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의 영역
최민우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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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들을 이어보세요, 『점선의 영역』

 

 

『하나, 책과 마주하다』

전쟁고아였던 할아버지는 종로 한복판에 귀금속 가게를 차렸다 조폭들과 오해가 생겨 머리를 다치고 가게까지 망하였다. 그러다 겨우 작은 보석상을 차리게 되었고 부족하지 않게 노년을 보내고 있다. 할아버지에게 특이한 점이 있다면 앞일을 내다볼 줄 안다는 점이다. 그렇게 앞일을 내다볼 줄 아는 할아버지는 가족들에게 미리 언질을 해주셨는데 다만 그 내다보는 앞일이 좋은 것이 아니라 하나같이 다 불행한 일이였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말은 무시할 수 없었다. 달려드는 차를 피할 수는 없다는 말 한마디를 고종사촌형에게 툭 던졌는데 실제 미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했고 큰아버지 과수원에는 불이 났으며 둘째 큰어머니는 투자사기를 당했고 사촌누나는 장염때문에 수능을 망쳤었다. 이 모든 것을 할아버지는 가족들에게 다 예언해 주셨던 것이다.

가족들은 MRI부터 정신과 상담, 기도 굿, 강령술까지 뭔가를 해보자 했지만 꼭 인생이 나쁜 일만 있겠냐면서 그냥 지내자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주인공에게 이런 말을 하셨다.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날 거다.", "소중한 걸 잃게 된다. 힘들 거다. 용기를 잃지 마라. 도망치면 안 돼."라고. 그 말을 해주신 뒤, 며칠이 지나고 할아버지는 보석상으로 출근하다 빙판에 미끄러져 뇌진탕을 일으켜 끝내 일어나시지 못하였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께서 해주셨던 말을 주인공은 곱씹게 된다. 그리고 그 예언은 정말 주인공을 힘들게 하였다.

주인공이 취업 준비를 하던 중 서진이라는 여자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면접이 있던 서진과 저녁 약속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에게 연락이 통 없었다. 걱정도 컸지만 조심스러움에 망설이던 주인공에게 서진이 먼저 연락을 한다. 그리고 머뭇거리며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인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면서 그녀의 집으로 오라고 한다. 일단 오라고 하니 그녀의 원룸으로 간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두컴컴한 방, 불을 켜서 그녀를 보니 그녀에게서 그림자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과연 이게 가능한 것일까? 도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있던걸까?

서진이 2차 면접을 보러 가던 날 면접 내내 부장은 노골적으로 서진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러다 서진에게 "확실히 자기주장이 강한 분이시네."라는 말을 아무렇지않게 내뱉었다. 그렇게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소문이 있다는 이유로 취업이 좌절되고 만 서진은 회사 건물을 나와 대형 쇼핑몰 지하에 위치한 서점을 들어가게 된다. 무슨 생각으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강연 하나를 듣게 된다. 그런데 일순간 강연장의 조명이 꺼지게 되었고 일단 쇼핑몰 밖으로 나왔다. 머리가 어질어질했지만 조금 있다 가셨고 무엇보다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서진은 편백나무 옆에 태양을 등지고 앉아 있었는데 순간 그녀는 경악했다. 사라졌다. 자신의 그림자가.

밖을 나와도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녀는 결국 알게된다. 자신이 그림자를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인공과 서진이 어느 날 매장에 갔는데 깜빡임이 일어나더니 잠시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그 때 그녀는 그에게 고백한다. 이건 다 자신때문이라고.

"왜 그랬어?"

"뭐가?"

"그림자. 왜 거부했냐고. 무서워서?"

"약간은. 하지만 그게 가장 큰 이유는 아니야."

"그럼?"

서진이 잠시 생각한 다음 말했다.

"그걸 직접 봤을 때 깨달았거든."

"뭘?"

"그게 없어서 내가 지금 행복하다는 사실을."

그녀는 그림자가 없는 것이 행복하기에 찾으려고 하지만 그는 결국 그녀의 그림자를 찾으려고 한다.

그녀는 만류했지만 그는 말한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선 너의 그림자를 찾아야겠다고.

후에 주인공은 교통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이르기까지 하는데 천운인지 다행히 살아남는다. 그리고 서진을 만나며 이야기한다.

할아버지의 말씀은 하나는 일어날 일, 다른 하나는 해야 할 일로 두 가지 말씀이였던 것 같다고.

서진은 주인공에게 나는 너에게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이라 덧붙이지만 그는 내가 너에게 반하는 바람에 네가 '만나서 안 되는 사람'이 되었을 뿐이지 이미 예언은 실현되었으니 모든 불행한 일은 끝이며 지금부터 우리 미래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점들이 만나면 선이 만들어진다.

내용에서 점들이 주어지는데 이 점들을 연결시켜 선으로 연결하는 것은 꼭 내 몫인 것 같았다.

서진은 어둠과 그녀의 그림자를 맞바꿨고 주인공은 그의 눈과 그녀의 그림자를 맞바꿨다. 그 말은 각자의 불완전함을 포용하며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현실을 살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부딪힐 때가 많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훗날 우리는 과거의 행동을 되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을 갖곤하는데 그렇다고 과거의 일이 완벽하게 재구성되며 미래를 완벽히 예측한다해서 우리의 삶이 완벽하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신이 아니기에, 인간이기에 우리의 삶은 완벽하지도 않고 안정되지도 않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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