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라디오는 글이 더 중요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조금더 버라이어티를 추구하게 된 요즘 라디오의 경우, 명백하게 말해 의미심장한 방송의 오프닝이나 몇몇 에세이 코너들을 제외하고는 ‘글‘의 개념보다는 ‘말‘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디제이가 할 말을 글로 써주는 거니까.
디제이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디제이의 캐릭터가 정확할 때 더 쉽게 글을 쓸 수 있었다.
그가 할 법한 얘기들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쉬워지니까 말이다.

시작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떻게 마무리하는지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까. 디제이의 인사가 그렇듯,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일을 마무리하는 태도에서도 말이다.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이미 끝인사를 정하듯, 어떤 인연들의 끝을, 어떤 일의 끝맺음을 미리 준비해야 어떤 마지막 순간들을 조금은 단단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 그렇더라도 세상에 쉬운 마지막이란 건 없을 테지만 말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하게 되든 그 프로그램의 타깃이 되는 청취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공감하려고 애쓴다. 사람 사는 얘기들이기 때문에 노력하거나 애쓰지 않아도 공감하게 되지만 그래도 더 공감해 보려고 한다. 오히려 어떤 피디는 너무 많이 공감한다는 것이 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얘기한 적도 있다. 그런데 20년 라디오 작가 생활 중 유일하게 여전히 이해불가능한 일이 바로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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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30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2021년 신축년 새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연하장 요기 놓고 가여

┏━━━┓2021년
┃※☆※ ┃새해★
┗━━━┛
복많이 받으세요~

하나의책장 2020-12-31 15:24   좋아요 0 | URL
scott님도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