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들리와 그레이스
수잔 레드펀 지음, 이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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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프랭크의 아내, 하들리.

프랭크의 비서, 그레이스.

그들에게는 전혀 접점이 없었다, 프랭크의 사무실로 향하기 전까지만 해도.

각자의 이유로 프랭크의 사무실에서 있던 200만 달러를 훔쳐 절반으로 나누고 헤어지려 했다.

그러나 200만 달러는 프랭크가 마약을 팔았던 자금이었고 이를 FBI가 쫓고 있었다.

결국 FBI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하들리와 그레이스, 그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저자, 수잔 레드펀은 동부 해안에서 태어나고 자라 15세 때 캘리포니아로 이주했고, 캘리포니아 주립 공과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현재 레스토랑을 소유하고 있는 남편과 라구나 비치에 살고 있고, 작가일 뿐만 아니라 주거 및 상업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 가정 폭력을 일삼는 남편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떠난 여성의 놀라운 사랑과 아이들에 대한 헌신을 다룬 《허시 리틀 베이비(Hush Little Baby)》로 데뷔해 크게 주목받았고, 2016년 어린 시절의 소중함과 엄마가 어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는 위험한 선택을 다룬 소설 《평범하지 않은 삶(No Ordinary Life)》, 2020년 치명적인 자동차 사고 이후 불가능해 보이지만 계속되는 삶의 이야기를 그린 《한순간에(In an Instant)》, 2022년 인내, 생존, 우정을 다룬 《모멘트 인 타임(Moment in Time)》을 발표해 찬사를 받았다. 전 세계 13개국에서 그녀의 소설이 출간되었다.




하들리


하들리에게는 남편 프랭크, 딸 매티 그리고 여동생의 자식이지만 제 자식처럼 키우고 있는 스키퍼가 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할 것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지만 하들리에게 있어서 남편 프랭크는 치워버리고 싶은 정도였다.

프랭크는 언제나 빨랐다.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인지 곧장 답하였고 설사 하들리가 답장이 느리면 휴대폰의 진동이 멈추지 않을 정도였다.

집에 돌아왔을 때는 언제나 그녀가 멋지게 차려입고 자신을 맞이해주길 바랐다.

딱 그뿐이었으면 버틸만했겠지만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성격이라 혹여나 매티가 잘못을 저지르면 하들리를 성적으로 학대할 정도였다.


벗어나고 싶다. 벗어나야만 한다.

한 달 전, 여동생 바네사가 하들리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며 스키퍼를 데려가 키우겠다고 말하였었다.

그래! 벗어나자! 스키퍼를 데려다주면서 도망치자!

딸 매티를 데리고 프랭크에게서 벗어나려면 돈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프랭크의 금고를 털기 위해 하들리는 프랭크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레이스


그레이스는 프랭크의 비서로 일하고 있었다.

돈이 여러모로 필요했던 그레이스는 착수한 지 석 달 만에 악착같이 주차장 재임대하는 계약을 성사시키게 된다.

프랭크가 협상에 성공하면 수입의 10퍼센트를 떼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수입에 영향을 줄 만한 계약이었다.

지미의 도박 빚을 갚을 수도 있고 자동차 타이어를 새것으로 교체할 수도 있고 생후 4개월 된 마일스를 주간 보호 시설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프랭크는 보기 좋게 계약서를 반으로 접더니 이내 갈기갈기 찢어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렸다.

대놓고 협박하며 약속을 엎어버린 프랭크에게 한 마디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레이스는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레이스는 생전에 할머니가 해준 말을 떠올렸다.

"사람은 절대로 변하지 않아. 오직 바보들만 변할 거라고 기대하지."


아무리 발버둥쳐도 밑바닥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직접 나서야만 했다.

은행 잔고는 한 푼도 남지 않은 상태이고 분명 화요일이 되면 해고될 판이었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믿을 사람은 오직 너 자신뿐이야."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프랭크의 금고를 털기 위해 그레이스는 프랭크의 사무실로 향했다.



금고 안, 200만 달러


금고로 향한 하들리.

하들리는 프랭크의 비상열쇠를 이용해 사무실로 조용히 들어갔다.


금고로 향한 그레이스.

그레이스는 주위를 살피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레이스?"

"토렐리 부인?"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을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프랭크의 돈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서로 알게 된 둘은 나누어야 할 돈의 비율을 따지며 실랑이를 벌였다.

금고 속 두툼한 돈다발 위에 올려진 총구까지 겨누며.


구두를 신고왔던 하들리는 결국 발목을 살짝 삐게 되었고 그레이스의 부축을 받아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레이스가 하들리를 화장실 바닥에 버려두고 돈다발만 챙겼다면 그걸로 끝이었겠지만 괜스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레이스는 주차해둔 혼다로 다가가 잠든 마일스를 안고 하들리의 SUV로 향했다.

