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 김혜니 교수 에센스 세계문학 1
토마스 불핀치 지음, 김혜니 옮김 / 타임기획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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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의 피에 넥타르를 뿌렸따. 피와 넥타르가 섞이자 마치 연못 위의 빗물이 떨어지는 것처럼 거품이 일어났다. 그 거품 속에서 석류꽃 같은 핏빛 꽃이 한 송이 피어났다. 이 꽃을 아네모네라고 부른다. 아네모네는 그리스 말로 '바람의 꽃'이라는 뜻이다. 바람이 불어서 꽃을 피게 하고, 또 바람이 불어서 꽃잎을 지게 한다는 것이다." -67쪽

"제우스는 여신이 또 땅을 돌보지 않을 것을 염려해 신들을 불러 대책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석류 네 알을 먹은 페르세포네를 일 년 중 넉 달 동안만 저승에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하여 페르세포네는, 매년 넉 달 동안은 저승에 있게 되었다. 그리고 딸이 저승에 있는 넉 달 동안, 데메테르는 화가 나서 땅을 돌보지 않았다. 그 동안 땅은 꽁꽁 얼어 나무나 곡식이 얼어 죽고 찬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딸이 저승에서 돌아오면 데메테르는 일을 활발하여 하여, 다시 땅이 따뜻해지고 풀이 돋고, 곡식이 자라는 봄을 열어 주었다. 인간 세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이렇게 해서 생겨났다."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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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뒤늦게 발견된 헝가리의 대문호"라는 호칭까지 써가며 대단한 작품으로 칭송하고 있지만, 다 읽은 뒤의 느낌은 '글쎄...' 이다. 내가 지금 처해있는 현실 - 실연 - 에 걸맞지 않는 책이기 때문일까. 이 책을 직접 사서 본 것은 아니고 이벤트를 통해 함께 얻어보게 되었지만, '열정'이라는 제목 때문에 가슴 아픈 사랑의 사연이 담겨있는 소설이 아닐까 추측했었다. 산도르 마라이에 대해서도, <열정>이라는 책에 대해서도 어떤 작은 정보도 없이 접하게 되었기 때문에, 나의 기대와 현실이 빗나간 때문에, 결국 어긋난 기대를 가지고 책을 접하게 된 것이 잘못.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대문호'라는 호칭을 받을 만큼의 무엇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어쩌면 이것은 취향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소설을 그다지 많이 읽지 않았고, 따로 좋아하는 소설류가 있는 만큼 이런 류의 소설 - 지난일을 회상하며 홀로 독백하고 있는 - 에 아직 정이 들지 않았기 때문일수도 있고. 누군가가 이 소설을 통해 대단한 깨달음과 교훈과 감동을 받았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게 잘된 일이고, 내가 이  소설을 하필 지금 이 시점에 접한 것은 불행한 일이다.

  <열정>이라는 소설은 주지하다시피, 산도르 마라이 라는 헝가리의 소설가의 작품이다. 그는 이것 말고도 <사랑> <결혼의 변화> <이혼 전야> <유언> 등의 작품을 남겼다. 후일 헝가리가 공산주의로 자리굳히면서 망명갔던 그는 부르주아 작가로 분류되어 입국이 금지되었고, 미국에서 망명생활 중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열정>이라는 소설에 앞서 <사랑>이라는 소설을 먼저 접했으면 그에 대한 나의 인식이 조금은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나의 당면한 현실이 <열정>이라는 우정을 다룬(?) 소설을 읽기에 적합한 시점이 아니라는 점에서.

  헨릭과 콘라드의 대화. 이것은 마치 소설이 아닌 한편의 연극을 보고 있는 듯 한 느낌이다. 등장인물은 단 두 사람, 관객의 시선은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정체된 화면 속에서 두 사람은 마주보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헨릭의 독백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것은 우정에 관한 소설이다. 아니다. 사랑에 관한 소설이다. 아니다. 시작은 사랑이었지만, 우정으로 건너가고, 다시 사랑으로 매듭짓는다.

  헨릭과 콘라드는 둘 도 없는 친구다. 헨릭은 크리스티나와 결혼을 했고, 콘라드는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헨릭이 사냥길에 자신을 겨누고 있는 것을 안 콘라드는 그 길로 내뺐고, 헨릭은 기다렸다. 41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크리스티나는 이미 죽었고, 헨릭은 콘라드를 기다렸다. 콘라드는 할아버지가 된 모습으로 마찬가지로 할아버지가 된 헨릭을 찾아왔다. 이야기한다. 콘라드는. 콘라드는 지난 과오에 대해서 헨릭에게 해명을 하는 듯 하다. 하지만 해명은 간데없고 두 사람의 지난 삶에서 묻어나오는 인생의 교훈과 깨달음만 남았다.

