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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현웅.장희엽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얼마 전에 코트를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평소 충동구매를 하는 편이 아닌데 이메일로 온 쇼핑몰 광고메일에서 그 코트를 발견한 이후 2주간이나 그 코트가 아른거렸던 것이다. 사실 2주간을 끙끙댔으니 충동구매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진만을 보고 주문한 물품은 받은 순간 약간의 당혹감과 사소한 거슬림이 남았다. 디자인도 그대로고 마음에 쏙 든 것도 맞지만 단 한 가지가 거슬렸던 것이다. 바로 단추였다. 디자인을 위해 보이지 않게 만든 단추가 전부 똑딱이 단추로 되어 있었다.

반드시 떨어지게 되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훅 잡아당겨야 되는 단추는 사소한 걱정을 달고 사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부담이 되었다. 게다가 꼼꼼하게 달려 있지 않던 단추는 우려대로 시착을 했을 뿐인데 달랑거리는 모습을 선사해서 음침한 불만의 씨앗을 남겼다. 확 잡아당겨야 하므로 옷감이 상하면 어쩌나 하는 소심함은 그렇다고 쳐도 말이다. 결국 전부 꼼꼼하게 다시 달아야 했는데 그 동안 입에 똑딱이 단추에 대한 불만을 달고 살았다.

사소한 것들, 그런 것들이 바로 사람을 거슬리게 하고 바로 그런 것들이 사람을 감동시킨다. 이 책 <사소한 발견>은 일상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물품에 대한 에세이와 사진을 담고 있다. 단추에서 포크와 숟가락까지 소재도 다양하다. 사물에 대한 생각들, 경험들이 다양해서 흥미롭게 보게 되는 동시에 누구나 일상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물에 대한 생각이므로 편안하게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가령 저자의 사물에 대한 생각이나 경험담을 읽으면서 자신이 그 사물에 대해서 했던 생각이 덧붙는 식이다. 책 끝부분에도 사물에 대한 사진과 그에 대한 생각을 적어볼 수 있는 칸이 따로 달려 있다.

첫 번째 단추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잃어버린 단추가 신경 쓰여서 어쩔 줄 몰랐던 경험과 그 경험에서 단추를 지나치게 의식하며 사는 여자에 대한 단편을 쓴 이야기까지가 들어 있다. 나는 당연히 최근 똑딱이 단추에 대한 불만과 오래 전 맞는 단추를 찾아서 엄마와 남대문 시장에 갔던 기억까지 다양한 기억이 떠올랐다. 이렇게 사물에 대한 단상들이 흘러가는데 타자기와 컴퓨터를 연결해서 키보드 대용으로 쓸 수 있다는 말에서는 부러움을, 연필을 깎는 즐거움을 말하는 데서는 자신의 서툰 연필 깎는 솜씨에 대한 아쉬움을, 사고의 연장으로 클립을 떠올리는 데에 대한 부분에서는 슬며시 멋쩍음을 느끼게 되었다.

저자는 종이에 상처를 주지 않기 때문에 스테이플러보다는 클립이 좋다고 했지만 종이에 태연히 상처를 주는 스테이플러를 선호해왔기 때문이다. 변명을 하자면 클립으로 리포트를 묶어서 제출할 경우 은근히 빠져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클립으로 묶어서 내라고 하지 않는 한 그렇게 내면 감점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니면 종이에 상처가 난다는 생각을 아예 안 해봤거나.

이 책 <사소한 발견>은 편안한 시간에 읽기 좋은 책이다. 타인의 경험에 비추어 자신의 경험을 되새길 수도 있고 사물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쌓아갈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주위를 돌아보니 사소한 물품들이 주위를 둘러쌓고 있다. 하지만 내 눈에는 어느 것 하나 사소한 것 없이 위대한 발명품들뿐이다. 몇 천 년의 기술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종이와 또 그 이후 오랜 시간이 걸려서 만들어진 지식의 정수인 책부터 짹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시계까지 말이다. 그것들이 좀 더 특별한 것은 어떠한 사소한 것들이라도 누군가의 놀라운 발견에 의해서 시작되었다는 점도 있겠지만 이 책 <사소한 발견>에서처럼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기억의 열쇠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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