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안의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15가지 약의 결정적 순간
키스 베로니즈 지음, 김숲 옮김, 정재훈 감수 / 동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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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마치고 약국으로 가 처방전을 내고 앉아있으면 눈으로 약국 구경을 하게 된다.

처방된 약을 설명해 주는 약사 두 명, 블라인드로 가려진 뒤쪽에서 처방된 약을 조제하는 약사 서너 명.

저마다 처방받은 약이 제각각이니 가려진 블라인드 너머에는 수십, 수백 가지의 약이 즐비해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약들이 결국은 누군가에 의해 개발된 것인데 그 과정에서 수많은 노력과 실패가 있었을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어떤 성공과 실패를 다뤘는지, 개발된 약들이 오늘날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지금 떠나보자!


저자, 키스 베로니즈는 미국 앨라배마대학교에서 화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학원 재학 중에 미국화학학회의 최우수 화학 대학원생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커 미디어(Gawker Media)의 과학 웹진 아이오나인(io9)에서 우리가 몰랐던 흥미로운 과학사와 SF 비평을 연재하며 대중과 소통해오고 있다.

금속, 무기, 자원을 둘러싼 국제 관계의 움직임에 관심이 많으며, 페니실린, 아스피린, 보톡스, 미녹시딜 등 놀라운 약의 발견 과정과 숨은 역사를 정리한 《약국 안의 세계사》를 출간해 “세계사를 뒤흔든 약의 역사를 담은 최고의 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외에 지은 책으로 《교양으로 읽는 희토류 이야기》 등이 있다.




Ⅰ 인류를 구한 곰팡이


페니실린은 최초의 항생제로 세균에 의한 감염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연쇄구균, 임균, 수막염균 등에 작용하여 편도염, 수막염, 임질, 중이염 등을 치료한다.


20세기 기적이라 불리우는 페니실린!

박테리아 감염으로 고통받을 때 우리 곁을 지켜주는 절친이라 할 수 있겠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렸다해도 과언이 아닌 페니실린!

2차 세계대전 중 박테리아 감염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연구진의 리더인 알렉산더 플레밍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농부의 집안에 태어나 정규교육 과정을 마친 후 해운회사 사무소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그러다 플레밍의 삼촌이 세상을 뜨면서 자신의 재산을 플레밍에게 상속하게 되는데, 상속된 재산 덕에 플레밍에게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그 기회 덕에 플레밍은 런던대학교의 세인트메리 의과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대학 졸업하는 시기에 플레밍은 사격술에 빠져 있었는데 사격 팀장은 혹여나 플레밍이 본격적으로 의학 연구를 하게 되면 사격을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세인트메리 의과대학 연구원이었던 알모스 라이트 경을 소개해주게 된다.

세인트메리 의과대학에서 생산적인 일을 하게 되면 사격팀에도 계속 나와 우승에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사격팀장의 예측은 옳았다.

플레밍과 라이트 경은 커리어 대부분을 함께 연구하며 쌓았는데 1914년 성과를 인정받아 플레밍이 교수로 임명된다.

그러다 제1차 세계대전 플레밍은 왕립육군의료단에 징용되는데, 전쟁 속에서 군인들이 적이 아닌 감염된 상처와 싸우는 모습을 두눈으로 목격하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병사들은 플라빈을 소독제로 사용했었다.

플라빈은 식물 조직에 분포하는 황색소로 염료 및 방부제, 구충제로 쓰였는데 플레밍은 플라빈 후유증을 목격했던 것이었다.

당시 플라빈은 완벽한 소독제였는데 플레밍은 일련의 실험을 통해 플라빈이 백혈구와 격렬히 반응한다는 것을 결과로 보여주었다.

자세하게 말하자면, 백혈구는 신체 면역 체계에 있어서 중요한 세포인데 플라빈은 박테리아 성장을 멈추게 하는 동시에 백혈구도 죽였던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플레밍은 세인트메리 의과대학으로 돌아와 감염성 박테리아에 대해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이후 플레밍은 <조직과 분비물에서 발견한 놀라운 용균성 요소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출판했는데 이 논문을 통해 라이소자임을 발견하였고 이는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이어지게 된다.