  나의 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아내와 나의 절친한 친구가 섹스를 하고 사랑을 나눴다. 정조란 무엇이고, 나는 사랑한 여인에게서 무엇을 기대했던가? 상대방이 정조라는 것에 구속되어 행복할 수 없는데도 정조를 요구한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일까?

  행복하기 위해 결혼했지만 결혼은 행복을 보장하지 않았다. 아내는 바람폈고, 나는 불행의 길을 걸었다. 아내는 그래서 행복했을까. 나는 아내와 행복했다. 이것은 누구의 '행복'의 문제가 아니라 '예의'의 문제다. 아내는 내 친구와 바람을 피고 행복했는가? 그 순간 행복했을지라도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생각지 못했단 말인가? 그로 인해 자신 또한 행복하지 않을거란걸 몰랐단 말인가? 변명해봐 콘라드!

  절친한 친구에게 아내를 빼앗긴 헨릭의 이야기 속에는 우정, 사랑, 인생, 또 이해와 진실과 관계와 행복이 들어있다. 두 사람은 불꺼진 어두컴컴한 무대 위의 나무의자 위에 올라앉아 고개를 숙이고 대화를 하고 있다. 조명은 두 사람만을 비추고 있다. 자, 이제 관객이 할 일은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엿듣는 것 뿐이다. 그리고 생각하는 것 뿐이다. 당신이 올라갈 차례다. 올라가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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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봤는데 오래전에 봤는지 리뷰가 없어서 이번에 다시 본 김에 쓴다. 2003년 5월에 개봉했으니 3년 좀 못되는 시간이다. 경찰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들은 많다. 하지만 경찰 이야기를 실감나게 다루는 영화는 많지 않다. 가장 최근에 개봉한 경찰영화가 <강력 3반>인데 이건 정말 영 아니었다. 정말 아니었다. 나름대로 뭐 경찰의 고충 이런 점들을 강조하면서 눈물 좀 짜내고 싶었나본데, 눈물은커녕 짜증만 났다. 진정한 경찰영화라면 <와일드 카드>쯤은 되어야한다. 아니면 <공공의 적>이나. <공공의 적>이 적의 싸가지없음에 촛점을 맞췄다면, <와일드 카드>는 적의 싸가지와 경찰의 정의감 두 가지 모두 조화롭게 다루었다고 볼 수 있다.

  주연. 정진영, 양동근, 한채영. 셋 다 내가 좋아하는 인물이다. 감독은 김유진이라는 감독인데 잘 모른다. 예전에 <금홍아 금홍아>를 만들었다고 한다.

  정진영의 경우, 난 이 사람의 진득함과 진지함이 마음에 든다. 이 사람의 연기에는 눈빛이 살아있고, 진심이 들어있다. 연기를 하면서 가식적인 사람도 있다. 이것은 연기를 잘하냐 못하냐의 차이가 아니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의 차이인데 정진영의 연기는 하다못해 비중없는 단역이라 할지라도 진지하다.



* 한달 내내 양동근의 관심에도 말 한마디 않던 그녀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를 습격했다.

 

  양동근, 그는 나와 동갑내기이다. 영화를 하는 아는 후배가 양동근, 그리고 배두나와 친하다고 하는데, 두 사람과 찍은 사진도 있는 것으로 봐서 정말 친한 듯 하다. 서로 연락도 주고 받는 사이라고. 그의 이야기를 듣기전에도 난 양동근을 좋아했다. 정진영과 같은 이유에서인데 그는 영화배우로서의 뽀대가 없다. 가오를 잡지 않는다. 영화배우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행동한다. 직접 본건 아니다. 하지만 그가 영화 이외에서 보여주는, 그리고 또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그와 함께 작업을 한 다른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공통점은 그는 말이 없고 항상 진지하며 무게를 잡지 않는다는 말. 그래서 난 그가 좋다.

  마지막 한채영의 경우, 연기를 잘하진 않는다. 사실. 그리고 그녀가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는 별로 본 것도 없고, 보고싶은 마음도 안든다. 하지만 그녀 또한 진실되어 보이며-아닐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쁘다. 하지만 김희선과 손예진은 이쁘지만 인간으로서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러니 이쁘다는 이유만으로 그녀가 좋다는 말은 아님.

