 말에 남녀를 구별하는 젠더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엄마야 누나야'의 여성공간은 겉으로 드러난 텍스트이고 아빠와 형은 뒤에 숨어있는 텍스트라고 한다.
즉, 젠더 공간을 안에 숨기고 있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한 것 뿐이다.
또한, 이 구절은 여성공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부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엄마와 누나를 부를 때, 다 같이 '야'라는 호격조사가 붙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부를 때는 현존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한 구절에도 깊은 의미가 숨겨진 시인데 정말 나는 그저 맛보기만 봤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시를 읽는 다는 것, 단지 그 뿐이였다. 아니, 그 뿐인 줄 알았다. 시에 대한 줄거리와 느낀 점, 시의 소재, 주제만 안다면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어령 선생님의 『언어로 세운 집』을 보고선 내가 시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에 대해 한 층 더 많은 것을 알게되었고, 요즘은 윤동주 시집을 다시 꺼내서 읽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