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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프리 - 비트 경제와 공짜 가격이 만드는 혁명적 미래
크리스 앤더슨 지음, 정준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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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이메일 계정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게 된 이후에 궁금했던 점은 어떻게 거대한 용량의 이메일이 공짜로 서비스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또한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예전의 게임 잡지에서는 약간 시기가 지난 정품 게임 CD가 공짜로 제공되었었다. 물론 많은 패션 잡지에서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수많은 부록이 존재한다. 할인점에서는 1+1행사라는 이름으로 두 개의 제품을 하나의 가격으로 제공한다. 이 모든 공짜 전략은 어떻게 유지되는 것일까.

이 책 <FREE 프리>에서는 그러한 공짜 전략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싫다고 하는 사람조차도 공짜 뒤에 무언가 대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겁을 내는 것이지 자신의 돈을 들이지 않고 어떠한 상품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은 꽤 나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것들이 어떻게 가능하며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누군가 말하는 것처럼 공짜, 무료는 무가치한 것과 동의어가 아니다. 가치가 있는 상품이 소비자에게 제공되고 그것이 이익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경제, 그것이 이 책 <FREE 프리>에서 말하는 새로운 경제다.

당연히 공짜 경제는 말 그대로 아무런 대가없이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대가를 누가 부담하는가가 다르며 때로 화폐가 아닌 비화폐로 대가가 치러진다는 점이 기존의 것과 다르다. 잡지를 예로 들어보면 분량이나 정보의 질에 비해서 잡지는 대체로 저렴한 가격 수준을 유지하며 동시에 공짜로 부록이 따라붙는다. 잡지를 실제로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운영되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잡지에 광고를 게재하려는 광고주가 일정 수준의 돈을 내고 잡지의 실제 소비자는 그에 따라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상품을 얻을 수 있다.

덕분에 포르투갈의 신문사의 경우에는 신문에 은식기를 덤으로 주는 행사를 해서 구독률과 수익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공짜를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없을 뿐더러 공짜 경제는 규모의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은식기를 비롯한 대부분의 상품은 대량으로 구매를 하게 되는 경우 그 가격은 대폭 하락하며 양이 많아질수록 개인의 부담은 '0'에 가까워진다. 공짜 경제는 실상 규모의 경제가 없다면 유지하기 어려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더욱 부흥하게 된 것은 웹상에서의 비용은 한층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웹을 통한 경제는 계속 넓어지고 있고 그에 따라 이용자도 대폭 늘어났다. 전체 100% 중 고급 사양의 유료 서비스를 선택하는 5%만 있어도 나머지 95%는 조건 없는 무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 혹은 광고주가 대신 대가를 치르는 구조나 하나는 무료로 다른 하나는 유료로 파는 것 이외에도 블로거가 컨텐츠를 제공해서 올리고 사람들은 그에 따라 트래픽이나 구독률을 명성으로 제공하는 식의 공짜 경제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보면 해적 행위조차 명성이라는 대가를 줌으로써 공짜를 가능하게 한다는 논리였다. 비용이 대폭 낮아질 수 있는 비트 경제 아래에서의 공짜 경제와 규모에 따라 많이 낮아질 수는 있으나 제약이 따르는 원자 경제 아래에서의 공짜 경제를 비교하며 설명하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게다가 공짜 경제에서 대가로 제공된 명성 등을 현금화하는 것은 당사자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고 공짜 경제에만 의존해서는 경제가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정말 대가없는 공짜, 이용하기에 따라 문제가 없을 수 있는 공짜 경제의 미래를 보여준 것은 꽤 신선했다. 정말 공짜로 경제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던 것이다. 비트 경제 안에서의 혁명적 미래, 앞으로도 새로운 방식으로 경제를 뒤흔들 공짜 전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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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기업열전 - 국내 최강 기업의 라이벌전 그리고 비하인드스토리
정혁준 지음 / 에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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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을 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 혼자서 하면 완급을 조절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렇기에 마라톤을 할 때 보면 우수한 선수에게는 페이스를 조절하는 사람이 함께 달린다. 그 사람이 함께 뛰어서 선수가 제 기량을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물론 흔치 않게 페이스를 조절하는 사람이 그대로 달려가 우승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체로 함께 달려줄 상대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경우가 많다.

