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에 책이 있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시냇물에 책이 있다 - 사물, 여행, 예술의 경계를 거니는 산문
안치운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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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즐거운 점의 하나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가진 기분에 따라 같은 날이 다르게 해석되듯이 전혀 다른 사람의 눈으로 통해 본 세상은 내가 본 것과는 상이한 모습을 하고 있을 때가 많다.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읽어내는 시각을 보는 것은 때로 좋은 자극이 된다. 공감을 하든 못하든 타인의 시각은 신선한 즐거움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이 책 <시냇물에 책이 있다>는 그런 면에서 신선한 자극이 남는 책이었다. 독특한 제목을 가진 이 책은 문인보다 더 글을 잘 쓰는 연극인이 쓴 에세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사실 그 말에 그다지 동의할 생각은 없으나 머리말에 쓰여진 것을 보면 더없이 진지하게 글쓰기에 매진하는 사람이 쓴 에세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자신이 받아들이는 삶, 여행, 공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하나의 진한 생각을 한 자, 한 자 글로 적어냈다는 느낌이 강했다.

에세이라고 해서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생각을 꼬이게 만들 때가 잦은 책이었다. 아버지가 반대한 연극 공부를 해서 유대가 부서지자 그 유대를 잇는 유일한 방법은 반대한 공부에 계속 매진하는 것이었다는 내용부터 프랑스 인 부자가 울면서 그를 찾아왔던 이야기 속의 말과 단절에 대한 것은 진한 여운과 깊은 생각거리를 남겼다. 아버지와의 단절의 계기가 단절 이후의 관계에서 유일한 관계의 끈이었기에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이제 어버이의 입장에서 자식에게 기대하게 되는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점차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프랑스에서 혼자만의 고독을 느끼고 있을 때 울면서 찾아온 아이를 위한 전화 연결과 대화를 하지 않은 채 관계의 단절을 했을 때 남겨진 자의 고통처럼 말과 관계의 단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면이 있었다. 그렇다고 하여 한없이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는데 읽은 책에 대해 써놓은 부분이나 프랑스에서 아내를 독려하고 친구들을 보고 싶어 하는 부분, 자신의 나라를 경유해서 가는 자들을 의심의 나라로 보게 된 나라의 이야기처럼 천천히 읽어나갈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책의 전체 분위기 자체가 조용한 숲 속을 걸으며 바람 소리, 숲이 뿜어내는 소리, 자신이 자아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듯 차분한 편이라 단숨에 읽어나가기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문과 담의 관계와 다른 점에 골몰해보기도 하고 팬과 프로팬의 차이점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또한 안이 보이는 술집에서 왁자지껄하게 떠들던 사람들이 안이 보이지 않게 되자 목소리가 낮춰졌다는 이야기 다음을 궁금해 하기도 했다.

산책을 하다보면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다시 보게 되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았던 것을 떠올리거나 뭉쳐있던 생각을 정리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느낌이었다. 타인의 생각의 두루마리를 슬며시 풀어내어 읽어가다보면 머릿속에서 천천히 산책을 하고 있는 것만 같은 감각에 휩싸였다. 다른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것과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결국 모두 삶에 대한 이야기라 마지막에는 하나의 점으로 모여들고 다시 퍼져나갔지만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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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2009-11-2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안님, 저도 이책 읽고 서평을 쓰고 있는데, 정말 서평을 잘쓰시는거 같습니다. 추천 꾸욱 누르고 가요. 서평 잘 읽었습니다.

에이안 2009-11-27 14:59   좋아요 0 | URL
칭찬 감사합니다, 돌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