  내가 좋아하는 세 배우가 출연했다. 양동근은 역시 어느 영화에서나 참 빈곤하고 가진 것 없고 밑바닥 인생을 사는 역할로 나온다. 영화가 배우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 예 故 이은주 씨 - 양동근의 인생이 밑바닥이 될까 우려된다. 그 또한 그런 생활을 즐기는 듯도 하다. 그의 경우 배우의 실제 삶이 영화에 반영되는건지 아니면 영화의 삶이 그의 실제 삶으로 반영되는 것인지 알쏭달쏭하기도 하다.

  영화에선 세 사람 말고 주연급에 해당되는 이가 있는데 4인조 뻑치기 - 명칭이 이게 맞나 모르겠다. 4인조 뻑치기의 대장급인 배우가 있는데 이름은 모르겠다. 흠.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 약간 사악하고 인정머리 없어보이는 이미지. 좀 매력있다. 그의 사악함은 영화내내 볼 수 있다. 선량한 시민들을 쇠구슬로 습격해서 죽이고 금품 강탈하고, 노래 잘해서 90점 넘으면 살려준대놓고 돌아와서 맥주병으로 수차례 가격해서 죽이고, 경찰 찌르고, 마지막 순간에조차도 끝까지 반항하며 방제수(양동근 분)의 허벅지를 찌른다.

  영화는 분노가 치밀만큼 잔인한 뻑치기단과 역시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분노만큼이나 분노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며,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달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게 만든다. 마치 <공공의 적 1> 을 볼 때으 마음가짐이랄까. 저런 싸가지없는. 저런 건 그냥 잡아가두는 정도론 안돼. 이런 마음. 영화 속 뻑치기들이 난리를 치고 다닐 때마다 내심 어여 잡아서 족쳐라 라고 속으로 되뇌이는 나를 발견한다. 정의감이 너무 앞서나간걸까. 어쨌든 결론은 정의의 승리. 당연하게도.  



* 분노에 찬 방제수가 범인이 갇혀있는 승용차를 부수는 장면. 영화 속 장면에선 그 뿐 아니라 다른 동료 경찰들도 쇠파이프나 야구방망이를 들고서 이 차를 때려부순다. 마치 오락실 스트리트 파이터 처럼. 너도 한번 당해봐라. 이거다. 네 인생에서 가장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해주마.

 



   영화 속에서 한가지 인상 깊었던 말이 있다. 수사반장이 서로 다투는 경찰들을 모아놓고 이야기한다. "칼은 나눠 먹으면 산다!" 정말 결전의 날,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해 칼을 두려워하는 선배 경찰이 양동근을  살리기 위해 칼을 나눠먹는다. 그리고 쓰러진다. 다행히 죽진 않았지만. 일전의 두 사람의 다툼은 이렇게 화해된다. 오른쪽 제일 작은 아저씨가 수사반장. 왼쪽 두번째가 칼을 나눠먹은 아저씨.

  요즘 경찰들이 억울함을 호소한다. 요즘뿐만 아니라 언제나 경찰들은 신세한탄을 해왔다. 검찰과 대립하며 미약한 힘을 어떻게든 좀 키워보려고. 대등하게 맞먹어보려고 했고. 지금와서 수사권(?)이 경찰에게 넘어가며 지위향상이 좀 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검찰에 비해선 턱없이 힘이 약하다. 또 최근엔 시위농민들과 한바탕하면서 생긴 불행한 사건으로 경찰청장이 퇴임을 했고, 경찰이 주눅들었다. 농민들의 주장도 맞고, 경찰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박봉에 밤낮없이 뛰어다니고 강도와 일대일 상황이라도 될라면 잘못하면 칼맞고, 음주운전 측정하다 차에 끌려가 죽고 이래저래 좋을거 하나 없는 직업이다. 그럼에도 경찰에 몸담은 분들. 존경합니다. 비리경찰도 많고, 부도덕한 경찰도 많지만 성실하고 불만없이 꿋꿋이 일하는 경찰들 존경합니다. 정의실현을 위해. (이때의 정의는 박정희, 전두환 때의 정의와는 분명 다른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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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1-05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대로 재미났던 기억이 납니다

마늘빵 2006-01-05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이렇다하게 뜰 만한 영환 아니지만 나름대로 표현하려고 했던 바를 잘 드러냈다고 봐요. 그건 출연한 배우들과 감독이 만들어나간거겠지요. 자칫 잘못하면 <강력3반>이 될수도 있는건데.
 

