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멜랑콜리

저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알마

2019-05-13

원제 : Az ellenállás melankóliája (1989년)

소설 > 동유럽소설




세상은 무너진다. 그러나 인간은 그 무너짐 속에서도 다시 노래를 부른다.




■ 끌림의 이유


『저항의 멜랑콜리』는 혼돈과 절망의 시대 속에서 인간이 무너짐에 어떻게 저항하는지를 그린 소설입니다.

저자의 전작인 『사탄탱고』처럼 문장들이 기도문마냥 길고 느리게 전개됩니다.

이러한 느림이 사유의 깊이를 표현하려고 한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질서가 무너지고 불안이 감도는 헝가리의 한 도시가 있습니다.

어느 날, 수십 년간 멈춰 있던 교회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하죠.

그리곤 그 시기에 세상에서 가장 큰 고래를 보여준다는 한 서커스단이 등장하면서 마을은 점차 광기와 혼란으로 휩싸이게 됩니다.

부패한 권력, 대중의 맹목적 열광 그리고 무너지는 공동체를 보여주며 저자는 그 혼돈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기 신념을 지키며 살아남는지를 집요하게 탐구합니다.

그는 멜랑콜리를 단순한 우울이 아닌 세상에 저항하기 위한 정신의 깊이로 해석하죠.

희망을 잃은 자만이 진짜 저항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의 문장은 절망의 끝에서 피어나는 묘한 평온과 의지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 간밤의 단상


조용한 새벽녘, 오랜만에 펼쳐본 책을 덮고 천천히 숨을 골랐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변화는 더디며 불안은 일상처럼 스며 있습니다.

그럼에도 라슬로의 문장은 고요한 심연 속에서 울려 퍼지는 북소리처럼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저항의 멜랑콜리』는 세상이 무너져도 인간이 끝내 무너지지 않는 이유를 묻는 소설입니다.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무력합니다.

그들은 사회의 부패와 몰락을 목격하지만 그 흐름을 막을 힘은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들이 끝까지 바라본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의 혼돈을 직시하고 그것을 견디며 무너짐을 기록하는 그 자체가 이미 저항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서커스단이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 뒤 남겨진 침묵의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모든 것이 끝난 듯 고요했지만, 그 고요는 단순한 정적이 아니었습니다.

그 속에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인간의 내면적 의지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헝가리 소설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특징 하나는 바로 긴 호흡입니다.

처음 접하는 이에게는 느리고 무거운 문장들이 지루함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라슬로의 작품은 어둡고 종말론적 분위기가 강해 더 큰 감정의 진폭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사탄탱고』와 함께 이 작품을 읽을 때는 완주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가볍게 책을 넘기고 싶을 때는 소설 대신 에세이를 찾기도 하지만, 저는 의도적으로 무거운 작품을 골라 사유의 시간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곱씹다 보면 저자가 던진 질문과 답을 조금씩 찾아가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무너질 때, 당신은 무엇으로 버틸 것인가요?

어쩌면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절망 속에서도 다시 말을 잇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그렇게 멜랑콜리 속에서 조용히 저항하며 하루를 견뎌봐요, 우리!



■ 건넴의 대상


불안한 시대 속에서도 내면의 균형을 찾고 싶은 분

인간의 존엄, 저항, 예술의 의미를 다시 묻고 싶은 분

2025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을 읽고 싶은 분




KEYWORD ▶ 저항의 멜랑콜리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 노벨문학상 2025 | 사탄탱고 | 인간의 존엄 | 절망과 희망 | 동유럽문학 | 철학소설

『저항의 멜랑콜리』는 절망의 끝에서도 인간이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는 마지막 몸부림입니다.

그 고요한 저항이야말로,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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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5-10-14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책인데, 벌써 읽으셨네요. 베스트셀러에 여러권이 있었는데 작가 이름이 생소해서 읽은 책이 거의 없었어요. 헝가리 문학도 그만큼 낯선 느낌일 것 같은데, 리뷰 읽으니 소개 한번 더 읽어보고 싶습니다.
하나의책장님,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