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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진단서 - 요리책에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 식품의 모든 것
조 슈워츠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을 하자면 끝도 없지만 때로 먹지 않고 광합성을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임에도 언제부턴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않아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먹었던 음식이 독 취급을 받고, 거들떠도 안 봤던 음식은 명약의 반열에 올라선다. 우유만 해도 그렇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우유급식은 의무적이었고 무조건 마셔야 하는 것이었다.
좋아라 마시기도 했고 키가 크는데 도움이 되었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그것이 전부 낙농업계의 흉계이며 덩치는 키워주지만 몸에는 좋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골다공증을 부추긴다나. 이쯤 되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건강에 관심이 가기는 하지만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를 전부 따르다보면 모순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 <식품진단서>는 그런 정보들의 허와 실을 파헤친다. 저자도 캐나다에서 유명한 화학자라고 하니 꽤 신빙성이 있는 편이다. 단지 수많은 속설들을 2~3장 정도의 분량으로 설명해주니 정보가 꽉 차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단숨에 읽기는 다소 어려운 편이다. 그래도 사과가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에 사과 한 알이면 의사를 멀리한다"는 말을 의사한테 사과를 던지면 된다는 식으로 글을 풀어나가니 지루하지는 않다.
책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가득차 있지만 한 마디로 하자면 어떠한 음식도 독이 되기만 하거나 약이 되기만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어느 돌팔이가 구기자 주스가 생명연장의 영약이라고 소개하는 것과 달리 그에 따른 어떠한 검증도 없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또한 걱정하는 것과 달리 색소가 들어간 음료, 음료 속에 들어간 벤젠 성분 같은 것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단지 색소나 설탕으로 채워져 있어 영양학적으로는 빈껍데기이므로 과일이나 야채를 권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최근 올라온 유제품에 대한 논란도 호들갑스럽게 맞다고도 틀리다고도 하지 않는다. 유당 소화 장애가 있지 않다면 유제품을 적정량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고 저지방인 것은 권하는 편이다. 모든 근거는 과학적 연구를 따르고 있는 터라 검증되지 않은 것은 믿지 않고 농약 잔류성분 같은 경우에도 씻는 것이 당연히 좋지만 식량 수급을 늘리는데 농약이 도움을 줬던 이야기라든지 요즘 검출되는 양은 대개 기술이 발달해 아주 극소량이라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란 말을 덧붙인다.
내용은 과학적 검증과 약간의 재치가 섞여 있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내용은 없다. 프렌치 패러독스를 말하면서 적당량의 알코올은 나쁘지 않고 당연히 과일과 야채는 하루에 여덟 줌 정도 먹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거기에 효능이 입증된 귀리, 통곡물, 아마씨, 베리 류를 더하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전체적인 조화이지 육류를 먹으면서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균형적인 식사를 하면서 가끔은 맛있게 느껴지는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된다고 하고 오히려 하나의 이야기에 집착해서 어떤 음식을 신주단지 모시듯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능한 다양한 색의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게 좋고 어떤 음식이 몸에 좋다고 해서 그것만 먹어서는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진다고 강조한다. 그와 함께 디톡스라든지 검증되지 않은 속설들을 믿지 말라고 경고한다. 온갖 속설들을 과학자의 입장에서 밝혀주니 특별하다면 특별하고 과일, 야채, 통곡물을 먹으라거나 양배추 맛있게 먹는 법을 가르쳐주는 등 일반적이라면 일반적인 책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먹는 것을 고르는 데에 한층 안심이 되니 번역자의 말대로 귀 얇은 사람들을 위한 똑똑한 음식 책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