  개봉당시 바로 봤지만 이제서야 감상을 쓰고 있다. 그래서 별반 기억에 남아있는 것들이 없다. 사실 이 영화의 리뷰를 계속 미룬 것은 그림형제의 동화를 좀 읽어보고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다른 영화들을 보고, 또 계속해서 다른 책들을 보면서 나의 계획은 틀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림형제의 제대로된(!) 동화를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들의 동화를 읽지 않고 영화를 봐서인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많은 암시와 상징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분명 저런 행동과 장면들은 동화 속의 어떤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메세지인 거 같은데 아 미리 동화를 보고 올걸 하는 식의 생각들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결국 아직까지 못본거 그냥 리뷰라도 작성해보자.

  19세기 프랑스, 악령을 퇴치해준다(너희가 고스트 바스터즈냐)는 말로 가는 곳마다 마을 사람들을 유혹해 가지고 다니는 장치들로 미리 꾸며놓은 다음 악령을 잡는 연기를 하며 돈벌이를 하는 사기꾼 형제가 있으니 이들이 그림형제다. 윌과 제이크의 이러한 사기행각은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옛말 그대로 프랑스 정부에 의해 딱 걸리게 된다. 프랑스 정부는 이 두 형제를 잡아다 족칠까 하다가 타협안을 내놓는다. 어느 마을에 너희와 같은 사기꾼이 있는거 같으니 거기가서 그 놈들을 잡아와라. 네네 목숨만 살려주신다면 다하겠습니다. 인적없는 외딴 마을에 떨궈진 두 형제. 집은 있는데 사람이 코빼기도 안보인다. 다들 어디갔지?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형제를 경계한다.



* 숲으로 들어간 빨간망토 여자아이. 나뭇가지가 망토를 훔쳐간다. 아이는 망토를 따라가다 잡혀버린다.



* 우리가 바로 그림형제. 너희들의 능력을 보여줘. 사기꾼이 아니란걸 증명해줘.



*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순 없다. 모니카 벨루치 역의 여왕. 혹자는 그녀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벗어야 사는 여자. 그 말은 그 어떤 옷이나 장신구도 그녀를 아름답게 하는데 쓸모가 없다는 말. 나신 그대로가 그녀를 가장 아름답게 하는 길이다.

  마르바덴 숲이 있는 마을. 이곳에선 계속해서 11명의 소녀들이 사라졌다. 11명의 소녀를 납치한 이들을 잡아야만 살 수 있다. 그러나 숲에 들어간 첫날 뭔가 이상한 기운을 눈치챈다. 어 이상하다. 나무들이 막 움직인다. 야 기술대단하네. 이놈들 돈 좀 있군. 하지만 그건 기술이 아니었다. 이어 계속해서 목격하게 되는 신기한 마술(?)들. 마술이 아니네?

  11명의 소녀를 구출하기 위해 형제와 한 여인은 말을 타고 다시 들어간다. 숲으로. 라푼젤 성에 잠들어 있는 여왕과 그녀의 보디가드 늑대인간 이들의 정체를 밝혀라. 여왕은 500년 동안 잠들어있었고, 젊음을 유지해줄 소녀들이 필요하다. 이들을 다 모으면 난 젊었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 다시 부활할 수 있다. 거울에 비친 쭈구렁탱탱 할머니의 모습이 아닌, 나 자신에게조차 반해버릴 만큼의 아름다운 여왕으로.   결국 당연히 여왕의 계획은 그림형제에 의해 실패하게 된다.

  안데르센과 함께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작가 그림형제. 영화 <그림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은 그가 동화로 유명해지기 전에 수많은 전설과 옛이야기들을 어떻게 뒤섞어냈는지를 알려주는 영화이다. 그의 순수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여기서 듣고 저기서 들은 이야기들을 짬뽕해내서 만든 일종의 편집된 재창작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마법과 전설을 믿지 않는 윌과 그것을 믿는 제이크. 두 사람은 이렇게 서로 다르지만, 이 둘 모두 영화감독인 테리 길리엄이다. 그는 그림형제가 세계의 민담과 설화를 조립해 새롭게 동화를 만들어낸 것처럼, 그림형제의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하고 가공해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영화에는 빨간망토, 헨젤과 그레텔,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모두 짬뽕되어있다. 창작이란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유에서 새로운 유를 창출해내는 것도 일종의 창작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형제도, 테리 길리엄도 유에서 새로운 유를 창출해낸 창조자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p.s.

