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맞추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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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엄마의 일상을 다룬 웹툰을 보다가 어린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한다는 부분이 나와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길게는 일곱 살까지 아이는 엄마 뱃속의 모습은 물론이고 들었던 것들까지 기억한다고 한다.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르쳐 준 적 없는 태명을 기억하는 아이의 모습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어린 아이랑 있다 보면 아이가 가진 체력에도 놀라지만 아이의 행동에, 말에 놀라게 된다.

사람들은 살면서 어린 시절의 많은 것들을 잊어 간다. 어린 시절에 시간이 더디 갔던 것은 모든 것이 궁금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나도 지루한 것이 없어 이것도 저것도 궁금해하다보면 시간은 길기만 하다. 반면 어른이 된 이후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잃고 많은 것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마당이니 여름인가 싶으면 겨울인 것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이 책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는 그런 보통의 어른들과 달리 아이의 마음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시인의 마음을 담고 있다. 그런 그조차 어른이기에 아이들 틈에 있어도 닳고 있는 것을 막을 수 없지만 그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지 않는 것을 보면 넉넉한 그릇의 어른이 아이의 꿈을 꾸고 있는 셈이었다. 오랜 시간 초등학교 교사로 시인으로 살아온 저자의 에세이이자 시이며, 제자들의 시도 두루 담겨있는 글모음이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의 마음이 넉넉함을 자랑스러워하고 다람쥐처럼 알밤을 주워 모으는 아이들을 귀엽게 생각하며 엄마 없는 아이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사람에 대한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다. 그가 보는 시선을 따라 중간고사를 망칠 것이 뻔하다며 난감해하는 아이의 시도 선생님을 보고 헤벌쭉 웃으면서 안기는 아이의 모습도 너나할 것 없이 사랑스럽다.

거기에 가시만 남은 생선처럼 앙상한 마음, 생각을 가지게 될 때가 있다는 문구는 생각거리를 남긴다. 생각거리에 잠기게 할 때가 있는가 하면 빡빡 밀어본 머리에 아이들이 너나할 것 없이 달려들어 만져보면서 즐거워하더라는 이야기에는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어린 아이가 껌을 주지 않고 낼름 다 삼키는 모습을 보고 약이 올라 아이를 골리는 장면도 그러했다.

살면서 많은 순간 내가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간다. 그 덕분에 어린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더욱 감탄하게 되기도 하지만 많은 것을 궁금해 하는 힘을 잃었다는 것은 아쉬울 때가 많다. 책 속의 이야기처럼 이제 지금의 어린 아이들이 예전의 어린 아이들과 달리 등굣길에 달린 온갖 먹을거리들을 탐하지도 않고 선생님의 말에도 무서워하지 않고 멀뚱멀뚱 쳐다보는 얄미운 행동을 할 때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넉넉한 시인의 눈으로 본 세상살이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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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개청춘>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위풍당당 개청춘 - 대한민국 이십대 사회생활 초년병의 말단노동 잔혹사
유재인 지음 / 이순(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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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행기에 거리의 풍경을 묘사하면서 젊은이들이 희망 없는 눈으로 거리에 나와 앉아 있다는 문장을 읽은 기억이 난다. 여행자가 다가가서 왜 그러고 앉아 있냐고 묻자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 여행기를 읽으면서 그래도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 정도는 아니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 따라서는 젊은 사람들이 패기가 없어서 그렇다지만 패기 있고 야심찬 소수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 책 <위풍당당 개청춘>은 그런 20대의 눈으로 본 세상살이라고 할 수 있다. 선로를 따라 잘 달리던 열차 같던 삶이 학창시절이었다면 졸업 한 이후에는 말 그대로 갈 곳 없게 된 청춘이다. 꿈을 키우라지만 때로 그 꿈이 한 푼 값어치도 없고 취업에 목을 매게 된 세대다. 시작점은 일단 그렇다. 하지만 점점 뒤로 갈수록 갈피를 잃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20대의 입장에서 날카로운 사회비판이 나오나 싶었지만 저자는 자신의 삶 이야기를 할 뿐이다.

취업을 하지 못해서 3년간의 백수생활을 말할 때도, 취업이 되어서 말단 직원으로써 고충을 겪을 때도, 결혼을 해서 손자며느리로 살아야 하는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고충을 털어놓는다. 그게 때로 공감이 되기도 되지 않기도 했다. 사람의 삶은 누구나 평범하지만 동시에 독특하다. 그 고생의 자락이 변명으로 들리는 순간 공감은 힘을 잃었던 것이다. 물론 그녀가 털어놓는 일상은 회사 내에 개를 키웠으면 하는 소망이라던지 사이트의 죽음, 아버지의 한량기질 등을 말하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을 털어놓을 때는 독특한 흥미를 자아냈다.

