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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 - 세쌍둥이와 함께 보낸 설피밭 17년
이하영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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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책은커녕 먹고 자고, 아픈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앓았다. 시작은 대수롭지 않았는데 내버려둔 것이 화근이었는지 다음 날이 되니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말았다. 살려고 간신히 몸을 움직여 병원에 갔다가 돌아와 멍하니 시간을 보냈는데 어찌 시간이 흘렀는지 제대로 기억에 나지도 않는다. 아프고 또 아팠다는 기억만 남은 공백의 5일이랄까. 5일이 지나서야 쌓인 책이 가슴을 누르기 시작했다.

책을 읽을 정신이 그제야 든 것이다. 그나마 아직 독기가 다 빠지질 않아서 부담스러운 내용은 읽고 싶지 않았고 에세이 몇 권을 집어 들었다. 병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삶에 대한 가벼운 에세이와 사진집이라고 한다. 무거운 삶이 내리누르고 있는데 그 위에 다른 짐을 얹고 싶은 사람은 없는 것이다. 이 책 <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는 나에게 그런 책이었다. 간신히 벗어나기 시작한 고통의 그림자에서 적적한 시간을 때울 가벼운 에세이 정도였던 것이다.

제목대로 이 책은 도시를 고향으로 여기지만 덜컥 산골생활에 눈을 돌리고 빠지고 만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필례에 들어갔다가 필녀라는 사람을 만나고 어느 순간 필녀와 자신의 입장이 바뀌어 있음을 발견한다. 한때는 객이었으나 이제는 자신이 산골 생활의 주인이 된 것이다. 오히려 필녀가 놀러 와 아이들이 주는 카네이션에 감탄하게 될 정도가 되었다. 물론 세쌍둥이 엄마의 산골생활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한때는 보신탕이라고 하면 기겁을 하던 사람이 개다리를 삶아서 건지고 있어서 친정어머니를 식겁하게 만들기도 하고 벌을 치다가 쏘여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아이 셋을 그것도 세쌍둥이를 건사하는 일은 어디 쉬웠을까. 그래도 그녀는 씩씩하게 살아간다. 인간관계에 회의를 느낀 사람마냥 다 끊어냈다가도 먹고 살자니 하게 된 방장사, 밥장사에서 만난 손님들에게 정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오히려 손님이 오지 않을 때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녀의 산골 생활은 이 짓을 하지 않고 오두막에 살다가 땅을 팔았다면 떵떵거리고 살지 않을까 하는 회한에 잠기기도 하지만 세쌍둥이의 예쁜 짓에 웃음 짓고 김장거리를 잔뜩 쌓아 놓고도 아이들과 별을 보는 사치를 누리기도 한다. 그 와중에 장터에서 장을 볼 때마다 느끼는 즐거움이나 길이 뚫려서 마트로 영화관으로 놀러가면서 도시에 대한 향수병을 달래는 색다른 기쁨을 펼치기도 하는 것이다.

사람의 인생은 제각기 다 독특하고 그러면서도 다 평범하다. 얼마나 아플지의 대략적인 기간을 묻기 위해 주치의에게 '평균적 기간'을 물어봤다. 결국 나라는 개인은 독특해보이지만 전체로 치면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쌍둥이 엄마의 산골이야기도 그런 면에서 독특하면서도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에 평범하다. 그럼에도 그 이야기를 더 독특하게 부럽게 느끼게 되는 것은 도시 사람 특유의 산골 생활에 대한 동경 때문일 것 같다. 아니면 일을 미뤄두고 별을 보러 나가는 여유를 잃고 있기 때문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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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2010-03-07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안님,
'사람의 인생은 제각기 독특하고 그러면서도 다 평범하다.'에 공감합니다.
아프신 와중에도 책을 읽어주심,리뷰를 남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완쾌되셨으리라 여기며 즐거운 봄 날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올려주신 리뷰 '건강하게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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