  엉뚱하고 어리버리한 두 남자, 그림형제가 벌이는 모험극이라고 보면 좋을까? 동화는 보지 않았지만 동화의 장면들을 재현하느라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 기술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말이 어린아이를 먹는 장면이나 어린꼬마가 눈없는 민무늬 괴물로 변해 우물속으로 풍덩하는 장면 등 각각의 장면들이 모두 새롭고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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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약간 함유.

  기분전환을 위해 영화를 보러 집을 나섰다. 최근 개봉하고 있는 영화들, 참 보고 싶은거 많다. 원래 <킹콩>은 안보려했으나 사람들이 워낙 재밌고 감동적이라 하여 보고싶었고, <왕의 남자>는 본 사람들은 별로라고 하였지만 그냥 보고 싶었고, <태풍>역시 사람들이 영 아니라고 했지만 갠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 장동건을 보기 위해 보고 싶었고, <작업의 정석>과 <광식이 동생 광태> 같은 류의 선수영화(?)들은 사랑과 연애에 대한 그 코믹함을 위해, <싸움의 기술>은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한 그 아저씨 때문에 보고 싶다. <브로큰 플라워>와 <용서받지 못한 자>는 이 영화들을 굳이 힘들여가며 봤다는 누군가의 말에 따라 보고 싶어졌고, 마지막으로 별 주목을 받지 못하는 <파랑주의보>는 내 이상형인 송혜교가 나오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영화들을 보고 싶었음에도 내가 굳이 <나니아 연대기>를 본 것은, 그 시간에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영화가 이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니아 연대기>도 보고싶었으니 선택에 별 후회는 없으며, 보고나선 매우 큰 만족감을 느꼈다. 아마도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딱 찍어놓고 오는 이들이 아니라면 그 시간에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영화를 택하리라. 하지만 저 영화는 러닝타임이 매우 길기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늦게 끝났고, 지하철 끊기기 전에 재빨리 움직여야만 했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을 포함하여 이만큼 온갖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들어가고, 가공되어 나온 스케일 큰 영화는 없을 것이다. 이 영화를 위해서 세 개의 특수효과 회사와 3000명의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실제 카메라로 찍은 부분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사람으로 나오는 등장인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CG 처리가 아닐까하는 의문도 가져봤다. 정말 그럴거 같다. 또한 이 영화속 장면들을 찍기 위해 뉴질랜드, 캐나다, 아르헨티나, 칠레, 폴란드, 헝가리, 체코, 호주 등 전 세계를 오갔다고 한다. <반지의 제왕>이후로 이제 이런 노력들은 별반 놀랍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그 수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장비를 가지고, 그 길을 오가며 촬영을 했다고 생각하니, 노력 꽤나 했구나 하는 생각이다.



* 루시가 우연히 열어본 신비의 옷장.



* 하얀마녀의 성에 돌로 변해있는 죄인들(?) 그리고 저기 중간에 형제들을 배신하고 왕이 되려했다 온갖 곤혹을 치룬 꼬마아이 에드먼드.

  <나니아 연대기> 이번 작품명이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다. 아 요것들이 나오는구나.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마녀는 하얀마녀, 옷장은 루시가 교수댁에서 몰래 들어간 옷장, 그렇담 사자는 언제 나오는거지? 하고 기대하며 봤는데 흠. 나의 상상력과 예지력이 짧은 탓인지 모르겠지만 의외의 곳에서 출현했다. 하얀마녀에 대항해서 싸우는 아슬란이 바로 사자였다. 난 <반지의 제왕>만 생각하고 수염 덮수룩히 기른 하얀 가운을 걸친 인상좋은 할아버지가 장막을 걷고 나오리라 기대했지만, 아니 이게 웬걸. 장막을 걷고 나오는 것은 사자 한마리였다. 모든 신하들이 무릎을 굽혀 절을 하는 왕이 사자라니. 하긴 신하들도 모두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긴 했다. 반인반마인 미노타우로스만 빼고는. 나니아 나라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예언이 있었으니, 이브의 두 딸과 아담의 두 아들이 나니아 왕국의 왕이 된다는 설. 이전까지 하얀마녀가 지배해오던 나니아는 엉뚱하게 옷장을 통해 들어온 평범한 인간세계의 두 남자아이와 두 여자아이에 의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 내가 바로 아슬란이다. 몸집은 엄청 크다. 힘도 좋다. 지혜롭고 인자하다.