때로는 자신의 기량보다 한참 위인 사람을 라이벌로 보는 경우도 있다. 그 사람을 목표삼아 자신을 끌어 올리는 것이다. 최고의 자리에 서 있는 사람도 자신에게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는 사람이 자극제가 된다. 나태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누구와 경쟁 관계에 있느냐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가 중요하다. 이것은 인간 관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업간에도 중요하다. 서로의 등을 보고 달려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도 하고 잘하던 부분을 더욱 특화시켜 명실공히 최고의 자리에서 군림하기도 한다.

이런 기업 간의 경쟁 관계와 그에 따른 발전을 읽어낸 것이 이 책 <맞수기업열전>이다. 맞수기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삼성과 LG를 필두로 하여 경쟁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여러 기업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1등 기업과 2등 기업으로 나뉘어 설명하고 있는데 1등 기업은 왜 1등 기업이 되었는지 보통 후발 주자로 뛰어든 2등 기업이 어떻게 선주자로 나선 기업의 영역을 빼앗아갔는지에 대한 설명이 흥미로웠다.

요새 많이들 치열한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블루오션을 열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엄청난 자금력이 필요하고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처지라 실패할 위험도 큰 것이다. 그래서 2등 기업으로 묘사된 기업 쪽이 조금은 영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장이 열린 참에 들어가 자리를 뺏는 것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1등 기업보다 한 가지만 낫게 하면 그 점유율을 빼앗을 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1등과 2등이 싸울 때 전혀 다른 전략을 사용하는 3등과 같은 맥락이었다.

반대로 1등 기업 쪽에서는 다른 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는 것이 점유율을 내릴 수는 있지만 전체 시장이 넓어지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으므로 이익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맞수야 말로 발전에 가장 필요한 동반자인 것이다. 옥션과 G마켓처럼 따로 또 같이 성장하는 곳이 있고 다음과 네이버처럼 엎치락뒤치락 하는 곳이 있는 등 상태는 다양하지만 맞수 기업의 이야기는 그렇기에 발전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수긍을 자아냈다.

