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월드>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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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월드 - 떠도는 우주기지의 전사들
닐 게이먼 외 지음, 이원형 옮김 / 지양어린이 / 2009년 4월
평점 :
한 때 거울을 주제로 한 공포영화가 나왔었다. 그 영화에서 가장 무서웠던 것은 거울 속의 다른 자신이 실제로는 자신이 아니지만 자신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이었다. 거울은 자신을 비추지만 그것이 실제 자신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 거울 속으로 들어가는 공상이나 거울 속의 누군가가 나오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혹은 도플갱어처럼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수많은 자신을 만나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소설 '드래곤 라자'속의 영원의 숲에서는 기억이 분리되어 무수히 많은 자신을 만들어낸다. 그 때 인간은 다른 자신을 만나면 죽이려 든다.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상대도 역시 자기 자신이어서 죽이면 그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 사라지는 것인데도 그랬다. 여기 조이라고 불리는 한 소년도 무수히 많은 자신을 만나게 된다. 소년은 평범했지만 한 가지만은 특이했다. 길을 지독히도 못 찾았고 방향감각도 없어서 자기 집에서도 길을 잃었다. 마침 동생을 위해 개조공사를 하기도 했지만 식사를 하러 내려가야 할 시간에 동생의 방에 들어가거나 벽장에 들어간다.
그런 소년이 시공간을 뛰어 넘어 다른 세계로 간다. 그가 가진 약점은 시공간을 뛰어 넘는 능력 '워킹'으로 인한 부작용이었던 셈이다. 조이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사춘기가 될 때까지 몰랐지만 우연히 팀 별 과제를 하다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자 능력이 발현된다. 허나 건너간 세계도 지금의 자신이 사는 곳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조이는 자신이 다른 세계에 와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 돌아가자 조이의 어머니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거기에 분명 개조공사를 한 집이 개조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더구나 그 집에는 한 아이가 있었는데 이름이 조세핀이었고 딱 조이가 여자애로 태어났다면 가졌을 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조이는 공포에 질려 집을 뛰쳐나가고 또 '워킹'을 한다. 그의 능력은 감정에 반응했던 것이다. 그 때 한 사람이 조이에게 접근한다. 그의 이름은 제이, 인터월드 소속의 군인이었다. 물론 조이와 얼굴이 같았다. 전투복으로 인해 그의 얼굴은 왜곡되어 보였지만 매일 보아 왔던 자신의 얼굴을 착각하기는 어려웠다. 조이는 경악하고 그를 경계하지만 그 와중에 다른 자들이 접근한다. 인터월드가 적대하고 있는 바이너리 측 사람들이었다. 워킹 능력자를 포획해서 냉동한 다음 그 능력만 쭉쭉 빨아내는 자들이었다. 과학에 대해 지나치게 신봉하고 다른 차원을 점령하려는 제국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조이는 일단 제이의 말에 따라 도망친다. 머릿속은 혼란스러웠고 돌아갈 집은 없었다. 일단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그가 가야할 곳을 고민할 때 한 사람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처음 그가 워킹을 하게 한 사건을 제공한 다마스 선생님이었다. 조이는 선생님이라면 자신의 말을 들어 줄 것이라고 판단한다. 조이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능력을 발휘해가며 학교로 돌아간다. 그런데 묘한 것이 선생님이 조이를 보고 하얗게 질린다.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조이는 몇 년 적에 익사했다고 한다. 살아 있는 조이는 다치는 바람에 폭포에 가지 못했지만 죽은 조이는 폭포에 가서 익사했고 선생님이 축사까지 했다고 한다.
다마스 선생님은 놀랐지만 조이가 기대한 대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런데 이 때 방해꾼이 끼어든다. 마찬가지로 인터월드가 적대하고 있는 또 하나의 제국인 헥스 측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마법사로 이뤄진 자들은 강력한 워킹 능력을 가진 조이를 끌고 간다. 그들의 함선을 움직이려면 연료가 필요한데 그 연료를 워킹 능력자의 영혼으로 쓴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삶고 각종 처리를 해서 영혼의 정수만 빼낸다고 했다. 마법에 걸려 속절없이 끌려가는 조이의 앞날은 어둡기만 했다.
한 소년이 모든 차원을 정복하려는 두 제국의 사이에 끼어들고 후에는 그에 대항하는 전사가 되어간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소년의 설정보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다중차원에 대한 부분과 두 제국에 대항해 조화를 유지하려는 군대가 전부 여러 차원에서 모여든 다양한 '조이'들이라는 점이었다.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살던 세계도 다르지만 전부 한 사람이라는 설정이 독특했다. 거기에 작가도 '샌드맨'의 작가 닐 게이먼인 터라 더 호감이 갔다. '샌드맨'으로 매혹적 다크 판타지를 선사한 작가가 창조한 세계가 어떤 것일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 기대는 어느 정도 충족되었지만 처음의 설정이 매혹적이었던 반면 어느 순간부터 단순한 판타지에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다소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수많은 자신을 동료로 하고 마법사와 과학자에 대항하는 소년의 이야기는 충분히 이색적이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다중 차원을 배경으로 하고 수많은 다른 차원에서 온 자신을 동료로 싸우게 된 소년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는 점이 좋았어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아무래도 닐 게이먼의 그래픽 노블 '샌드맨'이 떠오르네요. 꿈의 세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오르페우스의 이야기가 이색적인 다크 판타지에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판타지 소설을 즐기는 10대~20대 후반까지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가면에 비친 내 얼굴은 얼빠지고 우둔해 보였다. 땀으로 얼룩진 얼굴, 걸레처럼 축 늘어진 적갈색의 머리카락, 크게 뜬 갈색 눈. 그리고 비틀린 입은 놀람과, 솔직히 말해 공포로 얼룩진 그로테스크한 모습이었다. (P30, 제이와의 만남)
이 책은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