엘 토로에 있는 한 호텔의 이름을 대자 그레이스는 일단 SUV 시동을 걸었다.

집을 나오려고 했다, 그것이 남편의 금고에서 돈을 훔치려는 이유였다라고 그레이스에게 말하자 그레이스는 돈은 안 줄 거라며 딱 잘라 답했다.

울화통이 터지는 하들리에게 그레이스는 드라이브스루에 들려 인앤아웃 버거를 샀다.

그렇게 가던 중 갑자기 차를 멈춰 세운 그레이스가 입을 열었다.

"나눠요."

"……"

"50대 50이었잖아요. 그러니까 당신이 절반을 가져가요."

"갑자기 왜 마음이 바뀌었죠?"

"카르마."

"……"

"난 솔직히 카르마를 믿어요. 내가 멍청한 짓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에게 절반을 넘겨주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당신 몫을 가져가요."


호텔로 들어와 프랭크의 금고에서 가져온 돈은 무려 200만 달러였다.

밉상이긴 해도 그레이스 뺨에 입이라도 맞추고 싶을 정도로 하들리는 노래를 부르고 싶을 정도였다.

이렇게 많은 돈은 도대체 어디서 난 것일까?



FBI 요원


퉁퉁 붓고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발목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자 그레이스는 하들리를 병원에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누군가 쫓아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FBI 요원이었다.

설마? 프랭크의 돈이 쫓기는 돈이었던거야?

그레이스와 마일스, 하들리와 매티, 스키퍼는 그렇게 열심히 내달렸다.

그레이스가 쓰레기통에 휴대폰을 버리자 하들리도 따라했고 눈치 빠른 매티도 휴대폰을 던지며 달렸다.

일단 몸을 숨기는데 성공했다. 지금부터 각자 헤어지자고 말을 꺼내자 감수성많은 하들리의 눈물에 그레이스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 FBI 요원들을 따돌리고 여기서 빠져나갈 때까지 같이 가요. 하지만 그다음엔 각자 서로의 길을 가는 거예요."


어처구니가 없었다.

여자 둘이 감시 카메라 천 대가 설치되어 있는 병원에서 요원들을 따돌리고 무사히 나갔다는 점이.

더군다나 두 여자 가운데 한 명은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있고 어린애 둘과 갓난아기까지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하들리와 그레이스는 전혀 접점이 없는 인물이었다.

하들리의 여동생은 신혼여행 중이라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레이스의 남편은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굉장히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그 어떤 가설을 세워도 지금까지 두 여자가 계속 붙어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CCTV를 살펴보니, 분명 병원 주차장에서 하들리와 그녀의 아이들이 달려가는 그레이스를 향해 뒤쫓아 갔다.

그레이스는 분명 그들과 얽히고 싶지 않은 것이 분명한데 왜 함께 있는 것일까?



그리고 ……


금고에서 200만 달러를 챙겨 각자의 몫으로 100만 달러를 챙길 수 있었지만 200만 달러는 프랭크가 마약을 판매해 모아놓은 돈이었다.

FBI가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두었던 범죄 증거물이었기에 이제는 하들리와 그레이스가 FBI에게 쫓기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함께했지만 결국은 긴 여정을 함께 한 두 여성은 위기의 순간마다 한껏 지혜를 발휘해 헤쳐나간다.

돈을 나눌 때까지만 해도 빠르게 끊어내고 싶은 사이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이란 매개체를 통해 유대감이 형성되며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 사이로 발전한다.

과연 하들리와 그레이스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비 오는 날, 엄마가 잠시 볼일보고 오실 동안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 라떼 한 잔을 시켜놓고선 못 다 읽었던 책을 펼쳐들었다.

40분이 흐르고 엄마가 카페로 오셨던 그 때, 마지막 장을 덮었다.

질척거림없이 빠르게 읽어내릴 수 있다는 것은 갈수록 몰입도 놓고 재미있는 소설임을 뜻한다.

『하들리와 그레이스』가 그랬다.

『하들리와 그레이스』는 고전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서 영감받아 쓴 작품으로 변화된 나를 비롯하여 아이들, 가족, 사랑의 의미까지 느껴볼 수 있다.


성격이나 행동 자체가 정반대인 하들리와 그레이스이기에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더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알았을까. 오렌지카운티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돈만 나누고 헤어질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솔트레이크 시티 외곽에 있는 바비큐 레스토랑에서 다같이 밥을 먹고 있을 줄은.

일주일만의 모든 것이 바뀌어버린 하들리와 그레이스. 그들이 이렇게 치열하도록 협심한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아이들때문이었다.


금고를 털고난 직후 그리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하들리와 그레이스의 변화된 심리 그리고 매티, 스키퍼와 마일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살펴보며 읽는다면 더 재미있게 흐름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FBI 요원과 하들리의 관계 또한 주목하여 읽는다면 끝까지 읽기도 전에 어떤 결말로 향할 지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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