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 씨는 일요일이 오는 게 싫었다. 일요일엔 단골 카페가 문을 닫기 때문이다. 우체부도 편지를 배달하지 않았고, 거리는 그야말로 쥐죽은듯 고요했다.
그렇게 지루하기만 하던 어느 일요일 오후, 노박 씨는 시립 생쥐 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치즈 박람회에 갔다.
"이건 말이야. 이야기의 시작이야. 이제부터 시작인 거지……."
노박 씨는,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없었다. 말을 한번 걸어볼까? 아냐. 나를 이상한 쥐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내 슬퍼졌다.
끔찍한 월요일이었다.
노박 씨는 콘트라베이스를 켜지 않았다.
카페에도 가지 않았다.
책을 읽지도 않았고 먹지도 않았고 편지도 쓰지 않았다.
노박 씨는 앓고 있었다. 상사병…… 주체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것이다.
"내가 바보였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찾아 헤매느라 발에 물집까지 생겼으니. 제정신이 아니었어. 마음만 빼앗긴 게 아니라 건강까지 빼앗긴 거야."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그녀는 연필을 내려놓고 탁자 위로 스케치북을 건네주었다.
"잘 그리시네요. 정말 멋진걸요."
릴라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둘은 오랫동안 카페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랑 고백, 그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에요. 함께 있어 즐거우면 그뿐이에요. 그렇지 않다면…… 그걸로 끝인 거구요."
집으로 오는 길에 버스에 치이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너무나 혼란스러운 나머지 생각에 잠겨 길을 걷다가 도로 한가운데에 그대로 서버렸던 것이다.
그는 이제 예전의 크기로 돌아왔다.
그는 발을 쾅쾅 구르며 떠나갈 듯 외쳤다.
"나는 나야! 그리고 네 말대로 넌 바로 너지! 넌 소중한 내 마음을 받을 자격이 없어!"
다시 겨울이 왔다. 겨울과 함께 눈도 내렸다.
그때 뭔가 단단한 것이 뒤통수를 때렸다. 목덜미가 차가웠다. 그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어머,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여자 쥐 하나가 놀란 얼굴로 뛰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