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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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뻔하디 뻔한 연애소설. 연애소설이란게 다 그렇다. 뻔하고 뻔한 이야기들을 우려먹고 또 우려먹는 게 연애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극장에서 매년 몇편씩 상영되는 멜로영화를 보고, 매년 수도 없이 쏟아지는 연애소설을 골라 읽는다. 왜냐면. 연애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니까. 또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사항이니까.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냉정과 열정 사이>로 익히 알려진 츠지 히토나리와 우리나라 소설가 공지영씨가 서신을 주고 받으며 만들어낸 또하나의 합작품이다. 츠지 히토나리는 <냉정과 열정 사이> 를 통해서도 일본의 에쿠니 가오리라는 소설가와 함께 이와 같은 형식의 연애소설을 쓴 바 있다. 한쪽은 남자의 시선으로, 한쪽은 여자의 시선으로, 둘이 함께 경험하고 겪은 연애사를 풀어낸다. 남자의 그것과 여자의 그것은 분명 다를 것이며,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것은 두 사람이 함께 겪은 일에 대한 각자의 관점과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하나의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연애소설을 두 사람이 남자와 여자의 편에서 해석하고 풀어본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 소설은 책으로 나오기 전에 한겨레 신문사의 지면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하지만 그 때 신문에 실렸던 제목은 소설의 제목과 달랐다고 한다. 본인 한국일보를 보는지라 한겨레에서 어떤 제목을 달고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찾아보면 또 알 수 있으련만 그것은 나의 귀차니즘을 배반하는 일이다.

  소설이 씌여지기 전부터 '한일 양국의 우호관계를 위함'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기획된 소설이기에 소설 속 두 남녀 주인공은 한국와 일본을 오간다. 한국인 여자 홍, 일본인 남자 준고. 준고는 작가이고, 작가로  성공하기 전 출판사에 근무하는 일본여자 칸나를 사귀었다. 하지만 칸나는 준고를 찼고, 준고는 이후 한구여자 홍과 교제했다. 그러나 7년의 세월이 흐르고, 칸나는 준고에게 다시 돌아오려하고, 준고는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준고가 7년의 세월을 걸쳐 좋아했던 여자 홍은 그녀를 좋아하는 또다른 남자로부터 청혼을 받았다.

   소설은 커다란 사건으로 극적인 반전을 이루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저 잔잔하게 묵묵히 이야기를 진행시킬 뿐이다. 그래서 대단한 기쁨과 환희, 슬픔과 이어지는 눈물을 경험하지는 못했다. 허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준고와 칸나가 주고 받는 대화, 준고와 홍이 주고 받는 대화 속에서 나의 지난 기억들이 아련히 떠오르며 잠시나마 그때의 우리의 상황과 참 비슷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었다.

  "행복과 같은 양만큼이의 불안도 있었다. 그 불안을 뛰어넘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행복의 질에 달려있다. 그날 내 곁의 홍이는 틀림없이 행복 안에 있었다. 행복은 평생 이어지는 것이라고 그 날의 우리 두 사람은 믿으려 했다." (P70)

  준고과 홍은 함께 있는 그 순간 행복했다. 그러나 지금의 행복에 대한 불안을 각자의 가슴 속에 느끼고 있었다. 모든 연애가 그렇다. 모든 사랑이 그렇다. 함께 있는 순간 이 사람과의 영원한 행복을 꿈꾸지만 가슴 한편에는 정말 영원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내재하고 있다. 그것은 불안으로 그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다투는 일이 잦아지고, 서로의 마음이 멀어졌음을 느끼며, 불안감은 현실로 마주한다. 그리고 두 사람에겐 이별이 찾아온다.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말해 주지 않으면 난 앞으로 살기 힘들거야."

"널 사랑할 수 없게 된 것 뿐이야. 더 이상의 이유는 없어."

"이유는 나도 몰라. 갑자기 식어 버렸어. 더 이상 널 사랑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든 것 뿐이야. 그런 느낌 또한 진실이고."

"그건 말도 안돼."