플레밍이 포도상구균의 세균주를 여러 한천배지에 배양하고 공기가 잘 통하는 테이블 위에 올려둔 후 휴가를 떠났었다.

그렇게 휴가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배지에 이상한 곰팡이가 핀 것을 확인하게 된다.

곰팡이 근처에는 화농균이 없는데 곰팡이에서 멀리 떨어진 배지 가장자리를 따라 남아 있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플레밍은 곧장 화농균을 죽인 곰팡이의 정체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1929년 <페니실리움 배양배지의 살균행동과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 사이의 특별한 관계>에서 오늘날 약학계에 큰 획을 그은 페니실린의 발견을 기록하게 된다.

플레밍은 페니실리움 곰팡이가 분비하는 물질 농도를 낮추는 실험을 꼼꼼히 진행해 증명하였고 곰팡이가 분비하는 물질을 800배로 농도를 낮춰도 여전히 향균성을 띤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 물질의 이름을 페니실린이라 명명하게 된다.

1945년, 플레밍은 노벨상 수상 연설문에서 페니실린 이름에 대해 간결히 설명하게 된다.

대개 이름 혹은 자신을 의미하는 이름을 붙이곤 하지만 플레밍은 페니실린이 만들어진 곳의 이름을 땄다고 한다.

"내 유일한 장점은 관찰을 간과하지 않고 미생물학자로서 주제를 밀고 나갔다는 것이다."

어떤 역사학자들은 화농균이 자리 잡기 전에 열어진 창문을 통해 실험실까지 오지 않았느냐고도 말한다.

물론 이는 불가능하지만 플레밍의 실험실에 페니실리움 포자가 바람을 타고 들어왔을 수 있다.

바로 아래층에서 알레르기와 곰팡이 사이의 상관관계를 해독하려 했던 투슈 박사의 실험실에서 말이다.

물론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의 1929년 논문은 호평받지 못했다.

또한 페니실린 분리 기술이 없어 연구를 더이상 진행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플레밍은 곰팡이 샘플을 끊임없이 나눠주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플레밍이 물론 페니실린을 분리하진 못했지만 1930년 플레밍의 제자인 세실 조지 페인이 플레밍에게서 받은 곰팡이 배지를 사용해 처음으로 페니실린을 치료제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Ⅱ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약


아스피린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의 일종이다. 통증과 열을 완화해주는 진통제, 해열제로 쓰고, 항혈전 효과도 가지고 있다.


아세틸살리실산이 바로 아스피린이다.

20세기 초, 프란츠 카프카는 존재의 고통을 완화해주는 물건 중 하나로 아스피린을 꼽았다.

전세계적으로 흔하게 쓰이는 아스피린은! 수십 년이 지나 버드나무 껍질을 재발견하며 심장마비 심지어 암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많은 이들의 삶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버드나무 껍질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축 늘어지는 가지와 좁은 피침형 이파리가 달린 거대한 나무가 바로 버드나무다.

버드나무의 겁질에는 세상을 바꾼 화합물이 숨어 있다.

수메르 사람들은 고통과 염증을 완화하기 위해,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통증을 완화하고 열을 떨어뜨리기 위해, 고대 중국인들은 류머티즘 통증을 완화하고 갑상선종을 치유하기 위해 버드나무를 이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인류는 수십 년 넘게 버드나무 껍질을 사용해왔으며 심지어 로마 군은 출정하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버드나무 껍질을 가져갔다고 전해진다.

이렇듯 버드나무에 치유 능력이 있는 이유는 바로 나무껍질에 고농도의 살리실산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허나 자연환경에서는 버드나무에만 살리실산이 들어 있지 않다. 메도우스위트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북미조팝나무 등 다양한 관목에도 낮은 농도로 들어 있는데 식물의 방어 메커니즘의 일부로 작동한다.

