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정원
닷 허치슨 지음, 김옥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 아름다움 속에 숨겨졌던 어두움, 『나비 정원』

 

 

 

 

 

『하나, 책과 마주하다』

 

허구적인 요소가 가미된 소설은 현실과는 분명 괴리감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더 냉정하고 참혹해지는 현실이라 어떤 면에서는 소설 속 세상보다 현실이 더 잔혹스럽게 느껴진다.

 

사건은 이렇다. 도심에서 꽤 큰 정원이 폭발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곳에서 앳된 소녀들과 큰 부상을 입은 남자 3명이 발견된다.

그런데 여기서 구출된 소녀들이 다 행방불명된 상태였던 것이다. 다 스무살을 넘기지 않은 앳된 소녀들이었고 등이 깊게 파인 목 뒤로 묶는 드레스를 입었는데 등 뒤에는 몇 번이고 공들여 덧칠한 것 같은 날개 문신이 새겨져있었다.

냉랭함이 느껴지는 한 조사실에서 FBI 수사관과 구출된 아이들 중 리더로 보이는 소녀 마야가 마주보고 있다.

모든 아이들이 의지하는 듯한 눈길로 한 소녀만을 바라보았는데 그 아이가 마야였다.

또한 다른 아이들은 구출되었다는 안도감에 방방 떠있는 것과는 반면 침착함과 평정함을 유지하고 있는 마야를 보며 수사관들은 과연 이 아이가 피해자인지 가해자를 도운 공범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심지어 실종자 데이터베이스에도 조회가 되지않아 정체를 알 수 있을 만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캐묻는 수사관들을 향해 "그 사람이 정원사예요."라는 그 말을 시작으로 마야는 수사관에게 끔찍한 범죄의 순간들을 경험했던 비밀 정원의 실체에 대해 낱낱이 말해준다.

짐짓 예상했던 것보다 더 섬뜩한 정원사의 만행은 실로 끔찍했다. 그리고 왜 아이들이 성인이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만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정원사는 소녀들을 납치해 21살이 넘으면 가차없이 살해하였다. 그렇게 살해하고 없어진 아이들의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계속해서 납치했던 것이다.

그게 무려 30년간 지속된다.

정원사도 싸이코패스지만 장남도 그에 못지않게 싸이코패스였다. 소녀들을 고문하고 강간하고 살해하고,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끔찍한 일들을 벌인다.

어쨌든 그녀가 비밀정원에 처음 잡혀왔을 때부터 문신을 하는 순간 그리고 몸과 마음으로 겪었던 끔찍한 순간들이 그녀의 입을 통해 나오면서 책은 전개된다. 또한 정원사의 차남과 소녀들의 탈출과정에 반전의 묘미가 있으니 이를 주목해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읽는 내내 스릴넘치는 전개로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었다.

싸이코패스들의 만행을 보니 너무 화가 나서 울컥했지만 오히려 마야의 체념한 듯한 담담한 말투에 느끼고 있는 감정들이 멈칫멈칫하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은 들었다. 인간이란 존재가 죽음의 순간 앞에 놓이면 한낱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맞선다면 인간은 세상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선가 나온다는 사실을. 나의 만족감, 즉 나의 행복을 위해 남에게 피해주는 일은 없어야한다.

남에게 상처를 주고 피해를 주게되면 그 화살을 돌고 돌아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을 향하게 될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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