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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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날마다 짓눌리더라도 날마다 나아가고 싶다."

나를 잃지 않고 나의 삶을 살고 싶다.

한 번 미루면, 쉼없이 미루게 되고 결국 기회는 희박해진다.

저자는 이 책을 여성들에게 바치는 러브레터라고 언급했는데 책을 덮고나면 무슨 말인지 퍼뜩 이해가 갈 것이다.


저자, 제시 버튼은 영국의 작가 겸 배우이다. 1982년 런던에서 태어나 왕립 중앙연극원과 옥스퍼트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낮에는 개인비서로 일하고 저녁에는 배우로 무대에서는 생활을 이어가던 중 2014년 첫 소설 《미니어처리스트》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한다.

전세계 38개국에 수출된 이 작품은 영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이 팔리며 밀리언셀러에 등극하였다. 나아가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컨페션》은 출간 즉시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제시 버튼의 인기와 필력을 다시 한 번 단단히 증명했다.

1980년과 2017년의 런던을 오가며 홀연히 사라진 어머니의 흔적을 뒤쫓는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연인,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나'로 존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삶을 치열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내 더욱 주목받았다.

어린이책, 논픽션 등 다양한 영역으로 글쓰기를 확장중인 제시 버튼은 현재 런던에 살면서 네 번째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1980년 그리고 2017년


1980년 엘리스와 2017년의 로즈, 그녀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그리고 그 둘을 이어주고 있는 것은 바로 코니다.



1980년, 엘리스


여러 사람 울릴 거라는 어른들의 말처럼 엘리스는 미인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엘리스는 그에 대해 말도, 행동도 한 적이 없었는데 스스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햄프스테드 히스의 계피나무 옆에서 콘스턴스 홀든을 바라보게 된다.

남성용 셔츠, 청바지와 롱코트를 입은 삼십대쯤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 여자의 진짜 이름은 코니였다.

운명과도 같은 이끌림이었다.

"난 보통 이런 거 안 해요. 당신은요?"

"뭘 안 해요?"

"이거요. 이런 식으로 만나는 거. 길에서."

"나도 보통은 이러지 않아요."

스무 살의 엘리스와 서른 여섯살의 코니, 그녀들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에게 끌리고 있었다.




2017년, 로즈


항상 어머니를 기다렸다.

어딘가에 있을 어머니가 언젠가는 나타나기만을 바랐지만 열네 살이 되던 해에 마음 속에서 어머니를 죽였다.

아버지는 말한다.

"네 엄마는 악마와 계약을 맺어서 동물로 변한 거야."

다리가 짧았고 너와 머리색이 같았고 긍정적이지만 까다로운 사람이었다는 것, 이것이 아버지에게서 들은 어머니의 전부였다.

하지만 로즈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움에 대해서도, 궁금증에 대해서도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할 뿐이다. 가진 적 없는 건 그리워할 수도 없어!

로즈는 남자친구 조와 함께 프랑스에서 여름 마지막 주를 보냈다.

프랑스에는 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현재 아버지에게는 부인 클레어가 옆에 있었고 작은 시골에서 여생을 보낼거라 했다.

로즈는 아버지와 문자 메시지로만 연락을 취했었기에 이번 여행은 중요하다고 스스로 느낄 정도였다.

그런 아버지가 로즈에게 페이퍼백 두 권을 내려놓는다. 《밀랍 심장》 그리고 《초록 토끼》였다.

그리곤 주먹을 쥐며 말을 꺼냈다.

"네 엄마와 콘스턴스…… 둘은 사귀는 사이였어."

"엄마가요?"

"엄마가 이 여자랑 사귀었다고요?"

"그래."

"엄마가 레즈비언이었어요?"

"글쎄다, 로지. 그럴 수도 있고. 한동안 둘은 뗄 수 없는 사이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널 낳았으니 내가…… 장담할 수는 없구나."

"그럼 양성애자였어요?"

"그렇게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로즈는 엄마인 엘리스를 유일하게 아는 여자인 코니를 찾으러 간다.

만나겠다는 일념 하에 신분을 위자하면서까지 그의 타이피스트로 일하게 된 로즈는 어느새 엘리스와 꼭 닮아 있었다.




엘리스는 코니의 전부가 되고 싶었다.

코니가 미국으로 가느 순간에도 엘리스는 동행했다.

하지만 엘리스는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채워주지 못하는 코니에게 점점 멀어져 갔다.

(결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겠지만) 그리움은 해소되지 못했고 만남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확실히 느꼈던 것은, 로즈는 엘리스의 딸이 맞다, 맞았다.

스스로 내린 결정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삶에서 느낀 새로움과 여러 감정들을 볼 때 말이다.

만나지 못했지만 연결되어 있었고, 전부는 아니지만 결국은 일부였다.


여자는 여기에 침착하게 대처해야 하며, 계속 일하고 먹고 자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엘리스에겐 이 상황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세상이 실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엘리스에게 알려주는 사건이나 다름없었다. 모두 다산하는 여자를 원하는데, 하늘은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내려서 방해하고 있었다. 엘리스는 (진통제도, 소독 장갑도, 부드러운 베개도, 멍하니 볼 텔레비전도 없이) 앞서 살았던 여자들을 생각했다. 이상해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자신이 겪는 일을 그 여자들도 겪었을 텐데, 사회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누군들 이상해지지 않았을까.


여자가 시간을 지배한다고 생각하면 어리석다는 말을 종종 한다. 여자의 몸은 다른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자녀 문제에 대해 사람들은 "좋은 때란 없다"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나쁜 때가 있을 수 있다는 말로 받아치겠다. 자기 몸도 자기 삶도 아닐 때 사람들은 쉽게 일반화한다.


결혼 그리고 출산, 육아를 통해 얻는 것도 있지만 분명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다. 여자 뿐만 아니라 남자도 마찬가지다.

(책에서는 여자에게 초점이 맞춰졌기에 여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출산과 육아는 여자의 삶에 있어서 굉장히 큰 변화 중 하나이다.

임신을 통해 몸의 변화도 겪어야 하며 출산의 고통도 홀로 감내해야 한다.

출산의 고통도 잠시, 병원에서 퇴원해 아이를 집에 데려오는 그 순간부터 '새로운 세계'이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수유하기 위해 일어나야 하며 쉽사리 잠들지 않는 아이일 경우에는 어르고 달래야 하니 푹 자는 건 절대 꿈꿀 수도 없다.

새벽에 문득 깨어 있는 아이를 어르고 달랠 때, 몇 날 몇 일 잠도 제대로 자질 못하니 대부분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품기도 한다.

OO의 엄마(아빠)로 살다보면, 나의 삶이 '나'가 중심이 아닌 자식을 위해 사는 삶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어떤 부모들은 다시 태어나면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을 살아줘야지 하지만 그래도 부모의 삶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말을 덧붙인다.

결국, 이 말은 결국 이것 또한 자식을 위해 사는 삶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삶이기도 한 것이다. 

선택은 결국 내가 하는 것이고 내가 선택한 삶이니 이 또한 나의 삶인 것이다. 책에서 엘리스, 로지 모두 마찬가지다.

선택에 따른 책임감으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것이 분명 있지만 결국 선택은 내 몫이다.

덧붙여, 내 삶의 중심은 온전히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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