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산타로 변장한 아버지를 못 알아보고 앙칼지게도 울어대는 아이가 텔레비전에 나왔다. 어설픈 수염에 빨간 옷을 두른 아버지는 진땀을 흘리는데 아이는 요지부동이다. 결국 딸에게 산타에 대한 좋은 추억을 선사하려 했던 일대 이벤트는 공포감만 안겨주며 끝이 났다. 덤으로 옆에 있던 꼬마에게 산타는 친구 아빠라는 좋지 않은 힌트까지 넘겨주면서 말이다.

 

 착한 아이와 버릇 없는 아이를 분류하는 중 

 

언제부터인가 많은 아이들의 산타 노릇을 하느라 그 아이의 부모가 쩔쩔매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해진다. 산타라는 말에 떠오르는 거라고는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 속 샌디 칼날손이라든가, 영화 <또마> 속 침입자, 콜라 광고 때문에 빨간 옷을 두르게 된 세인트 니콜라스 정도다.

 

 산타를 납치하려는 애들에겐 당연히 선물은 없어

 

기본적으로 산타를 믿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일까. 선물 때문에라도 산타를 믿어야 할 나이엔 아예 그 존재조차 몰랐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올라가서야 '산타? 그런 것도 있어?'하고 놀란 후에 못 받은 선물을 아쉬워 했으니 이미 그때도 믿는게 아닌 셈이었다. 아예 대상 외였겠지.

 

 영화 <또마>. 원래 이런 느낌이었던가? 워낙 어렸을 때 본 거라...

 

더욱이 자신을 해고했다고 최첨단으로 경비시스템을 갖춘 전 고용주의 대저택에 침입해서 당뇨병에 걸린 노인과 어린 손자를 위협하는 악당이 산타 옷을 입고 있던 터라 산타에 대한 호응도는 미적지근한 편이다. 하기야 붉은 옷을 입고 하룻밤 새에 전 세계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준다는 신비의 존재가 가진 선의 자체를 의심하는 나이이니 별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산타는 납치 되었다

 

도리어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크리스마스 공식 영화처럼 틀어서 보고, 잭이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느라 둘러댄 산타 클로스의 가짜 이름 '샌디 칼날손'에 낄낄 대며, 미드 <그림> 속 베센 산타가 버릇없는 아이들을 잡아다 낼름 먹으려는 상황에 태연하니 산타를 공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아이가 납득이 갔달까.

 

선물을 주기는 커녕 버릇없는 애들을 잡아간다 

 

어느 웹툰에서 유치원장 선생님이 산타 복장을 하고 있는 걸 보고 '내가 아는 사람이 유명인이라니 신난다'는 동심에는 그저 감탄만 하게 될 뿐이다. 적어도 어제의 아버지는 아이의 동심을 위해 '삼촌은 바쁜 산타 할아버지한테 고용돼서 알바로 일하는 중이야'라고 했어야 되질 않나 생각하니 분명 언젠가는 있었을 동심은 간 데 없구나.

 

 

과연 동그란 바구니 안에 들은 건?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보나마나 이 영화. 그래도 크리스마스 마을은 멋지다

 

 

 

 

 

 

 

 

 

 

올해도 안 오실 산타 할배를 대신해 직접 사들일까 고려중인 선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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