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님의 대표 시 「민들레의 영토」, 이 한 줄의 시가 오늘의 나를 붙들었습니다.

오늘은 이해인 수녀님의 「민들레의 영토」를 함께 읽으려 합니다.






민들레의 영토 - 이해인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부터 나의 영토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애처로이 쳐다보는 

인정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하늘에게

피리를 불었지 


태양에 쫓기어 

활활 타다 남은 저녁노을에 

저렇게 긴 강이 흐른다 


노오란 내 가슴이

하얗게 여위기 전

그이는 오실까 


당신의 맑은 눈물

내 땅에 떨어지면

바람에 날려 보낼

기쁨의 꽃씨 


흐려오는

세월의 눈시울에

원색의 아픔을 씹는 

내 조용한 숨소리 


보고 싶은 얼굴이여






■ 해설 및 주제 분석


이 시에서 민들레는 조용하지만 강인한 존재의 상징입니다.

자신의 영토를 화려하게 장식하지 않으면서도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피어나는 생명력, 이해인 수녀님은 이를 통해 신앙, 자존, 인내, 고독을 조용히 읊조립니다.


시인은 외부의 인정이나 동정을 단호히 거절합니다.

그녀에게 진정한 위안은 타인의 위로나 외부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믿음과 조용한 기도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노래하고 눈물이 꽃씨가 되어 날아가는 민들레의 영토는 결국 자기 자신만의 땅이자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 하나의 감상


이 시를 읽고 나면 마음 안에 민들레 한 송이가 천천히 피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세상의 큰 목소리 속에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내는 사람들에게 이 시는 조용한 위로가 됩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나의 삶을 나의 속도로 살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인이 말하는 기도 아닐까요.

시에서 말하는 기다림은 특정한 누군가일 수도, 스스로의 내면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시에, 그 기다림 속에서 자기 자신을 다시 피워내는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이해인 시인의 민들레는 어디에서도 피어날 수 있는 삶의 자세를 말합니다.

자기만의 영토에 기도를 심고 언젠가 바람이 다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이 시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말을 건넵니다.




이 시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이 글을 공유해주세요.

오늘, 당신은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엔 유안진 시인의 「내가 나의 감옥이다」를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존재의 구속과 자유를 통찰하는 시 한 편이 여러분의 일요일에 따뜻한 바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