언뜻은 LG가 전자 분야에 들어와 삼성을 위협한 것 같지만 덕분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색상은 뛰어나지만 그만큼 눈에 피곤한 제품과 색은 좀 약하다 부드러운 제품처럼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는 강점도 있었다. 더구나 책 <커넥션>에서 보면 하나의 발명은 더 큰 발전을 낳는다. 이 책 <맞수기업열전>에서도 언급된 기업이 또 다른 기업을 잉태하게 하기도 하고 전혀 다른 발전을 낳기도 한다. 결국 혼자서 어느 정도의 속도를 달려 나갈 수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달리면 어떤 전략을 쓰느냐도 중요하다. 그런 경쟁이 다양한 발전을 가져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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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 - 시대를 초월한 인생 지침서 5 시대를 초월한 인생 지침서 5
조지 사무엘 클라슨 지음, 북타임 편집부 옮김 / 북타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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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게 살아도 만족하면서 살 줄 안다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을 치열하게 사는데도 텅 빈 지갑을 갖게 되는 것이 기분 좋을 수는 없다. 돈에 발이라도 달렸는지 술술 빠져나가버리고 어느 순간 빈 지갑을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 집 밖을 내다보니 붉은 십자가 투성이라고 그 십자가가 꽂힌 곳마다 자신의 땅이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다. 거기까지는 아니라도 어린 시절의 소망을 친구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의외로 비슷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슈퍼마켓 주인'이다. 슈퍼마켓의 물건들이 상품이라는 생각을 잘 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에는 수북한 과자가 있는 가게 주인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가끔 꿈이 큰 친구는 백화점 주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이야 슈퍼마켓이나 백화점 주인을 꿈꾸지는 않지만 갖고 싶은 물건은 점차 늘어난다. 신나게 놀고 배만 차면 족했던 어린 시절에는 과자가 욕망의 대상이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다른 영역까지 넘보게 된다. 그렇게 치면 아직도 백화점 주인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만족 없이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 하지만 기왕이면 부자로 살고 싶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는 것일 것이다. 가난이 곧 불행은 아니지만 부는 좀 더 많은 기회를 제시한다. 자신이 기다리던 일에 뛰어들 수 있느냐와 없느냐는 대체로 돈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나면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포기할 수가 없다.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해도 누군가는 알토란처럼 돈을 모으고 누군가는 부족한 통장 잔고에 한숨 쉬게 된다. 왜 그럴까. 황금의 도시 바빌론에서 제일의 부자로 소문난 알카드의 말에 따르면 간단한 부의 법칙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 <연금술>은 노예에서, 맨바닥에서 혹은 빚더미에서 존경받는 부자로 거듭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형식은 평생을 열심히 일했는데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가난을 대물림하는 사람들이 부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러 가는 식으로 전개된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알카드는 부의 비밀은 간단하다고 말한다. 수입의 10분의 1은 무조건 저축해서 모으라는 것이다. 그렇게 10년이 지나면 한 해의 수입이 고스란히 종자돈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돈이 모자라서 쪼개 쓰는 판에 수입의 10분의 1을 저축할 수 있을까 싶지만 10분의 9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꼭 필요한 곳에만 돈을 쓰면 가능하다고 한다. 만약 빚이 있다면 10분의 1은 저축, 10분의 7은 생활비, 10분의 2는 빚을 갚는데 쓰라고 한다. 반드시 10분의 1은 저축을 해나가야 하고 그렇게 해서 모은 10분의 1의 돈에 일을 시키라고 한다. 돈이 자식을 낳고 그 손자에 손자까지 불리고 모든 돈에 꾸준히 일을 시켜서 불려 나가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반복하면 부자가 되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황금의 도시 바빌론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있어 근심하는 왕의 이야기가 나왔다. 왕은 도시 최고의 부자 알카드에게 사람들이 부의 비밀을 배워 부유해질 수 있도록 강연을 하라고 한다. 알카드는 그 강연에서 7가지 부의 비밀을 밝힌다. 수입의 10분의 1은 저축하고 돈에게 일을 시키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부의 비밀도 좋았지만, 세를 내고 사는 것보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는 것처럼 시대와 관련 없이 통용될 만한 내용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알카드가 밝힌 기본적인 법칙들도 그랬지만 여윳돈이 생겼을 때 있을 법한 고민들을 풀어주는 마손의 조언도 마음에 들었다. 돈을 빌려주는 대금업자 마손에게 한 남자가 찾아온다. 돈이 아니라 조언을 들으러 왔다는 것이다. 여동생이 남편의 사업자금을 빌리러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것이었다. 마손의 대답은 타인의 짐을 대신 짊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랬다가는 돈도 그 사람도 모두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에 대한 기본 법칙, 돈을 모으는 방법, 돈을 빌려줄 때 주의할 것들, 빚을 갚는 방법 같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하지만 등한시 했던 것들에 대한 설명이 이야기를 통해서 전해지는 점이 가장 좋았다.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지는 않지만 행복해지는데 필요한 것들을 돈으로 구할 수는 있다. 돈이 없으면 불편하고 구차한 경우가 많다. 그런 마당에 부에 대한 강력한 법칙이라니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었다. 당장 거액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알카드의 7가지 법칙을 따르다보면 얇아만 졌던 지갑이 점차 통통하게 살이 오를 날도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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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안진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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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뉴스에서 경기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사람들의 말꼬리에도 '불황'이란 말이 붙어 있다. 일할 곳을 찾는 사람들은 경기가 나쁘다면서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찾아도 전에 주던 돈의 반밖에 주지 않으려는 기업주가 야속하다고 말한다. 아직도 밤거리는 화려하게 빛나지만 예전처럼 거품이 가득했던 시대는 사라지고 전부 자신의 먹고 살 일을 걱정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이 아무 상관도 없으면 좋으련만 금리가 관련된 말이 나오면 대출 금리가 오를까 불안하고 실업자가 백만명이 넘는다는 말이 나오면 분통이 터진다.

