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홍이 팔을 잡고 그녀를 침대의 바다 속으로 끌고 간다. 외로웠고, 익사할 것만 같아 그녀에게 매달려 있고 싶었다. 두 사람은 사랑의 바다 속에서 하나가 되었다. 그녀는 내가 가라앉지 않도록 꼭 끌어안았다. 우리는 입으로 전하는 호흡으로 부력에 저항하며 언제까지고 바다 밑에서 사랑했다. -64쪽
우리 두 사람은 결혼이라는 것을 어딘지 모르게 두려워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홍이도 일부러 결혼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행복과 같은 양만큼의 불안도 있었다. 그 불안을 뛰어넘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행복의 질에 달려 있다. 그날 내 곁의 홍이는 틀림없이 행복 안에 있었다. 행복은 평생 이어지는 것이라고 그 날의 우리 두 사람은 믿으려 했다. -70쪽
고독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쓸쓸함은 사랑을 약하게 만든다. 슬픔은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거기에 젊음이 더해지면 모든 것이 위태로워진다. 밝은 색을 잃어버린 화가가 그린 그림과 같았다. -89쪽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말해 주지 않으면 난 앞으로 살기 힘들 거야." 내 간절한 호소에 칸나는 잘라 말했다. "널 사랑할 수 없게 된 것 뿐이야. 더 이상의 이유는 없어." 어째서 사랑할 수 없게 되었느냐고 추궁했다. 칸나는 겨우 고개를 들고 말했다. "이유는 나도 몰라. 갑자기 식어버렸어. 더 이상 널 사랑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든 것 뿐이야. 그런 느낌 또한 진실이고." "그건 말이 안돼." "그래. 준고. 말이 안돼. 이런건 이유가 없으니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말로 설명할 수 있는게 아니고, 또 더 이상 사랑할 수 업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114-115쪽
"두 사람은 아직 젊어요.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잖아요. 시간을 들이면 오해를 풀 수도 있죠. 잘못한 것이 있어도 진심으로 사과하면 전해지게 마련이에요. 그렇지만 절대로 노력을 아껴서는 안되죠.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진실된 마음을 가져야 해요. 알겠어요? 사랑은 결국 마음이죠. 준고 씨가 홍이 씨에 대한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한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 마음이 닿을 거에요."-137-138쪽
"미안하다고 한 마디하면 되잖아." "난 열심히 일하고 들어왔어. 놀고 온게 아니라고." 부드럽게 말할 생각이었지만, 목소리는 저절로 날카로워졌다. 평소 억누르고 있던 것들이 폭발할 것 같았다. 둘 다 뭔가 참고 있는 것이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 젊음으로는 결코 메울 수 없는 무언가, 사랑만으로는 서로를 지탱할 수 없는 무언가...... .-178쪽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과 같은 입장에 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죠. 상대방의 마음을 제멋대로 거짓으로 꾸미는 게 보통이에요.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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