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는 CEO - 일상에 행복을 입히는 브랜드 리슬의 성장 철학
황이슬 지음 / 가디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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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아무도 찾지 않던 작은 한복 브랜드에서 데일리 패션을 주도하는 트렌드 리더가 된 모던 한복의 창시자, 황이슬 대표.

『한복 입는 CEO』는 그녀가 수백 번, 수천 번 도전하면서 겪었던 경험과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철학과 지혜를 담은 책이다.

전주의 이불집 한 켠에서 시작해 밀라노 패션쇼에 오르기까지, 그녀만의 브랜딩 철학과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저자, 황이슬은 본인 이름을 딴 모던한복 브랜드 ‘리슬’의 대표이자 디자이너다.

한복계의 아이돌이라 불리며 잔잔하던 한복 시장에 돌을 던진 독보적인 인물이다. 한복과 k-pop을 사랑하는 덕후로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 자체를 즐기며 창작자들의 롤모델로 손꼽힌다.

2006년, 스무 살 황이슬은 전주에서 ‘손짱’이라는 한복점을 겁 없이 창업한 뒤 17년간 넘어지고 깨지며 작은 브랜드가 살아남는 법을 체득했다. 결혼식 예복으로 인식되던 한복을 힙한 길거리 패션으로 재탄생시킨 것은 물론 k-pop 아티스트의 무대의상으로 만들어 한류의 중심이 되었다. 2022년, 밀라노 패션위크 런웨이로 데뷔하며 한복을 패션 장르 반열에 올렸다. 삼성, 이랜드, 아모레퍼시픽 등 여러 분야 기업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한복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으며 한복 산업화와 문화확산을 일으킨 공로로 국무총리 및 문체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Ⅰ 틀 깨기 정신


몰입을 통해 떠오른 창의적인 생각들을 용기 있게 실험하고 시도하는 단계이다. 소재를 바꾸거나 작업방식을 바꾸거나 다른 장르와의 결합하며 나만의 세계관과 철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어머, 옷차림이 굉장히 특이하시네요."

"뭐 하시는 분인가요?"

저자가 길을 나설 때마다 꼭 한 번 듣는 질문이라고 한다.

과감한 염색 머리, 저고리와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가 그녀만의 ootd라 할 수 있겠다.


한복 디자이너인 저자는 1년 중 360일은 한복을 입고 다닐 정도로 한복 마니아인데, 실제 한복을 실컷 입기 위해서 이 직업을 선택했다고 한다.

전북대 산림자원학과에 입학했던 저자는 나무 이름과 특징을 배우며 무료한 대학 생활을 보냈었는데, 그런 그녀에게 뜬금없이 한복이 찾아오게 된다.

만화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그녀는 대학 축제 때 코스튬 플레이를 하게 되었고, 한창 핫했던 「궁」 한복을 입기로 한 것이었다.

당시 「궁」에서 나온 한복은 미니스커트 한복, 배꼽티를 연상케하는 한복, 저고리를 생략하고 치마를 응용한 드레스 한복 등 대부분 정통 한복이 아닌 퓨전 한복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터였다.

어깨너머로 미싱을 보고 배운 19년 경력의 이불집 딸내미였으니 한복 천만 구하면 딱이었다.

저자는 아버지에게 부탁해 한복 천을 구할 수 있었고 어깨가 봉긋 올라온 퍼프 소매가 달린 분홍색 저고리와 짤막한 빨간 치마를 만들기에 이른다.

그렇게 완성한 한복을 입게 되었지만 혹여나 혹평이라도 받을까 괜스레 움츠렸지만 마주한 반응은 정반대였다.

모두들 예쁘고 잘 어울린다고 입을 모아 칭찬해 주신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화의 의미가 깃들여서도 좋았지만 아름다운 색감과 특유의 볼륨감이 더 황홀케했다.

한복이 그녀의 삶이 된 결정적 계기는 한복 판매로부터 시작된다.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 한복을 만들고 직접 판매까지 했는데, 구매자들 모두가 만족했던 것이었다.

'아예, 판을 제대로 깔아야겠어. 온라인 판매를 하려면 사업자를 내면 되나?'

도서관을 찾아 창업서 몇 권을 읽고 당장 온라인 판매 사업자 등록부터 한 저자, 한복에 대한 불꽃같은 사랑이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저자의 첫 브랜드 '손짱'이었다.


