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시간이면서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지만 어리석음의 시대이기도 했다. 믿음의 신기원이 도래함과 동시에 불신의 신기원이 열렸다. 빛의 계절이면서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지만 절망의 겨울이기도 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다가도 모든 것을 다 잃은 것 같았다. 다 함께 천국으로 향하다가도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지금도 물론 그런 식이지만, 언론과 정계의 목소리 큰 거물들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그 시대가 극단적으로만 보여지길 원했다.


사람이란 존재 모두가 서로에게 깊은 비밀과 수수께끼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생각해 보면 경이로운 일이다. 깊은 밤 도시 입구에 들어설 때마다, 나는 어둠 속 조밀하게 모여 있는 집들 안에 숨겨진 비밀들을 엄숙히 떠올려 본다.


움직이지 않는 영원한 그 별빛 아래, 학자들이 말하길, 어떤 별은 이 작은 땅과 너무 멀어서, 무엇이든 고통 받거나 죽는 우주의 한 점인 이곳에서 발견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그 별빛 아래, 밤 그림자는 크고 어두웠다.


분수대의 물이 흐르고, 날랜 강물이 흐르고, 하루가 흘러 저녁이 되고, 이 도시 안의 많은 인생도 규칙대로 죽음으로 흐르고 있었다. 시간과 대세는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았고, 쥐들은 어두운 구멍에서 옹기종기 모여 잠이 들고, 저녁 식사에서는 가장무도회가 시작되고, 모든 것이 그렇게 제 갈길대로 흘러갔다.


수많은 밤낮 동안 그들은 모퉁이에 울려오는 발소리를 들었고, 많은 소리가 몰려오는 소리를 들을 때면 가슴이 철렁했다. 그들의 마음속에 그 발소리는 민중의 발소리였고, 붉은 깃발 아래 조국이 위험에 처했음을 선언했으며, 격동하는 민중은 무시무시하고 끈덕진 어떤 주문에 의해 야생 동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옛날이야기 속 선원처럼, 바람과 물결이 그를 자석 바위의 영향이 미치는 곳으로 데려가고 자석 바위가 그를 끌어당기기 시작하니 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의 마음에 떠오르는 모든 것이 그를 더욱더 빠르고 더욱더 강하게 치명적인 그곳으로 이끌고 있었다. 깊은 곳에 내재했던 초조함은 불의가 지배하는 불행한 조국에 대한 것이었고, 그들보다 스스로 낫다고 생각한 그가 그곳에 없어 유혈 사태를 막고 자비와 인류애를 주장할 수 없음에 대한 것이었다. 그 초조함은 반은 그를 억누르고 반은 그를 비난했다.


도시의 함성은 이제 달라졌다. 여전히 나직한 북소리였지만, 그 속에서 들려오는 건 그가 아는 이들의 구슬픈 울음소리였다.


모든 일이 한순간에 일어났다. 연기는 끔찍한 침묵만 남기고, 숨이 끊긴 채 바닥에 널브러진 맹렬한 여인의 영혼처럼 공중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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