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문지 에크리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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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생각하는 다양한 면의 사랑,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사랑의 기쁨을 만끽하기에 인간의 삶은 너무 길고, 사랑을 온전히 이해하기에 인간의 삶은 너무 짧은 것 같았다.

 

그런 때가 있다. 매번 지나갔던 길이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이후 그 길을 다시 걸을 때의 그 기억.

기억의 잔상들이 오래 남아있음을 피부로 느끼곤 하는데 그럴 때면 문장 하나하나 머릿속에서 분출되어 나온다.

그래서일까. 책도 꾸준히 읽고는 있지만 요새 나는 글을 '읽는' 것보다 '쓰는' 것에 더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사랑에 관련된 글을 쓰다보니 우연히 보게 된 '문지 에크리' 시리즈를 보고선 먼저 손이 간 책이 바로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이다.

덧붙여, 김소연 작가님의 전작이었던 평범했던 일상을 특별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던 『나를 뺀 세상의 전부』를 읽고선 꽤 좋았던 기억이 있기도했고.

 

사람들은 로맨스 서사의 판타지로 배워온 사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내가 하는 사랑은 이토록 구질구질한데 영화 속 사랑은 감미롭기만 하니, 번번이 내가 어딘가 잘못된 사람처럼만 느껴진다. 사랑은 어딘가에 따로 있는 것만 같고, 내가 하고 있는 이것은 어떤 실수이거나 고행이거나 투쟁처럼만 느껴진다. _p.57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사랑으로 인해서가 아니라 다른 것들로 인해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의 충만함과는 별개로 고독해질 수 있다는 것. 오래된 연인이 함께해온 많은 방식을 어느 한쪽은 익숙해져 안온해하는 반면, 어느 한쪽은 지루해져서 변화와 모험을 욕망할 수도 있다는 것. 다른 사랑을 추억하고 상상할 수도 있다는 것. 사랑받는 자의 천성적인 그릇이 작아서 어떤 경우는 너무 넘쳐 받아내다 지칠 수도 있다는 것. 예민하던 사랑이 둔감해져가는 자연스러운 사실에 대하여 한 사람은 생활이 되어간다며 안도감을 느끼지만 한 사람은 상실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모르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일 수도 있다는 것.

이 어쩔 수 없는 모습 앞에서,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_p.75

 

귀는 언제나 입에게 경고한다. 쉽게 말하지 말라고. 입은 언제나 귀에게 애원한다. 함부로 내뱉는 말을 잊어 달라고. 친구든 연인이든, 칭찬이든 악담이든, 교감을 위한 것이었든 단지 푸념이었든, 그 어느 쪽이 되었든, 대화는 잊는 편이 좋았다. _p.89-90

 

시스템 속으로 진출하는 일과 안정적인 입지를 욕망하는 일과 그럼으로써 더 큰 불안의 수렁 속을 헤매는 일을 그만두는 일. 새로운 경험의 세계로 입성하여 불안의 출렁임을 함께 즐길 용기를 내어주는 일. 경력보다는 경험을, 사회적 입지보다는 세계에 대한 태도를, 안정보다는 표류를 함께 도모하는 일. 삶에 관하여 영원히 딜레탕트로 남는 일. 불안에 관하여 가장 전문적이고 능란해지는 일. 이런 일을 함께할 사람을 곁에 두는 생을 그녀는 사랑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_p.156

단 하나의 사랑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그녀는 알고 싶었다.

 

저자는 사랑을 단순히 사랑이라 하지 않는다. 다양한 면에서 그녀는 사랑이라 이해하며 받아들이고 있다

그녀를 적어내린 사랑의 정의들을 읽다보면 섬세하고 여린 느낌이 드는 기분이다.

사랑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어렵기에 점점 쉽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그와 그녀만의 사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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