이때만 해도 몰랐다. 재미로 시작한 쇼핑몰이 내 인생이 될 줄이야. 산림자원학과 학생이 17년 뒤 세계에서 주목받는 한복 디자이너가 될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사업을 하다 보면 갑작스레 도약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을 저자 또한 맞이하게 된다.

'손짱'이 아닌 '리슬'이라는 이름으로 런칭하게 된 것이다.

단순히 호칭을 바꾼 것뿐만 아니라 결혼식, 돌잔치와 같은 예식을 위한 옷에서 티셔츠, 청바지 등 일상복과 같은 형태의 옷으로의 전환을 선포하는 의미 또한 담겨져 있었다.

한복이 패션으로 개념을 바꾼 새로운 카테고리의 등장이었다.

기존에 있던 생활 한복을 입는 연령대는 50대 이상의 시니어층이었지만 저자의 타겟층은 2030 세대였다.

또한 특정 직업 및 사상이나 종교 등을 연상시키지 않게 그 편견을 무너뜨려야만 했다.

즉, 한복이 패션이 되기 위해서는 이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틀을 완벽하게 깨뜨려야만 했다.


리슬이 탄생한 결정적 동기는 '한복 입기 100번 프로젝트'이다.

한복 입기 100번 프로젝트는 1년 중 100일을 한복을 입고 생활한 일상을 찍어 블로그에 공유하는 활동이다.

생각보다 호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나름의 눈치나 불편함은 존재했다.

처음에는 디자인을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지만 이내 소재, 세탁법, 착용 방식 등 생활 환경에 어울리게 바꿔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복을 활성화시키자는 마음으로 가만히 앉아 있었으면 이런 답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한복 입기 100번 프로젝트는 저자에게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되었던 것이다.


경험의 너비가 이해의 너비가 되기 때문이다.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아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Ⅱ 열심히 잘 정신


열심히만 해선 안 된다. 잘해야 한다. 꿈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수익, 생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틀 깨기 정신으로 차별화된 상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다음 단계는 비즈니스적으로 사고를 바꿀 때다.


방탄소년단, 마마무, 청하 등 K-pop 아티스트 의상을 제작하면서 리슬의 인지도 또한 자연스레 상승하게 된다.

저자는 영화, 뮤지컬 등 수많은 분야가 있지만 K-pop이야말로 리슬과 찰떡으로 어울리는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녀가 만들었던 한복을 입은 아티스트 중 누가 그녀의 기억에 깊게 남았을까?

바로 비비지의 그래미를 위한 한복이라고 한다.

비비지는 여자친구 멤버인 신비, 은하, 엄지로 구성된 K-pop 그룹인데, 그래미 글로벌 스핀에 출연하게 되면서 소속사 담당자가 의상을 부탁하고자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그래미에서는 시상식 외에 그래미 오리지널 시리즈라고 해서 전 세계 대중음악을 알리는 일을 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음악과 아티스트들을 영상클립으로 만들어 올린다.

이 오리지널 시리즈에 비비지가 올라가게 되었고 그 무대의상을 만들어 달라고 연락한 것이었다.


"그래미 글로벌 스핀, 여기에 소개된 한국 가수가 많나요?"

"국내 걸그룹으로는 비비지가 최초예요. … 그래미 글로벌 스핀이다 보니 어느 나라 출신이라고 소개가 올라가거든요. 전 세계가 보는 콘텐츠기도 해서 한국적인 느낌을 냈으면 해요. 그래서 무대의상으로 한복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미에서도 한국적인 콘셉트가 담기면 더욱 좋다고 했고요."

"그래미에 한국의 K-pop을 소개하다니, 너무 멋진데요. 게다가 한복도 알릴 수 있으니 저에겐 너무 좋은 기회죠!"

"디자이너님,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네, 뭐죠?"

"시간이 다음 주 토요일까지예요. 하실 수 있을까요?"


5일 남짓한 시간으로 각기 다른 세 벌의 한복 디자인부터 스타일링 소품까지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절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팬들이 만든 교차편집 무대를 보며 곡의 분위기와 컨셉을 빠르게 파악하며 포인트 안무까지 숙지하기에 이르렀고 그녀는 멤버들의 상징색인 파랑, 보라, 빨강을 살려 한복을 만들게 된다.

그렇게 피땀 흘려 만든 의상을 멤버들이 성공적으로 입게 되었다.

