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 상식사전 프라임 Prime - 비범하고 기발하고 유쾌한 반전
롤프 브레드니히 지음, 문은실 옮김, 이관용 그림 / 보누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을 웃게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듭니다. 아주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말해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미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이야기가 재미없었을 수도 있고 전하는 사람 본인이 다시 떠올리면서 웃느라 정작 웃게 되는 순간을 듣는 사람에게 주지 않아서 일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웃게 하는 코미디나 농담만큼 많은 생각이나 기발한 착상이 필요한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세상을 돌아다니는 많은 농담 안에는 정말로 기발한 착상이 숨어 있습니다.

사람이 재미있다고 느끼려면 익숙한 이야기 속에 기발한 반전이 숨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야기의 끝이 그대로 익숙하게 끝나면 뻔한 이야기가 되어서 지루하게 느끼고, 기발한 반전이 지나쳐서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황당무계하다고 생각되면 재밌다가 아니라 엉뚱하지만 재미없다고 생각된다는 거지요. 그래서 많은 농담 속의 익숙함은 현실 속의 사회구조, 유명인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충당되고 이것을 절묘하게 비틈으로써 기발함을 획득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에 절묘한 비틀기가 있어야만 재미있는 농담이 만들어지니 농담에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숨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위트 상식사전 PRIME'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적절하게 비틀 줄 알기 때문에 매우 재미있습니다. 이 책은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여러 이야기는 노동과 비즈니스에 관한 것, 예술과 철학에 관한 것, 가정과 교육에 관한 것, 과학과 테크놀로지에 관한 것, 정치와 이데올로기에 관한 것, 스포츠에 관한 것, 민족에 관한 것, 전쟁에 관한 것, 신앙에 관한 것, 광기와 어리석음에 관한 것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또한 각 장의 앞에 짧게 그 주제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글이 붙어 있어서 그 주제의 이야기를 읽기에 앞서 그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주제의 농담이 모여 있으니 하나의 주제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차곡차곡 쌓인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잔뜩 모여 있는 책이지만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언급하자면 이렇습니다. 2장 예술과 철학에 관하여에서 나오는 '할리우드 영화에 꼭 나오는 법칙 23'에 이런 항목이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남자는 더할 나위 없이 광포한 폭행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면서, 여자가 상처를 닦아주려고 할 때면 움찔한다는 겁니다. 주로 액션영화에 많이 나오는 장면이라 실소를 터뜨렸습니다. 다른 22가지도 '맞아 맞아'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또 3장 가정과 교육에 관하여에서 나오는 '있을 때 잘하지'에서는 아주 사이가 안 좋은 노부부가 있었고 남편 쪽이 자신이 먼저 죽는 다면 반드시 무덤을 파고 올라와서 부인을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겠다고 장담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정말 남편이 먼저 죽었고 주변 사람들이 염려하는 데도 불구하고 아내 쪽은 태연하게 파티를 하더랍니다. 이 때 누가 묻자 아내는 자신이 쓴 방법을 말하면서 웃었다고 하는데요. 그 방법이 기발하기도 해서 이 이야기는 여러 번 읽어도 재미있더군요.

다른 것으로는 9징 신앙에 관하여에 나오는 '시몬 페레스와 교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전 총리인 시몬 페레스가 골프 경합을 벌여서 유태교와 가톨릭 중에 어느 쪽이 뛰어난지 겨뤄보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이에 교황은 대리인으로 잭 니클라우스를 내세웁니다.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잭 니클라우스는 소기의 성과를 이루었으나 2등을 했다고 보고합니다. 이에 교황은 시몬 페레스에게 져서 2등을 한 것이냐고 묻는데요. 잭 니클라우스가 진 이유는 어느 랍비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 랍비의 정체는...

책 표지에 쓰여 있는 것처럼 워낙 비범하고 기발하고 유쾌한 반전이 이어지는 이야기들이라서 처음 이야기를 읽을 때는 수수께끼를 푸는 느낌으로 뒤에 반전을 알고 난 이후에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지는 않아도 두 번째 정도로는 재미있는 농담을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으로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에 대한 농담이 많아서 기묘했습니다. 유난히 바보로 나오는 부분이 많더군요. 하버드 출신 재원이며 미국 최고 권력자를 희화한 내용이라 슬며시 웃게 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빌 게이츠에 대한 농담이 많은 편이었구요. 윈도우즈 때문에 빌 게이츠에 대한 농담이 많구나 싶으면서도 실제 윈도우즈를 쓰는 입장에서 농담 아닌 농담을 읽는 기분이 들어서 쓰게 웃기도 했습니다.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도 보여주지만 기본적으로 농담으로 이루어진 책이니 만큼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뼈있는 농담 그러나 불쾌하지 않고 아주 재미있는 농담들이 모여 있는 '위트 상식사전 PRIME' 굉장히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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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미로 2008-06-15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을 자세히 해주셔서 책을 다 읽은 기분이네요^^
서평 재미있게 읽었어요^^

에이안 2008-06-16 09:12   좋아요 0 | URL
글사랑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