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에게 그 도시를 알려주었다.


진짜 너는 높은 벽에 둘러싸인 도시 안에 있다. 그곳에는 냇버들이 늘어진 아름다운 모래톱이 있고, 몇 군데 야트막한 언덕이 있고, 외뿔 달린 과묵한 짐승들이 곳곳에 있다. 사람들은 오래된 공통주택에 살면서 간소하지만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한다. 짐승들은 도시에 자라는 나무 잎사귀와 열매를 즐겨 먹지만, 눈이 쌓이는 긴 겨울 동안 많은 개체가 추위와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는다.

그 도시에 가고 싶다고, 나는 얼마나 간절히 바랐던가. 그곳에서 진짜 너를 만나고 싶다고.


짐승들은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독자적인 사이클과 질서 속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은 규칙적으로 반복되고, 질서는 그들 자신의 피와 맞바꾸어 주어진다. 격렬한 일주일이 지나고 보드라운 4월의 비가 핏물을 씻어낼 무렵, 짐승들은 다시 원래대로 정밀하고 온화한 존재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 광경을 내가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다. 너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우리는 둘만의 교제를 시작한다.

우리는 연인 사이였을까? 간단하게 그런 이름을 붙여도 될까? 나는 알 수 없다. 어쨌거나 나와 너는 적어도 그 시기, 일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서로의 마음을 티 없이 순수하게 한데 맺고 있었다. 이윽고 둘만의 특별한 비밀 세계를 만들어내고 함께 나누게 되었다-높은 벽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도시를.


나는 감탄해서 그림자를 보았다. "머리를 쓸 줄 아는구나."

"그거 알아요? 이 도시는 완전하지 않아요. 벽 역시 완전하지 않고요. 완전한 것 따위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아요. 어떤 것에나 반드시 약점이 있고, 이 도시의 약점 중 하나는 저 짐승들이에요. 그들을 아침저녁으로 출입시킴으로써 도시는 균형을 유지하죠. 우리는 방금 그 밸런스를 무너뜨린 겁니다."


소리 없는 어둠이 방을 감싸기 시작할 때, 나는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코트 깃을 세운 뒤 강변길을 걸어 도서관으로 향했다.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지만 우산은 쓰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는 가야 할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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