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이소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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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칼 라르손의 행복은 무엇인지 궁금하여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몇 달에 한 번씩은 꼭 하던 문화생활이 올해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아니, 거의 없었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그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음악과 미술 관련 책들을 꽤 보았다.

(재독한 책도 물론 있지만) 음악은 『클래식 음악 연표』부터 『 이지 클래식』, 『1일 1클래식 1기쁨』,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을 읽었고 미술은 근래 읽은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더 터치』 외에 『방구석 미술관』,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등을 읽었으며 추가적으로 잡지와 원서들도 포함하면 말그대로 올해는 예술 분야를 특히 다독했다.

책 읽은 속도가 서평 쓰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언제 쓸지 모르겠지만 하나하나 천천히 써보기로 하며 그 첫번째 서평이 바로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이다.


카린과 함께 꾸민 집, 내 가족에 대한 추억, 이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그림들이 내 인생 최대의 작품이다. _칼 라르손 자서전 <<나>> 중에서


스톡홀름의 한 빈민가에서 남자아이가 태어난다. 그의 이름은 바로 칼이다.

부모님은 작은 여관을 시작으로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특히 어머니는 칼을 안전하게 키우고 싶어 당시 술을 파는 여관의 특성은 저버리고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여관을 꾸리게 된다.

그러나 칼의 아버지는 허영심으로 가득 차 고급 모피를 사 입으며 남들에게 허세 부리기를 좋아하였는데 이 때 근처 여관 주인들에게 처음 술을 배우게 된다.

결국 술에 쩌든 아버지는 사촌에게 돈을 빌린 뒤 사라졌고 거기에 외상값을 갚지 않던 청년들이 늘면서 칼과 어머니는 모든 재산을 빚을 갚는 데 사용하고선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노숙자가 되어버린 신세도 한탄스러운데 당시 지역에는 전염병이 돌았으며 도둑과 살인자들의 증가로 싸움이 난무하였고 마을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칼의 어머니는 칼과 동생을 키우기 위해 온갖 잡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11년만에 겨우 작은 방을 구할 수 있었으나 칼이 열네 살이 되던 해에 동생이 죽게 된다.

빛이라곤 보이지 않는 현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이 긍정적인 마음의 씨앗을 품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외할머니와 어머니 덕분이었다.

외할머니는 항상 칼에게 동화를 들려주며 긍정의 힘을 놓치지 않게 하였고 어머니 또한 지옥같은 이 모든 것을 꿋꿋하게 버티는 것을 칼이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열살때부터 미술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던 칼, 그는 결국 어머니의 끊임없는 노력과 후원으로 스웨덴 왕립예술아카데미 기초 과정에 입학하게 된다.


칼의 그림을 보면 참 따뜻하다.

이후 칼의 아버지가 가족의 곁에 돌아왔으나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풍차 하나를 빌려 일하다 부상을 입었는데 이 때 칼과 어머니인 요한나가 아버지의 병원비를 대야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버지는 심술섞인 목소리로 "네가 태어난 날이 가장 거지 같은 날이야."라고 외쳤다고 한다.

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근처에 살며 왕래했다는 칼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칼에게 진심어린 사과는 했을까? 마음에 양심이 있었다면 했지 않았을까?

그 답은 알 수 없지만, 칼의 그림에서 본 아버지의 모습과 현실에서 본 아버지의 모습은 살짝 다름이 느껴지는 것 같다.

굳이 시끄럽게 하고 싶지 않을 뿐더러 남은 여생은 편하게, 조용하게 보내고 싶어하는 어머니의 바람은 칼의 그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불우한 가정생활을 겪으며 칼은 다짐한 것이 있었다. 훗날 배우자와 아이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겪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스웨덴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한 후 파리에 두번간 머무른 칼은 그 시기에 평생의 배우자이자 소울메이트인 카린을 만나게 된다.

당시 스물 넷의 칼의 삶에서 중요한 유화 작품들이 탄생하게 되는데 덧붙이자면 그의 유화 작품들은 이 시기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 칼과 카린의 이야기를 빠뜨릴 순 없을 것 같다.

카린은 같은 학교 출신의 후배로 프랑스로 유학온 여성 화가였다.

내성적이었던 카린은 부잣집 딸로 교양있게 자랐는데 가난했지만 호탕하고 인기 있는 칼과는 처음에 잘 맞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칼의 특유한 친화력과 그의 재능에 푹 빠진 카린은 그와 점점 친해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친구들과 함께 산책을 나간 칼과 카린.

칼은 다리 한가운데 서서 카린에게 사랑한다며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 청혼하게 된다. (꺄아!)

물론, 카린의 부모님은 반대했었지만 칼과 카린이 서로에 대한 굳건하고도 믿음직한 사랑을 보고선 허락하게 된다.


대개 외국 사이트에서 혹은 원서를 구입해 그림을 감상하곤 하는데 칼 라르손 또한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그의 따뜻하고도 생동감넘치는 그림들을 보고있자면 붓을 들고 싶을 정도이니깐.

평범하고도 단순한 매일매일의 일상을 그림으로 남긴 것을 보고있자면 칼의 행복은 바로 이런 데서 오는 게 아닌가싶다.

난 지극히도 평범한 것이 좋다. 그리고 단순하게,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는 것이 앞으로도 나의 바람 중 하나이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에 눈을 뜨고, 따뜻한 물에 온몸을 감싸며 잠을 깨우고, 진하게 내려진 아메리카노로 시작하는 하루.

일상의 반복에 때로는 지루하기도, 지치기도, 힘들기도 하겠지만 평범한 일상 속 중간중간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고 미술을 감상하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을 만나고…, 그거면 충분하다.

잔잔한 물결 속 돌덩이 하나 풍덩 던져지면 얼마나 크게 일렁이는지 이미 충분히 겪었기에 그거면 충분하다.

그래서인지 일상이 담긴 칼의 그림은 참 따뜻하고 예뻐서 좋다.

평범해도 예쁜 일상의 매일매일을 담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하나의 그림은 하나의 소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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