반면 불평은 어디까지나 비판이 아닌 불평으로만 들려서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다. 취업만 하면 열심히 살 것 같던 마음이 변했다고 자신도 말하고 있지만 취업 전에는 승자가 만든 게임의 불공정과 모든 것이 운임을 비난하고 취업 후에는 항상 을로 살아야 하는 서러움과 삶의 지루함을 말하니 내심 어쩌라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전에는 룰은 바꾸지 않은 기성세대에 대해 불만을 토했다면 자신이 기성세대에 들어간 이후에는 지겹다고 불만을 토하니 할 말이 없어졌다.

그렇기에 비판서가 아닌 투덜거리는 에세이로 보기에는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남편이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터넷 세상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 야구에 몰두하는 새로운 즐거움, 네이버에서 지식을 찾으면서 달팽이를 연구하는 것까지 일상의 소소한 맛이 잘 살아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어려움이 없을 수 없고 누구나 짐을 지고 간다. 겉으로는 안 그래 보이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노력만 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된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어버려서 쓴웃음을 지으며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몇 있었다. 그리고 초반에 그런 말을 했으면서도 변화를 주도하는 누군가가 아닌 안정을 찾자 바로 안주하고 지루해하는 저자의 평범함이 납득이 가기도 가지 않기도 했다. <위풍당당 개청춘>, 사는 게 다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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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망, 너무 사양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마망 너무 사양해 - 행복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꼬마 파리지앵의 마법 같은 한마디
이화열이 쓰고 현비와 함께 그리다 / 궁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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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맘마미아>를 보다보면 내일 결혼할 딸의 발에 페디큐어를 발라주면서 엄마가 노래를 하는 장면이 있다. 어린 시절 가방을 매어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자신을 떠난다니 서글픔과 대견함이 교차하는 듯 그런 노래가 나온다. 어린 시절 가장 듣기 싫었던 말 중에 하나는 내가 자랄수록 부모님이 늙어간다는 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늙어가는 게 한탄스러울 뿐이지만 초등학교 시절에는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었고 얼른 자라서 마음껏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싶었다.

그런 내 모습을 발견하거나 키가 엄마의 머리 위로 웃자란 내가 거울에 비칠 때 엄마는 내가 큰 것이 자랑스러운 듯도 했고 서글픈 듯도 했다. 품안의 자식이라던가. 이제 키가 엄마의 머리 위를 넘어선 지는 오래라서 더 이상 내가 자랄수록 늙어가는 게 당연한 순리란 말은 하지 않으시지만 자식은 언젠가 부모를 떠나갈 '슬픈 사랑'이란 자조적 말씀을 흘리시곤 한다. 이 말도 그리 듣기 좋지는 않다.

모성이 만들어진 신화라는 것을 알아도 엄마는 완전한 존재이기를 바란다. 어린 시절도 지금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책 <마망, 너무 사양해>에서는 완전하지 않은 엄마가 꼬마 철학자를 만나 웃음을 터뜨리고 산타에 대한 환상을 유지해주지 못해서 서글퍼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고 덜컥 그 자리에 정착을 했고 단비, 현비라는 귀여운 남매를 둔 엄마의 이야기다.

엄마가 발톱을 깎아줄 때 간지럽지 않으니 여섯 살이 될 만하고 단 것 앞에서는 자제력도 사라지는 아들 현비와 자신에 대한 당당한 자신감으로 후에 자신 같은 딸을 가지고 싶다는 딸 단비의 이야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보게 된다. 아이들의 재롱에 시간가는 줄 모르기도 하지만 '왜'라는 질문에 도서관으로 달려야 하니 난처하기도 하고 자몽주스를 사놓지 않았다고 성을 내는 남편 앞에서 부글부글 화가 끊기도 한다.

그녀의 일상은 평범한 동시에 이색적이다. 파리의 주부라서 여기와는 모습이 좀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 아이를 키우고 사는 엄마 특유의 모습은 그리 다르지 않다. 아이에게 지능지수를 설명해주다가 곤란해 하기도 하고 바캉스에 갈 때마다 곤욕을 치르는 터에 자신만은 좀 떼어놓고 가라고 하소연하기도 하는 것이다. 월반한 아이에 대한 걱정을 달고 있기도 하지만 의젓하게 그것은 자신이 선택한 문제라고 답하는 말에 놀라기도 하고 그 와중에 이중문화에 대한 긍지를 품은 아이들에게 감탄하기도 한다.

