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강줄기가 복잡한 미로가 되어 암흑의 땅속 깊은 곳을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현실 또한 우리 내부에서 몇 갈래 길로 나뉘어 나아가는 듯하다.


그렇다. 나는 이 지상에 정지한 쇠공일 뿐이다. 매우 묵직하고 구심적인 쇠공이다. 나의 사념은 그 안에 단단히 갇혀 있다. 겉보기는 볼품없지만 중량만은 충분히 갖추었다. 지나가던 누군가가 힘껏 밀어주지 않으면 어디도 갈 수 없다. 어느쪽으로도 움직일 수 없다.

나는 몇 번이고 나의 그림자를 향해 묻는다. 이제부터 어디로 가면 좋을까. 그러나 그림자는 대꾸해주지 않는다.


도서관에서 일한다.

하지만 어덯게 그 일자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 오랫동안 서적 배본 및 유통을 관리하는 일을 해왔지만 도서관 쪽은 전담 부서가 다로 있어서 거의 접점이 없었다. 그리고 기억하는 한, 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단 시설을 이용해 본 적도 없다.


이렇게 좁은 동네이니 도서관장이 고야스 씨에서 나로 바뀐 얘기는 다들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정보가 퍼지지 않았을 리 없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한, 이렇게 들고 나는 사람이 적은 작은 마을의 주민들이 도시에서 온 외부인에게 호기심을 품지 않을 리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 그럴사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하긴 지금 당장 현실적으로 불편한 것도 아니다. 고야스씨와 소에다 씨의 도움을 받아 나는 순조롭게 업무 요령을 익혀가고 있다. 그러니 '뭐 어때, 곧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겠지'라고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고야스 씨 말마따나 모든 것이 차차 선명해질 것이다. 때가 되면 동이 트고, 이윽고 햇살이 창으로 흘러드는 것처럼.


나는 손을 뻗어 옆에 있는 너의 손에 닿는다. 그리고 그 손을 잡는다. 너도 내 손을 잡는다. 우리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

나의 젊은 심장이 가슴속에서 메마른 소리를 낸다. 나의 기억이 선명한 예각을 지닌 쐐기가 되고, 나무망치가 그것을 올바른 틈생에 정확히 박아넣는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린다. 어느새 내 그림자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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