거기에 예전에는 예금 금리가 높아도 높은 줄 모르던 시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0.1%도 아쉽다. 청약통장의 2년 후에는 경쟁률이 치열해진다지만 그것이 만능인 것 마냥 귀가 솔깃해진다. 전부 불황이 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없다지만 쓰던 것들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전부 끊어버렸는지 흐르는 돈이 증발 되어 버린 것만 같다. 아니면 내 주머니 속만 비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불황이라는 말과 IMF가 연상되면서 점점 입맛이 써진다.

경기가 가라앉고 불황이 지속되면서 경제학은 좀 더 관심이 가는 분야가 되어 버렸다. 왜 돈들이 전부 사라져 버렸는지 무엇을 잘못 했기에 불황이 왔고 문제는 경제라면서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것인지 답답해졌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불황의 경제학'은 하나의 답이 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세계 경제에 닥친 재앙을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다. 일단 제목에 맞게 불황에 대한 것을 말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우습게도 불황이 되어 보통 사람들이 경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과 달리 경제학자들은 이제 비즈니스 사이클은 조정이 가능하게 되었으니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 되었다고 말한다. 책 마지막 부분에도 불황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그리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망한다면 어차피 세계가 같이 몰락할 것이니 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도 무방하다는 미국과 달리 제3세계는 경제학 교과서대로 진행되지 않는데도 그렇다. 불황을 막을 수 있고 호황이 언제까지 계속되리라는 장담이 창피할 지경이 되었는데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불황은 연구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첫 머리부터 관심을 끈 저자는 수많은 과오와 거품의 붕괴, 몰락을 지적하고 있다. 비즈니스 사이클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이제 수요 중심의 경제학만으로 풀어낼 수 없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모든 문제를 베이비시팅 조합의 문제로 예를 들어서 설명해나간다는 점이었다. 외출 할 때 쿠폰을 교환가치로 해서 서로의 아이를 돌봐주던 베이비시팅 조합은 돌연 불황에 시달렸다고 한다. 자신이 외출할 때를 대비하여 사용할 쿠폰을 축적하려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때 쿠폰의 사용을 장려한다던지 겨울이 되어 외출하지 않으려 할 경우 겨울의 쿠폰은 여름 쿠폰의 4분의 1 수준으로 해서 어떻게든 쿠폰을 돌게 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간다. 일반적 경제이론도 그렇다. 불황의 경우에는 돈을 돌게 하려 국가에서는 금리를 낮추고 세금을 줄이고 적자 사업이라도 공공사업을 하려 한다.

하지만 아시아 경제위기가 왔을 때 오히려 IMF는 금리를 높였다. 심지어 아시아의 경제위기가 벌을 받는 것이라는 황당한 말도 있었다고 한다. 한 때는 자립을 통해 독립적으로 존재가 가능하다는 의미의 제 3세계 국가는 경제 위기에 금리를 높이라는 요구를 받아들였고 돈줄이 말랐으며 불황에 시달렸다. 경제학에 대해서 모를 일도 없었을 텐데 왜 그랬을까. 판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남미가 한 때 도미노가 넘어가듯이 경제 위기에 시달렸듯이 전혀 다른 나라인데도 서구 사람들에게는 다 같은 아시아고 만약 돈을 풀어서 금리를 낮추면 신뢰감을 잃어 수많은 자본이 빠져나갈까봐 그랬다고 한다.

한 때 IMF시기는 우리나라에 상당히 어두운 시기였다. 그래서 더 분통이 터지는 부분이었다. 최악을 막기 위해 불황을 권장했다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경제학 교과서를 집어 던지고 아마추어 심리학이 난무했다는 표현이 고소하게까지 느껴졌다. 그 안에서 힘든 것이 없었다면 좀 더 고소하련만 웃은 후는 씁쓸해졌다. 그 외에도 우울한 경제학자답게 세상의 어두운 면을 날카롭게 읽어낸다. 공황은 오지 않겠지만 불황이 오래도록 지속될 거라는 말에는 좀 암담해졌다. 하지만 책 자체는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어려울 거라는 기대와 달리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이해하기 힘들지도 않고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헤지펀드는 다소 생소했는데 왜 소로스가 투기꾼으로 비난받았는지 헤지펀드의 쇼트 포지션이 위험한지 같이 몰랐던 부분을 쉽게 이해하게 되었다. 다만 폴 크루그먼의 날카로움에도 불구하고 겨울이 길기만 할 거라는 말은 암담하기만 하다. 언제야 다시 한 낮이 환하게만 느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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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교양 - 당신이 꼭 알아야 할 돈의 비밀과 진실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정환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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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은 다른 물건을 바꿀 수 있는 가치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수단은 어느 순간 사람의 욕망의 대상이 되었다.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느냐,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느냐가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척도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돈과 관련해서 가장 의아한 주제 중에 하나는 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거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파산하게 되느냐였다. 이 주제에 대한 생각은 자신이라면 결코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막대한 돈을 얻었을 때 비슷한 상황에 빠지고 만다. 그 답은 간단한 곳에 있었다. 돈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을 관리하는 능력은 세 살 어린 아이 같은데 막대한 돈이 들어왔으니 지탱을 하지 못해 무너져 내린 것이라는 것이었다.

