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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하나, 책과 마주하다』
사랑과 결혼 그리고 여자.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저자, 에쿠니 가오리는 동경에서 태어나 미국 델라웨어 대학을 졸업하고 『409래드클리프』로 페미나 상을 수상하게 된다.여
동화적 작품에서 연애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언제나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작가로 불린다.
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겨지는 것
남편이 시어머니가 키우던 고양이를 버렸다. 그리고 둘의 다툼이 시작된다.
어느 날, 야요이는 공항으로 마중을 나간다.
학생 시절, 홈스테이를 하던 집의 딸이 일본에 놀러온다는 소식에 유급휴가를 받았다.
두 살이던 아이가 벌써 열아홉 살이란 것이 믿겨지지 않는 야요이였다.
남편도 있는 야요이였기에 불편한 감정도 있었지만, 홈스테이하고 있을 당시에 2년이나 머물게 해주었으니 거절할 순 없었다.
남편은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을테고, 그 기색을 그대로 드러낸다.
야요이는 때로 남편을 무서워한다. 그럴 때면 되뇌이는 말이 있다.
괜찮아, 이겨낼 수 있겠지 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잖아. 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기고.
생쥐 마누라
백화점을 좋아하는 미요코는 혼자 쇼핑할 때면 남편과 아들 것만 산다.
효율은 말할 것 없이 늘 일정한 방식으로 쇼핑을 한다. 예를 들면 오픈 시간에 맞추어 가지 않는다거나 쓸데없는 것에 정신을 팔지 않거나 등등.
이렇게 보면 아이러니하지만 허튼 행동은 일체 삼가하면서 쇼핑을 즐긴다.
남편인 다다유키는 그런 그녀를 '생쥐 마누라'라고 부른다.
말그대로 바지런하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아들과 딸도 아빠 흉내를 내며 '생쥐 엄마'라 부르기도 하는데 미요코는 일종의 명예라 생각하며 별명에 퍽 만족한다.
「생쥐 마누라」를 읽고나면 과연 미요코는 행복한 삶을 살고있는지에 대해 자연스레 의문점이 들 것이다.
그녀는 불평, 불만없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미요코의 모습을 보면 답답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이는 개인의 차이겠지만 어떤 독자들은 그저 받아들일 수도 있고 어떤 독자들은 고구마를 잔뜩 먹은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총 열두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부분 단편의 주소재는 바로 '사랑'이다. 여기에 부제를 넣자면 '소통'일 수도 있겠다.
결국, 여자 입장에서 느끼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역자한 김 난주 또한 이 책을 작업한 뒤 이렇게 표현한다.
그 여자들에게 사랑과 결혼은 이미 삶을 지탱해 주는 버팀목도 자신의 전 존재를 보듬어 주는 따뜻한 울타리도 아닙니다. 그것은 다가갈수록 멀어지기에 끊임없이 희구해야 하는 꿈이며 또 영원히 사로잡을 수 없기에 허허로운 절망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그래서 불꽃이 제 몸을 불살라 언젠가는 싸늘한 재로 변하듯, 타오르는 사랑이란 스치고 지나가는 열병 같은 것일 뿐, 사랑의 끝에는 언제든 고독한 자기 자신만이 남는다는 비극적 진실에 울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일까요?
『냉정과 열정 사이』를 시작으로 저자의 작품을 거의 읽어본 듯하다.
이 책 또한 사실은 재독한 책인지라, 이전 리뷰와 크게 다를 게 없어 중복된 내용들은 일부 생략했다.
저자의 작품을 읽고 나면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아, 이 주제를 굉장히 냉철하게 표현했구나!
아, 이 주제를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구나!
또한, 내용이 부드럽게 이어질거라 생각하지만 저자의 글을 읽고나면 글과 관련된 소재에 관해 굉장히 냉철하게 다루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의 작품을 거의 봐온 한 사람으로서 그녀의 작품은 아마 30대 후반은 되어야 더 와닿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