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일본군에 의해 짓밟혀진 꽃같았던 소녀들, 『한 명』

 

 

 

 

 

『하나, 책과 마주하다』

 
그녀는 한 명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여기 한 명이 더 있다는 걸 세상에 알려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늘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이전에 이미 읽었던 책이지만 막상 책을 펼치니 다시금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위안부였음을 밝히지 못하고 그렇게 살았던 '한 명'의 위안부 할머니가 소설 속 주인공이다.
열 세살이었던 소녀는 마을 강가에서 다슬기를 잡다 도망칠 새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사내들에 의해 열차 위에 오르게 된다.
마을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어린 소녀는 하염없이 달리는 열차 속에서 오들오들 떨어야만 했고 내려보니 하얼빈 역이었다.
온통 일본군 천지였다. 그렇게 악몽이 시작된 것이다.
자신말고도 강제로 끌려온 어린 소녀들은 매일 매일 일본군에 의해 육신을 난도질당하는 고통을 느끼며 성적학대와 고문을 당하게 된다.
어린 여자아이들을 막사 앞에 모아놓고 군인 백 명을 상대할 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 때, 한 소녀가 당돌하게 대꾸하자 수 백개의 못이 박힌 나무판에 그 소녀를 굴려댔고 그녀는 결국 죽었다.
"그들은 석순 언니를 땅에 묻지 않고 변소에 버렸다. 그들은 죽은 소녀에게는 땅도 아깝고, 흙도 아깝다 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 어린 소녀들에게 말이다.
그들은 소녀들의 자궁을 마음대로 들어내기도 했다. 소녀들이 임신하면 다시는 임신을 못하게, 태아와 함께.
그렇게 끔찍하고도 참혹한 곳에서 겨우 살아남았지만 아픈 기억은 절대 없어질 수 없을 뿐더러 수치감과 모욕감에 시달리며 자신의 정체성마저 잊어버린 채 숨죽이고 살아가게 된다. 자신의 과거가 들춰지는 게 무서워 가족마저 피해다니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공식적인 위안부 피해자가 단 한 명 남았다는 소식에 두 주먹 불끈 쥐고 용기를 내게 된다.
그녀는 그저 위안부의 한 명에 불과한 사람으로 그렇게 자신을 잊어버리며 살았는데, 이제는 열 세 살의 이름이었던 '풍길'로 돌아가 마지막 위안부 생존자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시작으로 위안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할머니들은 다른 것도 아닌 오직 '사과'를 받기 위해 목소리를 내셨다. 하지만 그렇게 바랐던 '사과'도 못 받으시고 눈을 감으시고 계신다.
단순히 '아, 이런 일이 있었구나!'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선 끊임없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한다.
중학교 때, 강제징용과 위안부에 관한 숙제를 하면서 우연히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이 담긴 사이트를 들어가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읽고선 정말 큰 충격을 받았었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우울감에 빠졌던 것 같다.
솔직히...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 읽지 못했다. 분명 더 잔인했던 부분들도 있었는데 그 때는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 무서워서 몇 줄 밖에 못 읽었었다.
단순히 나는 교과서에 나온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분들이 겪은 일들은 상상치도 못한 일이어서 읽는 내내 너무 힘들었다.
그분들은 그 끔찍한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셨을지 생각만해도 눈물이 난다.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흘러가기에 아픔을 겪으셨던 할머니들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볼 때면 참 마음이 아프다.
현재 생존하고 계시는 할머니들께서 꼭 사과를 받으시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일본에게 사과받는 그 날까지 오래 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또한, 사과받지 못하시고 한 많게 돌아가신 할머니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며, 다음 생에는 꽃길만 걷는 생을 보내시길 진심으로 기도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