생명의 탄생이 경이라면 그렇게 태어난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며 키우는 것은 인내일 것이다. 사람의 아이를 키우는 데는 다른 동물에 비해서 너무 오랜 시간이 든다. 언젠가 그게 손해라고 느껴지지 않는지 궁금해서 엄마에게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키우는 동안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말이다. 엄마의 자긍심이며 즐거움이었다는 말, 그 말을 들은 순간에는 나도 이 책의 아이들처럼 '마망, 너무 사양해'라고 답하고 싶었다.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놀라게 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마음 편하게 읽었다. 어린 시절의 나와 앞으로의 나를 떠올리게 된 건 그 와중에 얻은 덤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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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 - 세쌍둥이와 함께 보낸 설피밭 17년
이하영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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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책은커녕 먹고 자고, 아픈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앓았다. 시작은 대수롭지 않았는데 내버려둔 것이 화근이었는지 다음 날이 되니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말았다. 살려고 간신히 몸을 움직여 병원에 갔다가 돌아와 멍하니 시간을 보냈는데 어찌 시간이 흘렀는지 제대로 기억에 나지도 않는다. 아프고 또 아팠다는 기억만 남은 공백의 5일이랄까. 5일이 지나서야 쌓인 책이 가슴을 누르기 시작했다.

책을 읽을 정신이 그제야 든 것이다. 그나마 아직 독기가 다 빠지질 않아서 부담스러운 내용은 읽고 싶지 않았고 에세이 몇 권을 집어 들었다. 병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삶에 대한 가벼운 에세이와 사진집이라고 한다. 무거운 삶이 내리누르고 있는데 그 위에 다른 짐을 얹고 싶은 사람은 없는 것이다. 이 책 <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는 나에게 그런 책이었다. 간신히 벗어나기 시작한 고통의 그림자에서 적적한 시간을 때울 가벼운 에세이 정도였던 것이다.

제목대로 이 책은 도시를 고향으로 여기지만 덜컥 산골생활에 눈을 돌리고 빠지고 만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필례에 들어갔다가 필녀라는 사람을 만나고 어느 순간 필녀와 자신의 입장이 바뀌어 있음을 발견한다. 한때는 객이었으나 이제는 자신이 산골 생활의 주인이 된 것이다. 오히려 필녀가 놀러 와 아이들이 주는 카네이션에 감탄하게 될 정도가 되었다. 물론 세쌍둥이 엄마의 산골생활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한때는 보신탕이라고 하면 기겁을 하던 사람이 개다리를 삶아서 건지고 있어서 친정어머니를 식겁하게 만들기도 하고 벌을 치다가 쏘여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아이 셋을 그것도 세쌍둥이를 건사하는 일은 어디 쉬웠을까. 그래도 그녀는 씩씩하게 살아간다. 인간관계에 회의를 느낀 사람마냥 다 끊어냈다가도 먹고 살자니 하게 된 방장사, 밥장사에서 만난 손님들에게 정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오히려 손님이 오지 않을 때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녀의 산골 생활은 이 짓을 하지 않고 오두막에 살다가 땅을 팔았다면 떵떵거리고 살지 않을까 하는 회한에 잠기기도 하지만 세쌍둥이의 예쁜 짓에 웃음 짓고 김장거리를 잔뜩 쌓아 놓고도 아이들과 별을 보는 사치를 누리기도 한다. 그 와중에 장터에서 장을 볼 때마다 느끼는 즐거움이나 길이 뚫려서 마트로 영화관으로 놀러가면서 도시에 대한 향수병을 달래는 색다른 기쁨을 펼치기도 하는 것이다.

사람의 인생은 제각기 다 독특하고 그러면서도 다 평범하다. 얼마나 아플지의 대략적인 기간을 묻기 위해 주치의에게 '평균적 기간'을 물어봤다. 결국 나라는 개인은 독특해보이지만 전체로 치면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쌍둥이 엄마의 산골이야기도 그런 면에서 독특하면서도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에 평범하다. 그럼에도 그 이야기를 더 독특하게 부럽게 느끼게 되는 것은 도시 사람 특유의 산골 생활에 대한 동경 때문일 것 같다. 아니면 일을 미뤄두고 별을 보러 나가는 여유를 잃고 있기 때문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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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2010-03-07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안님,
'사람의 인생은 제각기 독특하고 그러면서도 다 평범하다.'에 공감합니다.
아프신 와중에도 책을 읽어주심,리뷰를 남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완쾌되셨으리라 여기며 즐거운 봄 날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올려주신 리뷰 '건강하게 살아가기'
저희 세쌍둥이네 풀꽃세상 홈페이지 (www.jindong.net) 풀꽃사는 이야기방으로 퍼가는 것을 신고합니다.
 