살면서 꼭 필요한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정작 그 돈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는 사람도 역시 많지 않다. 그래서 많이 벌어도 언제나 주머니는 텅텅 빈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적은 연봉을 가지고 있을 때는 연봉만 늘어난다면 저금도 하고 목돈을 모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연봉이 늘고 나면 그것으로 할 수 있는 것들에 눈을 돌리게 된다. 2천만 원의 연봉으로 검소한 인생을 잘 꾸려나가던 사람이 4천만 원의 연봉을 벌게 되었는데도 적자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바로 그런 상황이다.

저자 역시 그랬다고 한다. 2천만 원 정도의 연봉일 때는 작은 집을 유지하면서 연봉이 늘면 저축을 하겠다고 막연히 생각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연봉이 늘어나자 보다 좋은 입지의 집으로 옮기고 싶었고 좀 더 맛있는 음식점에 가고 싶었다고 한다. 물론 그 음식점의 식대는 전에 먹던 곳보다 다소 높았다. 그리고 할부로 멋진 차도 샀다. 그 상태가 되자 연봉은 2배로 늘었는데 언제부턴가 적자에 시달리게 되었다. 빚에 시달리다 못해 부모님에게 손을 벌렸고 꽤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부모님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빠졌다. 부모님이 한심해 하셨다는 것은 당연했다. 이 모든 일들이 그가 돈을 관리하는 능력을 미리 쌓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났다.

돈을 모으는 방법도 유지하는 방법도 쓰는 법도 몰랐다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가치로만 판단하고 갖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마다 그에 따랐으니 돈이 남아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돈은 다른 것과 교환하는 가치가 맞다. 그래서 물건이 아니라 돈을 사용해서 경험을 쌓는 것에만 집중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돈은 반드시 필요하고 쌓아놓은 돈이 없을 때 건강에 문제가 오거나 하면 큰 불안감이 엄습하게 된다. 돈이 단순한 교환 가치를 넘어 그 가치만큼의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경우에도 만약 부모님이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면 빚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렇기에 기본적인 돈의 교양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기본적으로 벌게 되는 돈이 술술 새어가는 일이 없도록, 언젠가 행운이 굴러 들어온 뒤 몇 년 후 파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또 모르는 일 아닌가. 그래서 이 책은 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탄탄히 쌓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물건을 살 때도 일명 지름신에 부응해서 즉시 살 것이 아니라 일주일 동안 기다리라고 한다. 만약 사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줄었다면 사지 말라는 것이다. 갖고 싶다고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닌데 갖고 싶다는 마음에 휘둘리게 되면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라도 파산할 수밖에 없다.

버는 돈도 일단 단순히 생각해서 6은 생활비를 비롯해서 써야 할 돈을 쓰고 2는 무조건 저축, 2는 자신의 능력을 신장시키는 자기계발비로 사용하라고 한다. 여태껏 10을 쓰던 부분을 6으로 쓰려니 당장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5년만 있으면 자신의 한 해 연봉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의 안심과 가능성 역시 가질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그 외에도 흔히 가입하게 되는 생명보험이 왜 집보다 비싼 물건인지, 집을 살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두 가지 등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많았다. 제목대로 어디까지나 '교양' 정도에 해당하는 수준이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돈에 무지해서야 평생 텅 빈 지갑을 안고 가야할 테니 한 번쯤 반드시 읽어 둘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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