특히 외국에서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K-pop을 통해 한복의 멋을 새삼 알리게 되었다는 뿌듯함을 느낀 저자는 그간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고 다시금 느끼게 된다.


한복과 K-pop의 결합은 한복을 전 세계에 알리는 효과적인 일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K-문화에 기여했다는 보람까지 얻을 수 있으니 어려워도 계속 놓고 싶지 않은 주제다.




Ⅲ 찐 정신


찐 정신이란, 누가 봐도 저 사람 진심이구나 느껴질 정도의 깊은 애정을 쏟아 일하는 태도를 말한다.

내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이다. 사랑하면 몰입하게 되고 몰입하면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초창기 손짱의 매출을 올려주는 것은 해외 유학생들이었다고 한다.

해외에 수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한 고객으로부터 받은 우연한 요청에 발견한 신시장이었다.

작은 것이라도 요청 사항이 들어오면 어떻게든 시도해보기 위해 노력하는 저자는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둔다.

어느 날, 한 고객이 저자에게 해외결제를 할 수 없냐는 질문을 한다.

이전에도 두어번 같은 질문이 받았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외국인들이 편하게 주문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 그녀였다.

방법을 찾던 중 현지 유학생에게 해외결제 방식에 대해 물었고 드디어 그녀는 페이팔 결제법에 대해 알게된다.

도움을 받아 페이팔 가입과 결제에 성공하면서, 처음으로 해외에 한복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처음이 어려웠을 뿐 두 번, 세 번은 너무 쉬웠다.

그렇게 엉켰던 매듭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해외 주문은 대부분 프롬 파티용 드레스였다.

한인 유학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손짱의 한복 드레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다양한 나라의 유학생들이 단 한 번의 프롬 파티를 위해 한복 드레스를 찾기 시작했다.

"여러 국가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자연스럽게 너는 어디에서 왔어, 하면서 한국의 문화를 나누게 되더라고요. 가장 소중한 졸업 파티 때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리고 싶기도 하고 한국 문화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손짱의 한복 드레스가 딱이었어요."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이러한 말을 전하니 저자로서는 감개무량할 따름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복이 서양에서는 본 적 없는 새로운 드레스로 입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험한 뒤 '한복은 한국에서만 입는 옷'이라는 생각에 갇혔던 나 자신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리슬은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의도하고 런칭한 브랜드였기에, 마치 밀라노 패션쇼는 언젠가 꼭 설 수 있는 수순이 아니었나 싶다.

저자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글로벌 쇼핑몰을 개설하였고 두번째로는 패션 페어에 참가하게 된다.

첫 페어에서는 숙소와 비행기값도 못 건질 정도로 암담했지만 6개월 뒤 다음 시즌에 도전한 페어에서는 정식 계약을 따게 된다.

회사 내부적으로 고비용, 저성과 행사에 지속투자하는 현실이 힘들어 이 페어를 끝으로 해외 페어는 멈추었지만 그녀는 배울 수 있었기에 성과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해외 페어에서의 경험은 먼저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브랜드와의 수준 차이를 보며 얼마나 오만했던 것인지를 느끼며 겸손함을 배우게 되었고 좁은 시야를 넓혀준 계기가 되었다.


한복을 패션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눈으로 봤을 때 멋진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상품으로서 상품성을 갖출 수 있도록 시장 분석, 상품 기획, 마케팅 등을 촘촘히 짜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높은 세계 시장의 벽은 나에게 실력만이 살아남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한국인도 안 입는 한복을 해외에서 누가 입겠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반응이 이러했을뿐더러, 해외에서 한복을 코리안 기모노로 잘못 표시할 정도로 인지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결국 이루었다.

매 순간의 실패를 값진 경험으로 생각하며 다시 도전했기 때문이다.


대학교 때 만들었던 한복을 시작으로 밀라노 패션쇼에 오르기까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복디자이너가 되고 싶을 정도로 한복을 사랑했었기에, 더더욱 궁금했던 책이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책을 읽고선 가야금을 연주하는데 홈웨어 드레스가 한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리슬 홈페이지에 들어가 구경해봐야겠다...♥


오, 한복한 인생 - 리슬 https://www.lees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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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14 1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밀라노 패션쇼 무대에서도 한복이
k 팝처럼 한복도 ^^

하나의책장 2022-12-16 23:54   좋아요 0 | URL
책 읽으면서 알았는데, 한국인 유학생들이 프롬 파티에 한복을 입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