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첫 문장 -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세계문학의 명장면
윤성근 지음 / MY(흐름출판)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내가 사랑한 첫 문장 :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세계문학의 명장면

 

 

 

 

 

『책에서 마주친 한 줄』

 

"첫 문장은 신이 내린 선물이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어떤 소설을 읽을 것인지 선택하는 건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첫 문장은 그런 의미에서 소설가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첫 부분을 조금 읽다가 재미가 없을 것 같으면 덮고 다른 책을 집어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런 식으로 탈락된 소설가의 다른 책은 첫 페이지도 펴보기 전에 '당연히 재미가 없겠지. 전에 봤던 것도 그랬잖아'라는 편견 속에 잊히기도 한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면 드디어 세상에 저항해야 할 준비가 된 것이다.

그는 걸프 해류에서 조각배를 타고서 혼자 낚시하는 노인이었고, 고기를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날이 이제 84일이었다.

상당한 재산을 가진 독신 남성에게 틀림없이 아내가 필요할 것이라는 사실은 널리 인정된 진리다. _Jane Austen

『하나, 책과 마주하다』

책 속 첫 문장을 가지고 하나의 책이 탄생했다.

저자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는데 읽은 책과 알고 있는 책만을 판매한다고 한다.

그렇게 책을 사랑하는 저자가 소설 속 '첫 문장'이 어떻게 쓰여졌을까를 상상하면서 탄생하게 된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가 선정한 최고의 첫 문장은 이상의 『날개』였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문학 역사상 가장 멋진 첫 문장이라고 저자는 자부하고 있다.
말을 곱씹어보게된다. 박제가 된 천재? 천재가 박제처럼 되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일까하는 의문을 제기하게끔 만든다.
곧바로 이어지는 문장이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라는 문장을 읽게되면 이건 또 무슨말인지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그럼 아, 박제같은 천재가 연애를 하나보다라고 짐짓 짐작할 수는 있다.
이상의 『날개』는 중학교 때 읽어봐서 줄거리랑 결말이 흐릿해졌지만 이 구절은 어렴풋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다시금 책을 펼쳐봐야겠다.


단순하고 간결한 문체, 책을 읽는 내내 같이 호흡할 수 있게 만드는 헤밍웨이의 작품 중 『노인과 바다』를 참 좋아한다.
"그는 걸프 해류에서 조각배를 타고서 혼자 낚시하는 노인이었고, 고기를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날이 이제 84일이었다."
작품 속에서의 노인은 헤밍웨이 자신을 칭하는 것일까? 난 그렇다고본다.
노인이 자기 배 안에서 고기를 잡기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 그것은 흡사 헤밍웨이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본다.
참 희한한 건 조그마한 멸치 정도는 잡을 수 있었는데 왜 잡지를 못하고 있었을까?


잡지 못한 건 아니였던 것 같다. 아마 노인이 생각하고 있는 상대는 엄청 크고 사나운 물고기였을 것이다.
결국 노인은 남들이 입을 쩍 벌릴만한 물고기를 잡았고, 결국 승리했다. 결국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매우 희망적이었다.
"저놈이 곧장 물 아래로 처박히면 어쩌지? 그건 나도 모르겠군. 이놈이 물 속으로 잠수해 죽어 버린다면? 그것도 모르겠군. 하지만 난 뭔가 할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어."

아이러니한 것은 노인이 고기를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였던 것 같다. 성취감은 이내 사라지고 노인에게는 곧 상실감이 닥쳐온다.
"너무 좋은 일은 오래가지 못하는 구나.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차라리 이게 꿈이었더라면, 저 고기를 낚지 않고 차라리 신문지를 깐 침대 위에

그냥 누워 있었더라면."

그러나 그 상실감을 이겨내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인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 거야."
그렇다. 희망과 용기를 잃지않고 투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목적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자 영화인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소설 속 인물묘사가 정말 감질맛나게 표현되어있다.

오스틴은 베넷 부인을 이렇게 묘사하였다.
"그녀는 이해력이 부족하고 무식하며 시도 때도 없이 기분이 바뀌는 여자였고, 자기 성에 차지 않으면 신경증이 도진 것이라 생각했다. 평생 과업은 딸들을 결혼시키는 것이었고, 사는 낙은 이웃집을 방문해 수다를 떠는 것이었다."

엘리자베스는 고집스러우면서도 합리적인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이렇게 표현하였다.
"바위와 산에 비하면 남자들이 대수인가요? - 감탄보다는 근거가 더 확실해야 하니까요."

오만과 편견, 이 두 단어는 참 복잡하고 오묘한 관계에 위치해 있는 것 같다.

"당신의 태도를 보고 당신이 오만하고 잘난 체하여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무시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게 당신을 못마땅하게 여기게 된 근거가 되었고, 이후에 이어진 여러 사건들이 쌓여서 너무나 확고부동한 혐오감이 만들어졌죠." ……
"허영과 오만은 다른 것이지만 두 말은 종종 비슷한 뜻으로 사용되곤 해. 사람은 허영심이 없어도 오만할 수 있지.
오만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더 연관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연관이 있어."

처음은 언제나 설레고 두근두근거린다.

책을 접하고나서 오랜시간이 흐른 후, 줄거리와 결말이 기억나질 않아도 책 속 구절이 오랫동안 기억 속 뇌리에 박힐 때가 있다.

나에게 책은 첫만남, 첫사랑과 같은 느낌이라 책은 언제나 나에게 항상 새로운 존재이다.

"첫 문장은 신이 내린 선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