"그래. 준고. 말이 안돼. 이런건 이유가 없으니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말로 설명할 수 있는게 아니고, 또 더 이상 사랑할 수 없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P114-115)

  준고과 칸나는 그렇게 이별을 고했다. 칸나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준고는 받아들여야했다. 지금까지의 행복했던 순간들, 사랑했던 순간들은 칸나의 냉정한 한 마디에 대기 속으로 사라졌다. 이별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자는 이별을 고하는 자 앞에 이별의 원인을 묻는다. 그러나 원인이란 건 없다. 칸나의 말은 너무나 차갑고 쌀쌀맞게 느껴지지만, 그것이 진실이다. 이별의 원인은 없다. 어느 순간 느껴진다. 아 이별의 순간이 왔구나, 하고. 이별을 받아들이는 자 역시 안다. 느낀다. 하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칸나의 말마따나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말로 설명할 수 있는게 아니"듯이, "또 누군가를 더이상 사랑할 수 없게 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랑했던 순간은 행복했지만, 이별하는 순간은 불행하다.

  소설은 지나치게 한일양국간의 우호를 다져야만 한다는 사명감을 의식하고 있는 듯 했다. 츠지 히토나리는 한국에서 본 광경들을 소설 속에 묘사하며 담아내려했고, 그것은 때로 이야기의 진행을 매끄럽지 못하게 한다는 느낌을 주곤했다. 자주 언급되는 윤동주며, 한국의 이런저런 모습들. 공지영의 다른 한편은 아직 읽지 않아 모르겠지만, 순수한 연애소설만의 역할을 해줬으면 더 좋았지 싶다. 두 사람이 각기 한국인과 일본인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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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품절


나는 홍이 팔을 잡고 그녀를 침대의 바다 속으로 끌고 간다. 외로웠고, 익사할 것만 같아 그녀에게 매달려 있고 싶었다. 두 사람은 사랑의 바다 속에서 하나가 되었다. 그녀는 내가 가라앉지 않도록 꼭 끌어안았다. 우리는 입으로 전하는 호흡으로 부력에 저항하며 언제까지고 바다 밑에서 사랑했다. -64쪽

우리 두 사람은 결혼이라는 것을 어딘지 모르게 두려워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홍이도 일부러 결혼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행복과 같은 양만큼의 불안도 있었다. 그 불안을 뛰어넘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행복의 질에 달려 있다. 그날 내 곁의 홍이는 틀림없이 행복 안에 있었다. 행복은 평생 이어지는 것이라고 그 날의 우리 두 사람은 믿으려 했다. -70쪽

고독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쓸쓸함은 사랑을 약하게 만든다. 슬픔은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거기에 젊음이 더해지면 모든 것이 위태로워진다. 밝은 색을 잃어버린 화가가 그린 그림과 같았다. -89쪽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말해 주지 않으면 난 앞으로 살기 힘들 거야."
내 간절한 호소에 칸나는 잘라 말했다.
"널 사랑할 수 없게 된 것 뿐이야. 더 이상의 이유는 없어."
어째서 사랑할 수 없게 되었느냐고 추궁했다. 칸나는 겨우 고개를 들고 말했다.
"이유는 나도 몰라. 갑자기 식어버렸어. 더 이상 널 사랑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든 것 뿐이야. 그런 느낌 또한 진실이고."
"그건 말이 안돼."
"그래. 준고. 말이 안돼. 이런건 이유가 없으니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말로 설명할 수 있는게 아니고, 또 더 이상 사랑할 수 업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114-115쪽

"두 사람은 아직 젊어요.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잖아요. 시간을 들이면 오해를 풀 수도 있죠. 잘못한 것이 있어도 진심으로 사과하면 전해지게 마련이에요. 그렇지만 절대로 노력을 아껴서는 안되죠.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진실된 마음을 가져야 해요. 알겠어요? 사랑은 결국 마음이죠. 준고 씨가 홍이 씨에 대한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한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 마음이 닿을 거에요."-137-138쪽