<사소한 발견>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현웅.장희엽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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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코트를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평소 충동구매를 하는 편이 아닌데 이메일로 온 쇼핑몰 광고메일에서 그 코트를 발견한 이후 2주간이나 그 코트가 아른거렸던 것이다. 사실 2주간을 끙끙댔으니 충동구매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진만을 보고 주문한 물품은 받은 순간 약간의 당혹감과 사소한 거슬림이 남았다. 디자인도 그대로고 마음에 쏙 든 것도 맞지만 단 한 가지가 거슬렸던 것이다. 바로 단추였다. 디자인을 위해 보이지 않게 만든 단추가 전부 똑딱이 단추로 되어 있었다.

반드시 떨어지게 되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훅 잡아당겨야 되는 단추는 사소한 걱정을 달고 사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부담이 되었다. 게다가 꼼꼼하게 달려 있지 않던 단추는 우려대로 시착을 했을 뿐인데 달랑거리는 모습을 선사해서 음침한 불만의 씨앗을 남겼다. 확 잡아당겨야 하므로 옷감이 상하면 어쩌나 하는 소심함은 그렇다고 쳐도 말이다. 결국 전부 꼼꼼하게 다시 달아야 했는데 그 동안 입에 똑딱이 단추에 대한 불만을 달고 살았다.

사소한 것들, 그런 것들이 바로 사람을 거슬리게 하고 바로 그런 것들이 사람을 감동시킨다. 이 책 <사소한 발견>은 일상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물품에 대한 에세이와 사진을 담고 있다. 단추에서 포크와 숟가락까지 소재도 다양하다. 사물에 대한 생각들, 경험들이 다양해서 흥미롭게 보게 되는 동시에 누구나 일상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물에 대한 생각이므로 편안하게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가령 저자의 사물에 대한 생각이나 경험담을 읽으면서 자신이 그 사물에 대해서 했던 생각이 덧붙는 식이다. 책 끝부분에도 사물에 대한 사진과 그에 대한 생각을 적어볼 수 있는 칸이 따로 달려 있다.

첫 번째 단추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잃어버린 단추가 신경 쓰여서 어쩔 줄 몰랐던 경험과 그 경험에서 단추를 지나치게 의식하며 사는 여자에 대한 단편을 쓴 이야기까지가 들어 있다. 나는 당연히 최근 똑딱이 단추에 대한 불만과 오래 전 맞는 단추를 찾아서 엄마와 남대문 시장에 갔던 기억까지 다양한 기억이 떠올랐다. 이렇게 사물에 대한 단상들이 흘러가는데 타자기와 컴퓨터를 연결해서 키보드 대용으로 쓸 수 있다는 말에서는 부러움을, 연필을 깎는 즐거움을 말하는 데서는 자신의 서툰 연필 깎는 솜씨에 대한 아쉬움을, 사고의 연장으로 클립을 떠올리는 데에 대한 부분에서는 슬며시 멋쩍음을 느끼게 되었다.

저자는 종이에 상처를 주지 않기 때문에 스테이플러보다는 클립이 좋다고 했지만 종이에 태연히 상처를 주는 스테이플러를 선호해왔기 때문이다. 변명을 하자면 클립으로 리포트를 묶어서 제출할 경우 은근히 빠져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클립으로 묶어서 내라고 하지 않는 한 그렇게 내면 감점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니면 종이에 상처가 난다는 생각을 아예 안 해봤거나.

이 책 <사소한 발견>은 편안한 시간에 읽기 좋은 책이다. 타인의 경험에 비추어 자신의 경험을 되새길 수도 있고 사물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쌓아갈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주위를 돌아보니 사소한 물품들이 주위를 둘러쌓고 있다. 하지만 내 눈에는 어느 것 하나 사소한 것 없이 위대한 발명품들뿐이다. 몇 천 년의 기술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종이와 또 그 이후 오랜 시간이 걸려서 만들어진 지식의 정수인 책부터 짹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시계까지 말이다. 그것들이 좀 더 특별한 것은 어떠한 사소한 것들이라도 누군가의 놀라운 발견에 의해서 시작되었다는 점도 있겠지만 이 책 <사소한 발견>에서처럼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기억의 열쇠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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