역사 기록을 살펴봐도 독특한 곳에서 살리실산을 얻은 경우도 확인할 수 있다.

살리실산은 버드나무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른 식물에도 있다.

왜일까? 살리실산은 바로 식물의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식물은 병원균과 싸울 때 살리실산 유도체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를 보호한다.

만약 나무에 바이러스가 주입되면 살리실산이 살리실산메틸로 전환되는데 이후 살리실산메틸이 공기중으로 퍼져 주변 나무에 방어 모드를 시작하라는 신호를 전달하게 된다. 그러면 전달받은 나무는 보호 메커니즘과 질병 저항성을 기록한 유전자를 가동시키는 것이다.


앞으로 좀 더 건너뛰어 아스피린의 탄생을 살펴보자.

1863년 8월, 염색약 판매원이었던 프리드리히 바이어와 염료를 만들었던 요한 프리드리히 베스코트는 다국적 거대 제약회사인 바이엘을 설립하게 된다.

합성염료 만드는 특화된 염료회사로 화학 무역에서나 중요하지 공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바이어는 제약시장으로 눈을 돌려 발명한 약을 구매해 판매비용을 부담한 뒤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이어는 자신들의 실험실에서 약물을 디자인했고 다른 연구자의 가치 있는 노력을 매수했다.

임질 치료제로 쓰이는 프로타골 개발자인 아르투르 아이헨그륀도 이에 속했는데, 아이휀그륀이 들어오면서 바이엘은 복통을 일으키지 않는 살리실산 유도체를 찾는 데 힘썼다.

아이휀그린과 함께 연구했던 펠릭스 호프만이 아세틸살리실산을 성공적으로 재발견했고 1897년 8월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화합물을 합성할 수 있게 되었다.

호프만은 자신의 아버지 병세를 호전시키기 위해 살리실산 유도체를 찾는 데 관심이 많았다고 덧붙였는데 이후 헤로인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디아세틸모르핀도 합성하게 된다.

당시 바이엘 약리부 책임자는 심장에 해로울 수 있다는 이유로 아세틸살리실산을 임상 실험에서 제외시켰는데 의사 펠릭스 굿맨과 아이헨그륀은 아세틸살리실산이 빠르게 통증과 열을 없애주면서도 심장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바이엘의 선임연구원인 칼 뒤스베르그는 아이헨그륀의 결과 입증을 위해 더 많은 실험을 요구했고 공식적으로 놀라운 약물을 손에 쥐게 된다.

아세틸살리실산은 살리실산과 구분하기 위해 탄생한 것인데, '아스피린'이란 약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붙은 이름이다.

아세틸을 뜻하는 a, 라틴어로 조탑나무를 뜻하는 spir, 큰 의미는 없지만 당시 약물 지을 때 통용되었던 끝에 붙인 단어 in까지 조합해 이름을 짓게 된다.

아이휀그륀이 아스피린이란 이름을 선택하는 데 최종결정권이 있다는 증거는 1899년 1월 메모에 남아 있다.

[유스피린보다 아스피린이 더 낫다. -호프만, 뒤스베르그, 드레저]




3년 이상 전세계를 덮쳤던 코로나 19 팬데믹.

당시 코로나 백신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었다.

코로나가 터졌을 때 전세계적으로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다보니 자연스레 백신이 어떻게 개발된 것인지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오래 기간 임상을 거친 것도 아니고 백신이 빨리 개발되다 보니 안전성에도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요즘 특정 소재를 다룬 역사 시리즈애 푹 빠져 한 권 한권씩 도장깨기 중인데, 마침 소재가 '약'이라 바로 읽게 되었다.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약의 가짓수만 해도 엄청나다.

그 약이 개발되기까지 수많은 노력과 실패가 있었으니 그 노고는 차마 헤아릴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약부터 어디선가 들어봤던 약까지!

대표적인 약 15가지를 추려 탄생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던 『약국 안의 세계사』, 흥미진진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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