"미안하다고 한 마디하면 되잖아."
"난 열심히 일하고 들어왔어. 놀고 온게 아니라고."
부드럽게 말할 생각이었지만, 목소리는 저절로 날카로워졌다.
평소 억누르고 있던 것들이 폭발할 것 같았다. 둘 다 뭔가 참고 있는 것이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 젊음으로는 결코 메울 수 없는 무언가, 사랑만으로는 서로를 지탱할 수 없는 무언가...... .-178쪽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과 같은 입장에 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죠. 상대방의 마음을 제멋대로 거짓으로 꾸미는 게 보통이에요.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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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6-01-14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츠지 히토나리 글 오랜만에 보네요.
이번에도 등장인물 이름에 '준'이 들어가는군요 ^^
잘 읽었어요~

마늘빵 2006-01-14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정과 열정 사이>에도 이름에 '준'가 들어갔었죠? 흠... 이름이 뭐였더라.
이 사람 글 썩 끌리지는 않지만 계속 더 보고 싶어요. <츠지히토나리의 편지>를 구입해볼까 생각중입니다.
 
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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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는 누구나 불안을 안고 산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불안하다. 아기 때는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불안했고, 조금 커서는 잘못해서 선생님과 엄마 아빠께 혼날까봐 불안했으며, 시험공부를 다 못해서, 나의 말실수로 친구들과 사이가 안좋아질까봐, 여자친구와 헤어질까봐, 취직할 수 없을까봐, 돈을 못벌까봐, 승진을 못할까봐, 퇴직당할까봐, 아내가 이혼하자고 할까봐, 불안해 한다. 그것은 두려움이기도 하다. 두려움은 불안과 연결된다.

  삶 속에서 우리가 겪는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풀어내는 이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이번에는 '불안'에 대해 사색해봤다. 그리고 자신의 사색의 결과물들을 우리에게 글로 풀어줬다. 그의 글은 언제나 어려운 듯 하면서 쉽다. 어려운 철학자들의 이름과 이론을 끄집어내면서 굳이 그들을 알지 못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해'라는 것이 필요 없을 정도로 쉽게 풀어준다. 그리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그의 모든 책은 철학책이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책을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죽음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자살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섹스에 대해서, 마약에 대해서, 어떤 주제든간에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책을 쓴다는 것은, 그리고 거기에 자신이 생각한 바를 체계적으로 엮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 대해서 건드렸다. 모든 인간은 살면서 항상 불안해한다. 각자가 여러가지 이유로 불안해한다. 지금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불안해한다. 가까이는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지 못할까봐, 그래서 하루가 너무나 짧아질까봐, 내 할일을 다 하지 못할까봐, 내일도 빈둥거릴까봐 불안해한다. 또 조금 더 멀리는 방학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까봐, 3월에 준비하는 시험에서 떨어질까봐, 돈을 헤프게 써 저축을 하지 못할까봐, 이별을 빨리 지워버리지 못할까봐 불안해한다. 여기 나를 포함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조차도 예외일 수 없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동시다발적으로 불안해한다. 또 우리는 사랑을 갈망한다. 사랑받고 싶어한다. 어쩌면 우리의 모든 불안은 다 사랑받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보통은 여기에 주목한다.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불안해 하는 원인으로 '사랑결핍', '속물근성' , '기대' , '능력주의', '불확실성' 을 뽑는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해법으로서 '철학' 과 '예술' 과 '정치' 와 '기독교' 와 '보헤미아'라는 처방전을 내놓는다. 이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보이는 원인과 처방전들이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가. 그래 지금 네가 여자친구와의 문제로 불안해하고 있지? 그렇다면 이렇게 이렇게 해봐 라고 일대일 상담 서비스를 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읽어도 그저 그만인 헛소리를 하지도 않는다. 읽었을 때 추상적인 문제지적과 해답을 내놓는 책들이 있는 반면, 읽었을 때 이건 내 문제야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책들이 있다. 보통의 이 책은 후자에 가깝다. 마냥 추상적인 이야기만 할것 같지만 그는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같은 처방전을 주기 위해서 조금 일반화시켰을 뿐이다.

