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힘이 세다 - 죽어있는 일상을 구원해줄 단 하나의 손길, 심미안
피에로 페르치 지음, 윤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어린 아이는 어른에 비해서 작다. 부드럽고 통통한 뺨, 맑은 구슬 같은 눈, 앙증맞은 손발까지 보고 있자면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자아낸다. 같은 생명체의 어린 모습일 뿐이지만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인간의 어린 아이는 성체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길다. 다른 동물들의 새끼가 금세 일어나 달릴 수 있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그렇기에 어른의 보호가 필요하다. 그래서 종족을 번식하기 위해 새끼일수록 사랑스럽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을 하고 있고 애정을 느끼도록 한다는 것이다. 보호받기 위한 것이다.

아름다움에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이 숨어 있다. 하지만 정작 몇몇 순간을 제외하면 아름다움에 대해서 잊고 지낸다. 혹은 기껏해야 아름다움을 외적인 아름다움에 한정하거나 소유욕을 불태우는 객체로만 떠올리게 된다. 아름다움이야말로 평범한 삶에 색채를 더해주는 비밀인데도 말이다. 이 책 <아름다움은 힘이 세다>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아름다움에 대해 예찬하고 아름다움의 변질이나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이 좁아지는 편협함을 경계한다.

아름다움이란 어디까지나 상대적 개념이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아름답다고 느껴도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 있고 같은 사람이 같은 것을 보고 매번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더구나 심장이 멎을 것처럼 아름답다고 느꼈던 광장도 더욱 아름다운 청동상을 보고 나오면 퇴폐적이고 시시한 곳으로 변해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참 후에 다시 그 광장에 가보면 다시 아름답다고 느끼며 감탄하게 되니 아름다움에 절대성은 없는 셈이다.

사람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폭은 저마다 다르다. 전혀 다른 음악, 건축물, 예술 작품, 풍경 등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것은 취향의 문제이므로 나쁜 것은 아니다. 단지 획일적으로 가르쳐서 서양의 유명 미술 작품을 보고는 무조건적으로 아름다움을 느껴야 하는 것처럼 가르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한다. 보다 많은 것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삶은 더 행복하고 활기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면서 가만히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그리고 내리쬐는 햇살에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는 먼지조차도 아름답다는 감상을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게 삶은 좀 더 행복한 것이 될 것이다.

더구나 길을 걷다가 무심코 보게 된 단풍의 잎맥 하나하나까지 들여다보며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은 선명한 기억으로 남는 동시에 사람에게 살아있다는 실감을 갖게 한다. 삶에 대한 활기를 주는 것이다. 거기에 누군가와 그 순간을 공유한다면 그것은 영혼을 나누어 가진 것과 같다고 한다. 타인에 대해서 그 사람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큼 타인을 깊숙이 알게 되는 경우도 없을 것 같다. 반면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삶은 죽어 있는 것과 같다고 한다. 하루하루가 무채색이라면 모든 시간은 무료할 뿐이고 그것은 살아있는 것이 아닌 그저 그 곳에 있을 뿐인 것이다.

이처럼 아름다움의 힘은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 더구나 그것은 누군가에게 사야 하는 것도 얻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관점에 따라 보이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아름다움을 외면적인 것, 육체적인 아름다움에 국한하고 그것을 소비재로 변환시킨다. 아름다움을 변질시키고 그것을 상품화한 것이다. 그런 아름다움을 쫓아봐야 허망함만 남는다. 오히려 자신 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을 뜨게 해서 평범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읽을 수 있다면 그 순간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 선명함으로 남을 것이다. 아름다움의 강력한 힘에 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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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샬롯 2009-08-14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안님은 미인이시군요.^^ 제가 만든 사전에요. (제 멋대로 단어를 재해석하는 거랍니다다;;) 미인이란 생활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되어있어요. 아름다움이란 김광섭 씨의 '생의 감각' 같은 것이로군요.

에이안 2009-08-14 15:39   좋아요 0 | URL
그런 의미의 미인이라면 '미인' 맞아요.^^
순간 에샬롯님의 미인이라는 말에 움찔 했답니다. 단어를 재해석하신다니 재치있으신 분이신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