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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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세로 가는 길

 

 

 

 

 

『책에서 마주친 한 줄』

 

「활짝 핀 꽃」이라는 시에서 헤세는 이렇게 노래했다.

복숭아나무 한가득 꽃이 흐드러졌지만 그 모두가 다 열매 맺지는 않는다고. 하루에도 수백 번씩 꽃처럼 많은 생각이 피어나지만 피는 대로 그저 두라고.

꽃처럼 제멋대로 피어오르는 생각들을 굳이 분석하여 수익성을 따지지 말고, 생각의 꽃이 피는 대로 그저 내버려두자.

 

누구의 시선에도 영향받지 않는 '혼자 있음'의 시간, 그 땐 발의 시점으로 보는 세상이 가장 진실함을 알기에.

 

조금 부족해도, 조금 엉뚱한 짓을 해도, 언제나 내 숨겨진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결코 두렵지 않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문학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 『데미안』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었고, 대학교에 들어와서 『데미안』을 읽었다.

타이밍이 적절해서였을까? 두 작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이다.

 

정여울 작가의 『헤세로 가는 길』은 마치 작가와 함께 헤세의 흔적을 찾으러 여행 간 기분을 들게한다.

첫 장부터 여행의 시작이다.

칼프 역에서 내려 도시의 중심으로 가기 위해서는 작은 강을 건너야 한다.

나는 이 강이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가 낚시를 하며 행복해하던 그 강이 아닐까 상상해보았다.

그렇게 나는 눈을 감고 상상하게 된다.

햇살이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강에서 한스가 낚시하는 모습을, 행복해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서일까? 대개 한두시간만 주어지면 그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는 게 책인데 나는 이 작품만큼은 천천히 음미하며 읽곤했다.
마음을 울리는 좋은 문장이 나오면 다시 그 전으로 돌아가 다시 읽으며 곱씹었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내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작품속의 언듯 묘사된, 감성적인 문구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 문구들은 나의 상상력을 더 자극하기에.

고개를 푹 숙이고 고민에 빠져 홀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당신을 본다면, 헤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고개를 높이 들어 하늘을 보라고. 눈부신 하늘, 아름드리나무 잎사귀들, 아장아장 걸어가는 강아지들, 떼 지어 노는 아이들, 여인의 머리카락,

그 모든 것을 높치지 말라고. 인생의 아름다움은 그런 자잘한 풍경들에 깃들어 있다고.

 

정여울 작가에게는 헤르만 헤세가 자신의 첫 경험이라고 말한다. 인생의 첫사랑, 방황, 슬픔의 기억과 함께.

앞서 말했듯이, 타이밍이 적절했던 나도 힘든 시기에 헤르만 헤세 작품을 읽게 되었다.

중학교 때 읽고, 고등학교 때 또 읽었던 『수레바퀴 아래서』는 주인공 한스의 이야기이다.

한스에게 기대치가 컸던 가족들은 한스가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하자 한스에게 고개를 돌려버린다.

어렸던 한스는 그렇게 삶의 의욕을 계속해서 상실하게 되고 결국 강물 속으로 몸을 던지게 된다.

분명 나의 운명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고, 내가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 한스는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살았다.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물론, 부모님이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위해서라지만 그것을 잘 수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결말은 좋지않다.

매년 수능이 끝나면 꼭 그런 뉴스가 들려온다. 수능을 보기 전, 수능을 보고나서 몸을 던졌다는 가슴아프고 끔찍한 뉴스가 들려온다.

꼭 그들을 보면 한스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리다.

 

데미안에서 나오는 유명한 이 문구는 몇번이고 곱씹으며 되새김질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나'를 비로소 이겼을 때, 진정한 '나'가 되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나의 자아 또한 같이 성숙해지는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내면성숙은 '나'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반짝거리는 은색의 머리를 가진 어르신이 되었다고 해도, 그 때까지도 내면성숙을 거치지 못하는 이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나를 성숙시키는 것, 그것의 해답은 자신에게 있는 것 같다.

 

이야기로 돌아오면 헤세가 여행했던 수많은 장소가 그의 그림소재가 되곤했는데 만년의 헤세는 농부처럼 부지런히 살았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그림그리기와 정원가꾸기는 마법의 피난처나 다름없다고 말하고있다. 그에게는 아마 그 두가지가 힐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였나보다.

 

나의 스트레스를 힐링시킬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독서? 피아노연주? 영화감상? 여행? 친구들만나기? 꽃꽂이하기? ……

 

헤세에 대해 아는 게 많아지니 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느꼈던 건, 아직 읽어보지 못한 헤세의 작품을 찬찬히 읽어보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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