  그는 개개인의 작은 일상에 관심을 갖는다. 내가 처해있는 지금의 이 상황에서 어찌할 것인가에 대해서, 그는 대답한다. 불안이라는 것도 개인에게 찾아오는 것이고, 개인의 일상을 논하지 않고는 치유될 수 없는 부분이다. 어쩌면 불안을 논하는데 있어 개인의 일상이 언급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개인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당연한 시작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안'이라는 추상적인 단어, 아니 이게 왜 추상적이야, 하고 딴지 걸진 마시라, 를 구체적인 단어로 탈바꿈해준다. 각자의 개인이 아닌 우리를 지칭하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면서. 우리의 머리 속을 떠돌고, 가슴 속에서 마음 아파하는 일상적인 문제들, 어쩌면 진부하고 더이상 뭐 말할거나 있나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문제들을 보통은 지적하고, 어루만져준다. 그때의 불안이라는 것은 어쩜 알랭 드 보통 그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쩜 그의 '불안'에 대한 사유의 시작은 그 자신일지도 모른다. 아니 이렇게 뛰어난 머리와 지식, 탁월한 글쓰기 실력을 지닌 그가 뭐가 아쉬워서 불안해해? 하지만 그 자신에게도 또다른 남모르는 고민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이 그의 불안의 시작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세상을 살고 있는 하나의 '개인'으로서 우리와 마주한다.

  거기 당신, 불안한가? 그럼 일단 읽어봐. 그리고 생각해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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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1-13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도발적인데요?

마늘빵 2006-01-13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H 2006-12-13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안하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늘빵 2006-12-14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네. ^^
 

 

 

 

 

  정말 오랫만에 다시 본 영화 <타이타닉>. 점심을 먹으며 티비를 보려고 케이블 티비 27번을 시작으로 쭉쭉 돌리다가 발견. 어 아직 시작 안했네?! 괜찮은 영화가 아직 시작하지 않았을 때, 난 속으로 좋아라 한다. 영화는 보려면 첨부터 끝까지 다 봐야한다. 보다 말거나, 못보다 중간부터 보거나 하는 건 안된다. 영화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타이타닉>은 정말 길다. 이 영화가 처음 나온게, 1998년. 내가 대학 1학년이 막 되기 바로 전. 그니깐 고3 수능을 마치고 놀고 있던 때 개봉한 영화다. 그때 난 여자친구가 없는 관계로, 또 함께 볼 친구인 여자도 없는 관계로 - 난 남중에 남고를 나와서 아는 여자애 조차 없었다 - 지금의 베스트 프렌과 함께 이 영화를 보러 갔다. 그리곤 얼마나 후회를 했던지. 영화가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주변의 수많은 연인들 때문에. 흠. 역시 멜로영화 보러는 남자끼리 가면 안된다. 그때 이후 아마도 멜로를 볼 때 남자를 대동했던 적은 없는 듯. 아. <클로져>를 볼 때는 단체 관람을 했다. 이런. 이 영화는 단체 관람으로 볼 만한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이타닉>은 그때까지 나온 어떤 영화 보다도 가장 러닝타임이 긴 영화였다. 3시간 35분짜리. 지금도 이 영화보다 긴 영화가 있을까 싶다. 영화는 짧고 재밌게 만들어야 수익을 높이는데 - 왜냐면 극장에서 빨리 빨리 필름 돌려서 하루에 최대한 많이 상영해야하니깐 - <타이타닉>은 이걸 깨는 영화였다. 이득을 포기한건가? 그렇진 않은듯.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당시 극장가 1위를 한참 달렸던 거 같다. 울나라에서나 해외에서나.  <태극기를 휘나리며>가 개봉하고 있을 때 사람들이 이 영화도 보지 않은 사람하고는 얘기도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 약간 과장이고, 그만큼 누구나가 다 봤다는 말, 대한민국 국민의 4분의 1이 봤다고 들은거 같다 - <타이타닉> 역시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끼어주질 않았다. 나야 물론 일찌감치 봤으니 해당사항 없었지만.



