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든 당신 꽃을 피워 봐요 -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재발견생활 지음 / 훨훨나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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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많아도, 시 한 편을 쓰로 일러스트 한 편 내는 작가는 많지 않다.

시 한 편에 위로와 공감을 받고, 시의 감성이 고스란히 녹아든 일러스트를 보고 있으면 따스함마저 느껴진다.

지치고 힘든 하루, 따스한 시 한편 어떠세요?


저자, 재발견생활은 네이버 블로그 아이디로 시와 손글씨 일러스트를 싣고 있는 블로거이다.

국문학 전공자이면서 카피라이터, 전업주부, 디자이너로 젊은 날을 보낸 그녀는 바쁜 생활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시선으로 재발견하여 시와 손글씨 일러스트로 표현하고 있다.

재발견생활 네이버블로그 https://blog.naver.com/saengde




【누가 뭐라든 당신 꽃을 피워 봐요】


작다고 피다 만 꽃 없고

크다고 사철 피는 꽃 없어요


꽃이 예쁜 건

하나하나 다르기 때문이고


꽃 핀 모습 기쁜 건

맨땅 뚫고 일어나

비바람에 굴하지 않고

초록으로 애쓰다가

자기만의 절정 펼쳤는데

어떻게 감동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옆 꽃 눈치 보지 않고

다른 꽃 부러워하지 않는

당당한 저 꽃처럼


기다릴게요

누가 뭐라든

당신 꽃을 피워 봐요



드라마를 좋아하는 엄마는 이번에 종영된 「금수저」 또한 재미있게 보셨었다.

난 전 회차를 챙겨보진 않았고 엄마와 이야기하면서 아이스크림 먹다가 엄마 따라 마지막회를 우연히 보게 되었었는데 한 회차 보고나니 모든 내용이 다 그려졌었다.

극 중 아빠가 아들을 위해 희생하는 장면이 나왔다고 하던데, 그 아빠가 아들에 대한 마음이 이 시와 꼭 들어맞는 것 같다.

가난 때문에 몸? 영혼?을 바꾼 아들이었지만, 죽는 순간에도 아들의 결정을 이해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다.


주변에 날 믿고 지켜봐주는 이가 있다는 건 참으로 복받은 일이다.

나에게도 그런 이들이 있으니,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있다.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어깨 피고 행동해. 내가 옆에서 널 지켜봐 줄테니."




【사막의 장미】


어린왕자 별에서

철새 따라 날아 온 씨앗


사막에 내려앉아

코끼리 같은 욕망

삼켜 뉘어버렸네


사막이 꽃밭이 될 때까지

말라도 말라도

하염없이 뿌려준

말 없는 비 덕분에


모진 세월

마침내 꽃피웠네

사막의 장미


꽃을 모른다네

어린왕자 비 되어

찾아온 줄은


보석 같은 고마움

눈물처럼

뿌리에 남아있네



어린왕자를 몇 번이나 읽었는지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어렸을 때는 뭣 모르고 읽었던 동화책에 불과했는데 나이 먹을 수록 읽는 관점이 점점 달라진다.

말없이 잠수타는 날이 생길 때면 아픈 나날인 것이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괜스레 복잡해지니 더 아팠나보다.

하염없이 뿌려준 말없는 비 덕분에 피워낸 사막의 장미.

나 또한 그런 장미가 되고 싶다.




【열무김치】


땡글 탱탱

어린 무가

파랗게 살다 죽겠다는 듯

쭉쭉 뻗은 무청

땅 밖으로 내지를 때


너는

우리 어머니 손에

냉큼 잡혀

소금에 절여졌지


칼로 다듬은 무 모서리

깎아 놓은 밤 같겠다

푸른 기운 싹둑싹둑

먹기 좋게 잘렸겠다


이제 넌

내 자식 입에

산삼같이 들어가면

딱 좋겠다


달콤 쌉쌀

어머니가 만드신

말 필요 없는 이 시원함

내 허기진 사랑

채우고도 남겠지만


새파란 가지에 엉킨

흰 머리카락 보니


어머니 푸른 청춘

쏙쏙 빼먹은 내 허물은

무얼 담가 채울지

눈앞이 흐릿

너 볼 낯이 없구나



내겐 '김치'하면 무조건 '외할머니'로 연상된다.

그 마을에서도 큰외손녀가 김치를 좋아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지라, 외할머니께서 아무리 힘드셔도 내가 먹을 김치는 꼭 보내주신다.

초등학교 1, 2, 3학년 여름방학 때 보름 정도는 여동생과 함께 외할머니와 꼭 붙어있었던 나날을 보냈었다.

이후 학업과 일 때문에 바빠 일 년에 한 번 내려가는 것도 힘들어졌지만 몇 년 전에 약 일주일 못 되게 외할머니와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당시 외할머니께서 수술을 하셨었는데 외삼촌 내외는 강원도에서 생활을 하니 간병인을 붙일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 또한 맞벌이셨고 난 다행히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수업 끝나면 곧장 병원으로 가 느지막한 저녁 때쯤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수술끝나고 입원하시는 내내 이틀 정도 빼고는 매일같이 병원에 출석도장을 찍었었는데, 덕분에 외할머니와 단둘이서 드라마도 보고 수다도 마음껏 떨었었다.

외할머니도, 엄마도 무뚝뚝한 편이라 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인데 나름 나의 애교 훈련 덕분에 외할머니께서도 유일하게 나에게만 사랑한다고 마음껏 표현해주신다.

내가 나이를 하나, 둘 먹듯이 점점 왜소해지시는 외할머니를 보면 세월이 야속하기도 하다.

이제는 힘이 드셔서 배추 농사를 짓지 않고 마을 사람들과 모여 배추 몇 포기 담그시는데 올해도 무생채 한가득 얹은 배추와 총각김치 그리고 겉절이까지 잔뜩 보내주셨다.

자주 보진 못해도 화장품, 영양제는 항상 챙겨 보내드리는데 이번에는 백화점에서 외출용 신발 하나와 운동화 하나 사서 보내드렸었다.

엄마, 외할머니와 함께 여자 셋이서 내년에 제주도 여행을 한 번 가려고 하는데, 타이밍이 잘 맞아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동화를 보는 듯한 시와 함께 따스함이 느껴지는 일러스트까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더러 있지만, 자신의 시 한 편 한 편을 일러스트로 그리는 작가는 흔치 않다.

우리의 일상을 작가만의 감성으로 풀어 위로와 공감은 전달하고 시와 일러스트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참 좋았다.

무엇보다 필사하기도 좋아 연말에 고마운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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