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평점 :
『하나, 책과 마주하다』
세상의 소리가 점점 희미해지며 한밤이 되었을 때, 책장에 가만히 몸을 기대어 있으면 참 조용하다.
파스텔톤의 핑크빛이 가득한 머그컵에 따뜻한 차를 한 모금씩 마시며 기대었던 책장에 잠시 떨어져 눈길을 준다.
그리곤 몇 십분만에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을 꺼내들어 하루를 마무리한다.
책장에 기대어 앉는 그 위치에는 생각날 때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로 선별하여 꽂아놓곤 하는데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또한 그 자격이 충분하다.
저자, 지은이 셸먼은 뚱뚱한 고양이와 좋은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가진 예술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회화로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거주하고 있다. 자신의 온라인 문구류와 기발하고 독특한 고양이 디자인이 특징인 'The Dancing Cat'이라는 이름의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아침마다 창가에서 내가 일어나기를 학수고대하는 고양이 브룩시가 사무실로 들어왔다가 다시 나갔다가 또다시 들어와 나의 뮤즈로 활동하고 있다.
네게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거 알지?
오늘은 유난히 신경 쓸 일 많았잖아.
이젠 쉴 때야.
널 위해서.
낮잠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
그건 게으른 게 아니라 여유니까.
무조건 달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어렸었던 나의 '착각'이었다.
달리면 달릴 수록 기름이 소진된다는 것은 당연한데 기름 채울 시간없이 억지로 달렸으니 고장날 수밖에.
교수님께도 들었던 말이 '낮잠'인데, 막상 쉬려니 양심상 움직여야 할 것 같아 망설였지만 그런 생각은 일단 접고 요새는 꼭 휴식을 취하곤 한다.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휴식도 '꼭' 필요하다.
멋지다고? 당연한 말씀!
난, 늘 단정하지?
뭐든 준비하고 있으면
삶이 훨씬 쉬워지는 법이거든.
깔끔쟁이인 고양이들은 항상 단정하게 준비한다, 핥고 또 핥고.
어떤 면에서 보면 피곤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깔끔하게, 단정하게 준비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뒷말처럼 미리 준비하고 있으면 쉬워지는 것은 사실이니깐.
햇빛에 흠뻑 젖어봐.
충전하듯이.
저 찬란한 태양이 널 위해 떴다는 사실.
설마, 모르는 건 아니지?
이따금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꿈꾸곤 한다.
숲이 우거진 곳이 아니더라도 약간의 나무와 흙이 있는 곳 말이다.
항상 시골에 가면 자연 그대로의 냄새가 좋아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을 맞기 위해 몇 시간이고 동네 주변을 산책한다.
그 순간은 햇님과 바람 그리고 나만 존재할 뿐이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동네를 산책하는 것도 코로나때문에 꺼려져 낮에는 마당만 돌아다니고 대부분 한적한 저녁이나 밤에 나가곤 했다.
그렇게 햇빛을 못 받아서 그랬는지 비타민 수치가 또 떨어지는 바람에 작년부터 비타민D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고 있다.
충전하듯이, 햇빛에 흠뻑 젖는 것도 우리에겐 꼭 필요하다.
나아가, 살면서 힘듦과 위기의 순간에 부딪히는 것이 다반사지만 자신을 지지해주는 '편'이 없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글에 나와있듯이, 어쩌면 찬란한 태양이 나를 위해 매일같이 떠주고 있으니깐.
친구들 많이 사귀라고 강요하지 마.
내가 꼭 그래야 해?
그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알잖아.
차라리 혼자가 되겠어.
뭐 어때!
배구선수 쌍둥이 자매를 시작으로 요새 유명인들의 '학교폭력'과 관련된 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단순히 말다툼이라면 이는 진정한 사과로 끝낼 순 있겠지만 예로서 쌍둥이 자매들의 만행을 읽고나면 그런 생각은 절로 접어진다.
본인이 뿌린 씨앗은 본인이 그대로 거두는 법이 있듯이, 뒤로 감춰뒀던 무섭고도 못된 인성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을 보면 이는 사과로 끝낼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학교폭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그들 스스로 자각해야 하는데 그들은 자각하지 못한다.
(심리학에서 이에 대해 공부했던 내용을 빌리자면) 그들은 단순하게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을 괴롭히는 내내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이후, 나이를 먹고 그 때의 일을 물으면 단순히 장난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기억이 안 난다고 입을 모은다고 한다.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은, 분명 기억이 있지만 자신의 현 상태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아 회피하는 행동 중 하나이다.)
피해자들은 그렇게 아픔과 상처를 가진 채 꼭 꼭 숨고 스스로 삼켜야 한다, 평생.
용기내어 살짝 언급하자면 나 또한 잠깐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
분명, 지금의 그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불과 초등학생의 어린 나이였는데 친구들을 선동하며 대놓고 따돌림을 시키고 온갖 무시를 당했었다.
그 때, 엄청난 스트레스로 학교에 가기 싫었고 난생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었다.
그렇다고 거기에 내가 지고 싶진 않았다.
책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고 오히려 소수의 다른 무리들과 어울려 놀았는데 그들은 그 무리마저도 포섭하며 따돌림시키려 했었다.
다행히도 그 때가 학년이 끝날 때라 그렇게 길고도 긴 힘든 시간을 끝낼 수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 이유가 황당했는데 (당시 반에서 회장이었는데) 선생님이 나를 너무 아껴하셔서 질투가 나서 그랬다고 한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일일이 나열하면 괜스레 마음 아프고, 무엇보다 떠올리기 싫으니 언급하진 않겠지만 지금처럼 앞으로도 그들은 절대로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 친구, 저 친구 다 사귈 필요는 없다.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면 충분하다.
그들은 내 인생에서 지나가는 한낱 먼지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그 당시에 한 책을 읽고선 마음을 다잡았다고 앞서 말했는데 그 때 마음 속에서 외쳤던 말이 '차라리 혼자가 되겠어. 뭐 어때!'였다.
그 덕분에 더 진국인 친구들을 사귀었고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과외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의 고민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이 바로 '교우관계'였다.
물론, 삶에 있어서 인맥은 가장 중요할 수 있으나 걸러낼 줄도 알아야 한다.
더러운 흙탕물에서 손을 내미는 친구의 손을 맞잡으면 그대로 흙탕물에 같이 들어갈 수 있으니, 그럴 바엔 혼자가 낫다.
난 다시 뛰어볼까 해.
물론 그 전에 소중한 걸 잃을 염려가 없는지
확인부터 해야지. 꼭!
나의 사전에 '후회'라는 단어가
올라가는 걸 원치 않으니까.
점프하고 또 점프한다.
숙련된 집고양이들은 점프할 때 가급적 물건에 닿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다.)
나아가, 사람도 마찬가지다.
도달하지 못해도 언제나 뛰고, 또 뛰어야 한다.
단, 망가지지 않게, 깨지지 않게, 소중한 것을 잃지 않게 말이다.
지쳐있는 삶에서 고양이가 건네는 메시지는 참 간결하고도 분명하다.
'나'를 찾기 위해, 나다움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새로운 배움으로 채워넣는 요즘이다.
그래서일까? 짤막한 문장이 마음을 울린다.
병원 가는 길에도 핸드백에 책을 넣어 가는 길에도 읽고 또 읽었다.
가족, 친구, 직장동료와 일 그리고 사랑, 우정, 인간관계까지, 우리는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치일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할 자격이 있는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메시지는 분명 필요하다.
이 책은 몇 권 더 구입해 힘든 이들에게 꼭 건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