* 영화의 문제의 장면. 이 장면 따라하다 한강 유람선에서 강에 빠진 연인들에 대한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수많은 연인들이 이 장면을 따라하느라 배를 탔다지? 난 솔로여서 그런거 못해봤지만. 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영화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짧지만 불같은 강한 사랑.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거대하나 운송수단인 타이타닉호. 처녀항해를 하는 타이타닉호는 크기면에서나, 내부장식면에서나, 안정성, 속도 등 모든 면에서 최고를 자랑하고자 뉴욕으로 가는 길을 서두른다.  포커치다 타이타닉호의 표를 따내 뉴욕으로 향하는 잭은 타이타닉호의 3등실 승객. 갑판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중 어여쁜 처자 로즈에게 한눈에 반해버리고. 간밤에 배 맨 뒤에서 자살하려고 하는 로즈를 구해주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상류사회의 가식에 이력이 난 로즈. 그녀는 자유를 꿈꾼다. 그리고 자유를 누리며 떠돌이 생활을 해온 잭은 그녀의 몸안에 꿈틀대는 자유를 끄집어내준다. 약혼녀임에도 불구하고 잭과 어울리는 로즈는 결국 잭을 사랑하게 되고, 잭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잭은 그녀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고, 둘은 칼의 집사를 피해 배의 이곳저곳 도망쳐다니는데.



* 보트는 한정되어 있고, 모두가 살고 싶어한다. 너도 나도 살겠다 아우성치지만 절반 이상이 죽을 운명이다. 이 생존의 치열한 현장. 잔혹한 현장. 고통스러운 현장. 산자도 죽은자도 슬프다.



* 실제 타이타닉호.

  영화는 계속되는 빙하경고를 무시하고 전속력 항해를 하는 타이타닉호가 빙하와 충돌하면서 급격한 반전을 겪는다. 행복했던 나날들은 이제 갔다. 배는 아래칸부터 서서히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고, 1-2시간 후면 침몰할거라는 설계자의 말. 우선 1등실 승객 먼저, 여자와 아이 먼저, 3등실 승객은... 미관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구명보트를 줄여 탈 자리가 없다. 배의 승객은 2천 2백명. 하지만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사람은 1천 5백명. 결국 7명백만이  살아남는다.

  이 영화는 멜로 영화로 분류되지만, 잭과 로즈의 사랑 말고도 전설의 타이타닉호의 침몰과정을 지켜본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배의 승객들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각자의 죽음을 준비한다. 아무도 듣지 않는 상황에서도 꿋꿋이 연주를 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첼리스트 아저씨들. 1등실 승객들을 위해 항상 연주를 했지만 1등실 승객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음악을 안듣긴 마찬가지다.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가라앉혀주고자 연주를 하고, 자신을 위해 마지막 연주를 한다. 그렇게 죽음을 맞이한다. 배의 설계자 또한 하염없이 방에서 시계만 바라본 채 그대로 죽음을, 배의 선장 또한 조타실(?)에서 죽음을, 한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는 침대 위에서 꼭 껴안은채로, 엄마는 두 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며 그렇게 죽음을 맞이한다. 과연 죽음을 앞에 두고 저렇게 의연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른 한쪽에선 총을 쏘며 서로가 보트를 타겠다고 다툰다. 돈을 주기도, 몰래 혼자 울고 있는 여자아이를 끌어안고 자기가 이 아이의 마지막 혈육이라며 배에 합승한 로즈의 약혼자 칼. 같은 배의 설계자이지만 여자와 아이들이 탄 보트가 내려가는 순간, 그 앞에서 몰래 탑승하는 사람, 또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지시를 하다 한 남자를 쏴 죽여버린 자신을 비관, 그 자리에서 권총자살한 1등 항해사.

  타이타닉호가 두동강 난 채 침몰하고, 잭과 로즈는 바다에 떴다. 잭은 로즈를 살리기 위해 장농문짝 위에 로즈를 올리고, 자신은 바다에 몸을 담근채 로즈와 함께 한다. 시간은 흐르고, 바다에 뜬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잭도 말이 없다. 홀로 남은 로즈. 그녀는 결국 잭과의 약속 -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애도 낳고 손자 손녀보며 살겠다는 - 을 지켰다. 바다에 뜬 승객 중 최종 6명의 생존자에 속하게 된 것이다.   잭과 로즈. 매우 짧은 시간 동안의 강렬한 사랑을 나눈 그들. 사랑은 뜨겁고 아름다웠으나 짧았다. 로즈는 끝까지 살아남았고 이후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손녀도 보며 101살이 되도록 살아있다.

