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혼 고발 - 착한 남자, 안전한 결혼, 나쁜 가부장제
사월날씨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평점 :
♡ 며느리는 꼭 고분고분해야 하나요, 『결혼 고발』 ♡
『하나, 책과 마주하다』
개봉 전부터 『82년생 김지영』은 뜨거운 감자였다.
이로 인해 많은 논쟁들이 오고갔는데 일부 가부장제가 진득하게 자리잡은 가정에서는 며느리는 거의 '노예'나 다름없다.
요즘은 열린 생각을 가진 부모님들이 많아 수평 구조는 아니더라도 옛날에 비하면 완만한 수직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이것 또한 대부분이라 할 수는 없겠다.
저자 또한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시가의 제사같은 행사에 언제 불려갈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다가오는 시부 생일에 시부 친구들과 함께 식사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도 표면적으로는 좋게 거절했지만 속으로는 폭발해버린 그녀였다.
더군다나 직장에서도 결혼했는데 왜 입사했냐는 질문에 꼭 퇴사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순간 나는 도리며 효라고 불리는 것의 실체를 똑똑히 마주한 기분이었다. 남자가 겉보기에 효자 노릇을 하는데 알고 보면 단지 갈등을 만들기 싫어서, 또는 갈등을 대면하고 처리해야 할 자신의 임무가 피곤하고 번거로워서 아내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부모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자기의 편의가 목적인 비겁함. 부모의 안녕에 전보다 큰 관심이 생겼다기보다 부모를 설득하거나 이해시키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조금도 쓰지 않은 채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 이것이 남편의 효였다.
솔직히 태어났을 때부터 여자와 남자의 신체구조도 다르듯이 생각하는 것 자체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란 문제에 관해 얘기하다보면 당연히 페미니즘과 관련된 문제도 맞물려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는 극단적인 페미니즘이 아닌 건강한 페미니즘을 지지한다.
결혼이라는 것이 결코 남녀가 사랑한다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가정과 또다른 하나의 가정이 묶여지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표면적으로 보면 생판 남과의 결합이니 이해와 배려를 최우선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여자가 자신의 부모님에게 효도해주기를 바란다.
여자는 당연히 남자의 부모님도 자신의 또다른 부모님이니 내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여자는 남자에게도 자신의 부모님에게 똑같이 잘하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둘다 맞벌이인 상태라 재정관리를 합쳐서 하자고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때 부모님들께 드릴 용돈의 액수가 문제가 된다.
남자는 여자의 부모님보다 자신의 부모님께 용돈을 두배로 드리자고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자는 똑같은 부모님인데 왜 액수를 다르게 하냐고 묻는다.
그러자 자신이 몇십만원이라도 더 벌고 있고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고생을 많이 하셔서 지금이라도 못다했던 효도를 다 해드리고 싶다고 말하게 된다.
실제 지인의 이야기이다. 이런 부분은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이해와 배려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결국은 각자 돈관리는 따로 하고 부모님께 드릴 용돈은 각자 드리기로 했다고 결론 지었다고 한다.
결혼 후 한 여자가 아닌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여자가 물론 대단하다고는 생각하지만 한 여자로서의 위치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같아 서글프다. (물론, 가정에 충실한 남자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이런 이야기에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직접적인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이다.
자세하게 쓸 순 없지만 우리 엄마께서도 시집살이로 정말이지 많은 고생을 하셨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시댁으로 간 엄마는 시어머니께 "어머니, 딸이라 생각하시고 예쁘게 봐주세요"라며 이야기를 건넸지만 시어머니는 "너는 며느리지, 내 딸은 아니다."라는 말을 내었다고 한다.
그 날 밤, 안방에 이불을 깔아 엄마에게 편히 자라고 하며 마루에도 이불을 깔아 시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나란히 누워 잤다.
만삭인 엄마에게 집에만 있지말고 돈 벌러 다니라는 시어머니 눈치를 그렇게 보았고 시누이는 한 공장의 취직 자리를 알아봐 주었다.
출산예정일이 일주일도 안 남은 엄마에게 시누이는 자신의 엄마가 아프다며 죽 좀 끓이러 오라는 말에 30분 거리의 시댁으로 찾아가 죽을 끓여주고 오는 길에 버스가 크게 급정거하여 배에 살짝 충격이 갔는데 그 날 밤 양수가 터져 일주일 일찍 아이를 낳았다.
이 이야기는 별 내용 아니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다.
고부갈등 없는 집들도 은근히 많아서 참 부럽기만 하다.
아는 언니도 시어머니께서 그저 딸처럼 예뻐하고 아껴주셔서 언니 또한 시어머니가 아닌 엄마처럼 애교도 부리고 서로서로 잘한다고 한다.
물론, 고부갈등 있는 집들이 더 많을 것이다.
분명한 건 집안에 괜한 불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침묵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잘못되었을 때는 올바르게 잡는 것도 꼭 필요하다. 이를 계속 침묵하면 나중에 가서는 그 골이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서로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이해하고 배려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