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한 언어가 아름답다 - 고종석의 언어학 강의
고종석 지음 / 로고폴리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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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순한 언어가 아름답다: 고종석의 언어학 강의

 

 

 

 

『책에서 마주친 한 줄』

 

소노그래프가 보여주는 서로 다른 소리언어를 '파롤'이라고 하고, 그것이 추상화되어서 머릿속에 담겨 있는 소리언어를 '랑그'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파롤'은 물리적 실체고 '랑그'는 심리적 실체입니다.​

 

개념과 청각영상이 결합해서 언어기호를 만든다!

 

…… 언어는 불연속적이고, 세계는 연속적이기 때문에 언어가 세계를 재현한다고 해도 비슷하게 흉내만 낼 수 있을 뿐이에요.

…… 언어의 불연속성, 언어의 본질적 불구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 불연속성 때문에 연속적 세계를 고스란히 재현할 순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이 쓰는 언어들이 한 언어냐, 아니면 한 언어의 방언이냐 하는 것을 구분하는 언어학적 기준은 의사소통 가능성입니다.

서로 알아들을 수 있느냐의 여부. 보통 이걸 영어로 mutual intelligibiliry, 또는 mutual communicability라고 말합니다.

언어학적으로 언어와 방언을 가르는 기준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입니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언어학은 어려운 학문이다. 알면 알수록 더 심오하게 들어가진다.

언어학과 관련된 책이라고 해봤자 2-3권 정도밖에 못 읽었는데 읽는내내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있어서 힘에 부쳤다.

『불순한 언어가 아름답다』는 집중해서 2시간정도 읽었는데 대학교에서 언어학강의 듣는 기분이 들 정도로 쉽게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언어학에서 항상 중요하게 나오는 주제는 사고가 먼저이냐, 언어가 먼저이냐하는 것인데 책에서 또한 쉽게 서술해주고 있다.​

언어는 단순한 물리적 실체일까?​

​현대 언어학의 초석을 놓은 분인 스위스 언어학자인 페르디낭 드 소쉬르는 언어를 파롤과 랑그로 구분하였다.

소노그래프가 보여주는 서로 다른 소리언어를 '파롤'이라고 하고, 그것이 추상화되어서 머릿속에 담겨 있는 소리언어를 '랑그'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파롤'은 물리적 실체고 '랑그'는 심리적 실체입니다.​

언어를 랑그라고 표현한 이유는 언어는 사고에서 나온 언어이기 때문이다.​

즉, 언어는 그냥 단순한 물리적 실체에 지나치지 않는다. 물리적 실체와 심리적 실체, 이 두 가지가 존재해야 언어가 완성되는 것이다.

 

언어는 연속적일까? 불연속적일까?

우리가 보통 무지개색을 떠올릴 때, 일곱빛깔이 자연스레 연상되며 빨, 주, 노, 초, 파, 남, 보를 떠올리게 된다.

영어권 사람들 또한 앞글자를 따내어 가상의 인물이름인 'Roy G. Biv'를 연상시키며 red, orange, yellow, green, blue, indigo, violet을 떠올린다.​

여기서 한층 더 나아가 무지개는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냐고 묻는다면 다들 '평화', '아름다움', '행복'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실제 무지개가 정말 일곱가지의 색만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않다. 빛의 스펙트럼은 무수히 다양하고 많아서 일곱가지는커녕 그의 몇 십, 몇 백배는 될지도 모른다.

즉, 무지개빛의 색은 무한정이다. 그러나 그 색들에 맞춰 대응시킬 말은 다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은 연속적이지만 언어는 불연속적이라는 명제는 이런 뜻입니다.​

언어가 먼저일까? 사고가 먼저일까?​

언어학자에 가까운 미국의 인류학자인 ​프란츠 보아스, 에드워드 사피어, 벤저민 리 워프가 있다.

프란츠 보아스는 이누이트의 눈은 4개이니 눈을 뜻하는 말 또한 4개라는 상식적인 주장을 내세우며 세계는 언어에 반영되는, 즉, 언어가 세계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사피어는 더 나아가 세계가 언어에 반영되기도 하고, 언어가 세계에 반영되기도 하는, 즉, 서로가 서로를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벤저민 리 워프는 모국어에 따라서, 기대어, 종속되어 생각하고 모국어가 지령하는대로 세계를 분다시킨다고 주장하였다.

즉, 사고나 생각이 언어보다 후자에 있다는 뜻이다. 무조건 언어가 먼저라는 주장을 하였다.

우리가 아는 단어만큼, 그만큼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앞서 무지개빛을 말했듯이 단어를 2개만 쓴다면 그 사람에게는 무지개빛은 2개이고, 단어를 5개만 쓴다면 그 사람에게는 무지개빛이 5개이다.

(이를 언어결정론 또는 언어의 상대성이라고 한다.)

언어가 먼저일까? 사고나 생각이 먼저일까?

나는 생각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언어를 내뱉기 이전에 무조건 생각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건 틀림없기 때문이다.

​미국 인지과학자인 스티븐 핑거 또한 '사고의 언어'를 내세우며, 이는 자연언어들이 선행하며 그 밑에 있는 언어를 메타언어라고 주장했다.

한국어와 제주어(방언)은 같은 것일까?​

제주어와 한국어는 엄연히 다르다. 알아듣기도 어렵다. 제주 방언이라는 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제주 방언이라는 말은 정치가 개입되어 있다.

​즉, 언어와 방언을 가르는 기준은 의사소통 가능성 여부이다. 서로 알아들을 수 있어야한다.

​평소와는 다르게 부제를 내세워놓고 풀어봤다

​철학과 다름없는 언어학 또한 한 주제에 서로 엇갈린 의견을 놓고 팽배하게 주장을 펼친다.

그렇게 심오한 언어학이기에, 막상 들어가면 어려울거라 두려움은 있었지만 부딪혀보면 그렇지도않다.

​오늘은 왠지 자음 19개, 모음 21개로 이루어져 있는, 세계에서 최고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한국어가 다시금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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