  눈물 펑펑 짜내는 슬픈 멜로는 아니지만 가슴 속 살며시 적시며 마지막 눈물 한 방울에 모든 걸 담아내는 영화다.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죽어간 영혼들을 위하여, 잭과 로즈의 아름다웠던 사랑을 위하여.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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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1-12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에게 이영화는, 할머니가 된 로즈로 남아 있는데. 아주 강렬하게. 그 약속을 지켜서 오래도록 살아남고.. 손주도 보았지. 그때 난 그 나이든 로즈의 남편을 생각했어. 로즈와 남편. 그 남편은 이 모든 사실을 알런지에 대해... 근 십년이 다되가는데 딱 한 번 본 대작 영화에서 나에게 남은 기억은 영화에는 나오지도 못한 그 나이든 로즈..아니 어쩌면 그녀의 남편.. 이야..

마늘빵 2006-01-12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할머니. 맞아. 오래도록 살면서 그때 잭과의 약속을 지켰던 할머니. 마지막에 할머니가 누워있고, 옆에 있는 할머니의 사진들에 카메라의 시선이 멈추었을 때 또한번 감동. 그녀는 그때 말한대로 두 다리를 벌리고 말을 탔고, 비행기를 탔고, 자유를누리며 살았지. ^^

이매지 2006-01-12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전 이 영화가 극장에 가서 처음 본 영화였어요. 그 때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때였죠 -_ -;;;;;;;;;;;;;;;

마늘빵 2006-01-12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죄송. ^^ 매지님 초등학교 6학년? 헉 나랑 몇살 차이인거에요? 흠. 아 별로 차이 안나는구나. 근데 초딩이랑 대딩이라고 하니깐 되게 차이 많이 나는거 같아요. 근데 초등학생이 보면 안되는 장면들이 있는데. 흠. ㅡㅡ;;;

mannerist 2006-01-1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케이트 윈슬렛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영화이기도 하다.

-_-;;;;;;;;;;;;;;;;;;;;;;;;;;;;;;;;;;;;;;;;;;;;;;;;;;;;;;;;;;;;;;;;;;;;;;;;;;;;;;;;;;;;;


mannerist 2006-01-12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방 놔두고 바람피니까 천벌받는겨!"

로즈가 바람피는거 전망대 파수꾼이 훔쳐보다가 빙산 못 피한게 파국의 발단이 되었담서, 그당시 기숙사 방장님의 일갈. ㅎㅎㅎ

마늘빵 2006-01-12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내가 다빈치라고 했나?? 헉 이런 실수를. 뭔 생각한거지. 고치러감.
ㅋㅋ 근데 매너. 별걸 다 기억하네. 파수꾼이 애정행각 지켜보던거. ㅋㅋ

이리스 2006-01-12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지양과 아프군은 여섯살 차이로구먼. 그게 많이 차이나는거 아니야? ㅎㅎ

마늘빵 2006-01-12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안나는거야. 나한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려면, 적어도 12살은 되야지. 그럼 나랑 구두씨도 나이 차이 많이 나는건데?? ^^ ㅋㅋㅋㅋㅋ

이리스 2006-01-13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머래니, 너하고 나 차이 많이 난당. ㅋ
그려, 띠동갑 연하녀 만나라~

마늘빵 2006-01-13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v

sweetrain 2006-01-13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헤헤, 저 중학교 다닐 때.^^;;(아마 저보다 네살 많으실 걸요. 아프락사스님이..전 꽃다운 24세 처자랍니다. /먼산 .)

마늘빵 2006-01-1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단비님 네살 차인가요? 그렇담 저와 같은 20대 중반이시군요. ㅋㅋ 저 만으로 26살인데.