* 하얀마녀. 정말 냉정하게 생겼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마음씨와 목소리.

  <나니아 연대기>는 2006년 겨울 그 1편이 개봉되었으며, 앞으로 매년 겨울에 한편씩, 총 5편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반지의 제왕>을 능가한다. <반지의 제왕> 원작자 돌킨조차도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S 루이스를 시기했다고 한다. 사실 돌킨이나 루이스나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나 영화화 되지 않았다면 난 이것들을 몰랐을 것이다. 영화 개봉과 동시에 <나니아 연대기>도 책이 나왔지만 그 책의 방대한 분량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 별로 사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았으나 이 영화를 본 뒤 반드시 보고 싶어졌다. 아마도 다음번에 인터넷 주문을 할 때 이 책이 우선순위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139분(2시간 19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 매 장면 하나하나 전환될 때마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대하게 된다. 만약 책을 먼저 보고 봤다면 또 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내용을 알고 본다면 지금만큼의 놀라움과 기대감은 없었겠지. 하지만 책을 먼저 봤다면 책에서 본 이미지와 영상을 어떻게 실현해놨을까 확인해보는 즐거움을 누렸을지도 모르겠다. 139분은 매우 금방 지나갔고 생각지도 않게 재밌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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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6-01-04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콘스탄틴'에서는 천사 가브리엘로 나왔던 틸다 스윈튼이 요번엔 하얀 마녀로 나오네요? 암튼 묘한 여자야...

마늘빵 2006-01-04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여자군요.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와 배우들 이름과 얼굴을 알고 계시네요. 저 여자 참 냉정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깐따삐야 2006-01-04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틸다 스윈튼이란 배우, '영 아담'에도 이완 맥그리거랑 같이 나오거든요. 그 때는 또 아주 온몸으로 열정을 불사르는 여자로 나와요. 불 같기도 하고 얼음 같기도 하고... 묘한 여배우에요.

미네르바 2006-01-04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어요. 이번 주에 우리반 아이들과 함께 보기로 했답니다. 님이 재미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고 무척 기분이 좋아요. 책은 이번에 읽게 되었어요.(마침 오늘 리뷰까지 올렸는데..^^)예전부터 읽어야지 하고 맘만 먹었다가 영화가 개봉된다고 하니 부지런히 읽게 되었지요. 저는 기독교인이라 책도 무척 좋았답니다. 139분이 금방 갔다니... 더욱 기대되어요. 그래서 추천까지..^^

플레져 2006-01-04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저도 망설이고 있었는데, 저 옷장 스틸컷을 보니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봐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치솟네요. 저도 미네르바님 따라 추천 ^^

마늘빵 2006-01-04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 / 그 두꺼운 책을 벌써 다 보셨나봐요. 전 책 나온거 얼마전에 알았는데 가봤더니 벌써 리뷰가 수십개나 올라와있더라구요. 세일즈 포인트도 꽤 높고. 그 두꺼운 책들을 어떻게 볼 생각들을 했는지 몰라요. 애들도 영화 좋아할거에요. 정말 재밌어요. 깜짝 놀래는 장면도 두세군데 나와요. 저도 책을 빨리 구입해봐야겠습니다. 지금 사놓은거 좀 다 읽고.
플레져님 / 신비의 옷장이에요. 2차 대전 당시의 현실세계에서 나니아 왕국으로 넘어가는 저 장면 참 신비로웠어요. 꼭 보세요. 재밌을거에요.

chika 2006-01-0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전 피곤해서 재미없었을까요? 조..졸면서 봤답니다.
같이 본 녀석도 책 안읽었는데도 내용전개가 너무 빤히 보여 재미없어했거든요.
음... 책보다 상상력이 좀 많이 모자란듯해서 별로였어요. 3편쯤부터는 재밌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chika 2006-01-04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젤 맘에 안들었던 건, '나, 가짜로 만든 눈이야'라고 광고하는 듯한 눈. 스트로폴 뿌려놓은 것 같아서 실망이었어요! ㅡ.ㅡ

마늘빵 2006-01-0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치카님 그런가요? 흠. 난 집에서 낮잠 자고 나가서 괜찮았나. 책을 아직 안보고 봐서 재밌었는지도 몰라요. 책을 먼저 보면 내용을 다 아니깐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다 아니까요. 매년 겨울 이거 다 챙겨보려고 합니다. 책도 봐야겠어요.

비로그인 2006-01-05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 먼저 읽고 있어요 ^^

진도가 휙휙 안나가서 걱정입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