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1 - 2020.6.30




그 날의 하루를 마무리 할 때면 다이어리를 꺼낸 뒤 펜을 든다.

그렇게 (아날로그적으로) 일기는 꾸준히 쓰고 있으나 이상하게 그 글들이 블로그에는 옮겨지지 않는다.

쓰다 말다 쓰다 말다해서인지 두 달여 동안 다섯 개의 일기가 임시저장글에 있었으나 과감히 삭제했다.

(매번 이런 식이다. 임시저장글에 묵혀두고선 지운 게 백여개는 족히 될 것이다. 지금도 임시저장글에서 꺼내달라 기다리고 있는 글들이 서른개나 되는데 언제 쓰려나;)

이런 면에서 난 정말이지 (디지털 감성이 아닌)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


일 년에 반이 벌써 지나갔다니! 2020년 6월 30일이다.

올해는 코로나때문인지 몰라도 뭐랄까도, 올해의 반년이 꼭 버려진 시간처럼 느껴진다.

왜일까? 분명 버려진 시간처럼 느껴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1월부터 6월까지 꽉 꽉 채워 뭔가를 했다, 그것도 꾸준하게.


그간 악보로 만들고 싶었던 곡들을 끈기있게 듣고 들어 드디어 만들었다.

동양악기인 가야금 그리고 서양악기인 피아노, 두 악기의 조합이 참 오묘하게도 잘 어울린다.

두 악기의 선율에 몸을 맡기고 흘러나오는 음 하나 하나 누르고 뜯는 그 매력에 빠져 사는 것 같다.

피아노 연주동영상, 가야금 연주동영상을 만들어 YOUTUBE를 할까 하다가도 지금 벌려 놓은 일이 많으니 아서라 싶다.

(언젠가는 꼬옥 올릴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텃밭과 꽃밭은 계속해서 성장중(-ing)이다, 무서울 정도로.

처음에는 하루하루 사진을 찍으며 나름 성장과정을 기록했는데 하루가 다를세라 무섭게들 키가 크고 있다.

코스모스는 꾸준히 제 속도에 맞춰 키 크고 있는 반면에 특히 큰 화분에 심어놓은 해바라기가 심상치 않게 잘 자라고 있다.

방울토마토는 벌써 빨갛게 익어가고 고추는 벌써 손가락 길이만큼 성장했다.

(이러다가 고추나무는 내 키를 훌쩍 넘을 것만 같다.)

이에 질세라 다른 채소들도 쑥쑥 자라고 있다.


한 달 일기를 쭉 살펴보니 나에게는 '여유'란 없는 것 같다.

도매로 떼온 꽃들로 꽃꽂이도 하고 꽃다발도 만들고,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다.

(바깥에 나가지도 못하니 집 안을 예쁘게, 향기롭게 꾸미는 것으로 힐링하는 것이라 나름 합리화를 해본다.)

여름, 무더위에 사람도 지치듯이 꽃들도 생물이라 똑같이 힘들긴 마찬가지이다.

조금이라도 무신경하면 금세 시들해지기 때문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요한다.

한창 작약에 빠져 살았는데 여름에 접어들며 작약도 쏙 들어가버렸다.

그래도 요새 장미 종류가 다양하게 나와 고르는 재미가 있다.


외출이라 하면 '병원'밖에 모르던 내가 접촉 않는 선에서 '드문드문' 외출도 하였는데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들만 눈에 담아오니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주는 기쁨'을 알아버려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때면 자연스레 편지지부터 꺼내게 된다.

이번에 싱싱하고 상태 좋은 안개꽃을 잔뜩 사다가 용액에 담궈 색안개를 잔뜩 만들어 예쁘게 말렸었는데 친구들한테 선물해주니 반응이 좋아 내가 다 행복했다. 꽃선물은 언제 받아도 미소짓게 만드니깐.


6월의 마지막 날은 부모님 결혼기념일이라 항상 시간을 비워두곤 한다.

한 해의 반년 중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부모님 결혼기념일이 딱 지나야 '아, 올해의 반이 갔구나!'를 실감하는 것 같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였으니깐 부모님 결혼기념일을 오롯이 내가 챙긴 것이 벌써 십 년이 훌쩍 넘었다.

지난 어버이날 때, 꽤 넉넉하게 챙겨드려 이번에는 동생과 함께 간단히 케이크와 꽃다발만 준비했다.

빌리엔젤에서 가장 큰 케이크로 주문하여 동생이 사오고 나는 도매로 떼온 꽃들로 예쁘게 꽃다발을 만들었다.

보라색을 좋아하는 엄마의 취향을 듬뿍 담아 만들었는데 너무 좋아하셔서 다정하고 예쁜 부모님의 모습을 사진으로 가득 담아드렸다.

(은은한 보랏빛이라 실제로 보면 색감이 더 예쁜데 카메라가 잘못했네, 다 담아주질 못한다ㅠ)

요즘 DSLR을 살까 생각중인데 입문자이니 새제품을 사기에는 그렇고 또 중고로 사자니 사기당할까 무서워 못 사겠다.

음, 고민 좀 해봐야겠다.


이제 또 남은 반 년의 시작점, 7월 1일을 앞두고 있다.

남은 반 년은 앞서 느낀 것처럼 버려진 느낌이 들지 않도록 알차게 그리고 느긋하게 보내야겠다.

7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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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7-01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쁜 사진 잘 보고 있어요.
하나의책장님 올해의 남은 시간은 더 좋은 일들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하나의책장 2020-07-04 00:2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항상 행복한 날들만 가득하길 바랄게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