이리스 2006-01-13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아프군.. 이제 나이가 들긴 들어가는구나. 만나이로 이야기하며 나이 깎는걸 보니. ^^; 넌 이십대 후반인겨. 한국 사람인 이상. ㅎㅎ

마늘빵 2006-01-13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ㅡ; 아니 이 살암이. 난 아직 20대 중반이야. 흥.

sweetrain 2006-01-13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ㅡ 전 만으로는 20대 초반이에요. ㅡ.ㅡ 만 22세.ㅡ.ㅡ

마늘빵 2006-01-1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_ㅠ 쳇.

하루(春) 2006-01-14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 했던 거 다 허탕 만든 게 이 영화죠. 대대적인 흥행했잖아요.

마늘빵 2006-01-14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 ㅋㅋㅋ
 



  난생 처음(?) 오페라 관람이란걸 해봤다. 알고 지내는 누님으로부터 온 전화. 오페라 표 생겼다 가자. 그럼 당연히 가야지.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는 난데 가야지 그럼. 나의 기억을 떠올려보건데 아마도 오페라를 관람한 것은 처음이지 싶다. 클래식 계열에 무지한 나로서는 이쪽 분야에서 어떤 공연이 열리고 있는지, 어떤 유망주들이 있는지 별로 알지 못한다. 기껏해야 아주 유명한 피아니스트 동혁, 동민 형제나 장한나, 조수미 이런 사람들 밖엔 모른다.

  오페라가 아닌 성악공연을 본적은 있다. 둘째 큰아버지가 OO대 성악과 교수로 있는지라 큰 아버지의 단독 공연 때 - 그때가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혹은 입학전이었던 거 같은데 - 봤고, 이런 공연은 이번이 두번째다. 큰아버지가 성악을 해서, 막내 아들이었던 우리 아버지도 성악에 관심이 있었고, 어머니 말에 따르면 아버지도 성악을 하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껏 아버지에게 그런 질문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러니 어머니 설에 따르면 그랬다는 것. 실제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차에서 나비부인이나 기타 등등 - 난 잘 모르므로 - 의 음악을 틀어놓곤 했다. 내가 집에 없던 날은 내 방에 오디오에 파바로티와 쓰리 테너스 등의 음반을 꽂아놓고 두꺼운 귀마개 헤드폰을 끼고 어두운 방안에서 음악감상을 하는 모습도 두세차례 목격했다. 그리고 내가 들어가면 바로 나오셨다.

  둘째 큰 아버지의 공연을 보러 갔을 때 난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랜드 피아노 옆에서 멋진 이태리 양복 차림으로 노래부르던 큰아버지의 모습이 머리 속에 사진 한장 찍어놓은 듯 그 장면만이 남아있다. 그리고 공연전 나와 동생이 너무 어려서 들어갈 수 없다며 통제하던 어떤 누나의 모습도 떠오른다. 우리가 너무 어려서 공연에 들어가면 방해될까봐 그랬나보다. 하지만 난 너무나 조용한 아이였다. 쑥쓰러움 많고 부끄러워하고 누가 말시키면 엄마 치마 뒤로 숨어있던. 어찌하여 들어가게되었지만 뭐 그게 무슨 노래인지 내가 어캐 알어. 그리고 감상이나 할 줄 아나. 그냥 지겹다는 표정으로 끝나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그래도 꿋꿋이 얌전히 앉아있기는 했던 듯.

  한번은 둘째 큰아버지의 집에 머물때가 있었는데, 아마 이때가 엄마와 아빠가 싸웠을 때였는데, 난 그 당시에는 몰랐다. 그냥  나, 동생이 큰 아버지 집에 며칠 머물렀다. 엄마는 가고. 그때 그 집에서 불고기도 많이 먹고, 큰아버지가 고딩, 대딩 누나들 레슨하고 있으면, 문 앞에서 "아아아아아~" 따라 했던 기억이.

  내가 지금 이렇게 공연과 관련없는 나의 경험들을 늘어놓는 이유는 공연에 대해서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는 바 없는 건 역시 마찬가지고, 그냥 잘 들었다. 건대 입구에서 내려 촉박한 시간에 밥을 후딱 먹고는 빠른 걸음으로 갔더니 약간 늦었다. 그래서 맨 앞에 한 곡은 못듣고 그 다음에 입장. 나는 누님의 도움으로 공짜로 공연을 봤지만 이 공연의 관람료는 신문기상에 따르면 3만원에서 5만원 가량 한다고 한다.

 

  공연 순서는 이와 같다.

라보엠

-내 이름은 미미

-오 사랑스런 그대

-무젯타 왈츠

-안녕, 사랑하는 이여

 

토스카

-마리오, 어딨죠?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며

 

제비

-도레타의 아름다운 눈

 

나비부인

-어느 맑게 개인 날

 

잔니스키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투란도트

-들어보세요, 왕자님!

-이 궁전 안에서

-얼음장 같은 공주의 마음도

-아무도 잠 못 이루고

 

  이중에서 내가 아는 곡은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와 '아무도 잠 못 이루고' 뿐. 이 두곡은 워낙에 유명한 곡이라 누가 들어도 다 알 터. 씨에프에도 많이 나왔고 라디오 프로그램 같은데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역시 내가 어린 시절에 아버지 차안에서 들었던 노래도 이 곡들이다. 그외의 곡들은 잘 모르지만 공연은 즐거웠다. 1시간 30분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의 공연이라 지루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성악가가 피아노 옆에서 똑같은 자세로 계속 노래만 부르는게 아닌, 오페라였기 때문에, 더욱 재밌었다.

  중간중간 곡이 끝날 때마다 나와서 푸치니가 되어 자신의 삶과 생각을 풀어놓는 턴도 좋았다. 푸치니가 사랑한 여인들과의 관계, 푸치니가 이 바닥에서 유명하게 된 사연, 그리고 다른 오페라 작곡가들의 푸치니에 대한 생각 등등 해설자는 비록 컨닝페이퍼를 가지고 나와 보면서 연기하긴 했지만 공연을 이해하고 즐기는데 윤활유 역할을 해주었다. 푸치니 역을 맡은 사람은 테너 장신권이라고 하는데, 흠 목소리 멋있다. 하긴 성악하는 사람들 치고 목소리 안 멋진 사람이 어딨겠냐만.

  극중 '푸치니'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열리는 콩쿨에서 단연 압도적이라고 한다. 또한 현재 한국 오페라에 있어서도 푸치니 오페라는 전 세계 어느나라에서보다도, 심지어 푸치니의 고장에서보다도,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으며, 푸치니 오페라가 한국의 오페라 문화에 기여한 바가 많다고 한다. 아름다운 선율과 드라마틱한 음악의 극적인 구조. 잘 모르는 장르이고, 잘 모르는 작곡가이긴 하지만, 또 앞으로도 잘 모를 듯 하지만, 무엇보다 공연에 가서 즐겁게 봤으면 그것으로 만족. 간만에 영화 아닌 다른 공연문화도 섭취해본 좋은 계기였다.

* 이걸 '팝콘&콜라'란에 넣은 것은, 달리 집어넣을 구석이 없기 때문. 오페라나 클래식 등을 자주 즐길 수 있는 처지도, 매니아도 아닌 나는 이걸 위해 새로 메뉴를 만들기는 어렵다. 흠. 비록 오페라 극장에 팝콘과 콜라를 들고 갈 수는 없지만 가장 근접한 메뉴가 여기이므로 이곳에 살짝 끼워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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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1-1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 문화생활도 하시고...

마늘빵 2006-01-12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리스 2006-01-12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참 좋은 누님이시네 --;;

마늘빵 2006-01-12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책방마니아 2006-01-17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지금 이렇게 공연과 관련없는 나의 경험들을 늘어놓는 이유는 공연에 대해서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란 표현 넘 웃기다. 나도 마땅히 할 말이 없으면 장황한 서론을 쓰곤 하는데 ㅋ 나도 뮤지컬, 오페라 안좋아하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관심이 생겼단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