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노동, 목소리 -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11인의 출판노동 이야기 숨쉬는책공장 일과 삶 시리즈 1
고아영 외 10인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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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센터에서 출판편집자 과정을 수강했을 때 출판평론가 변정수 샘은 이렇게 말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편집자가 되려고 하지 마세요.” 책을 좋아하면 출판사에 취직할 게 아니라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을 극복하고 시장을 그나마 유지하기 위해) 그냥 계속 좋은 독자로 남아달라(열심히 책을 사달라)는 말이었다. 그때 이미 난 편집자였다. 편집자가 되려는 사람과 편집자가 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편집자가 되기를 희망했던 사람들 중 일부는 편집자가 되었고, 일부는 다른 길을 찾기도 했다. 


출판사는 신입을 좋아하지 않는다. 채용 즉시 바로 능력을 발휘해 줄 현장 요원을 선호한다. 어느 업계나 마찬가지겠지만. 출판사에는 항상 교정지가 쌓여 있고, 계약서에 사인만 한 채 원고 진행이 안 된 저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때문에 채용과 동시에 바로 일을 할 사람을 찾는다. 때문에 2~3년 차 편집자들을 원한다. 그들은 일을 할 줄 알고 무엇보다 임금이 적다. 


편집자든 마케터든 영업자든 출판사에 취직하기 위해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많다. 몇몇 센터를 통해 관련 강좌가 개설되어 있고, 강의를 하는 이들은 대개 이 바닥에서 알려진 출판사의 대표들이다. 예비 사장님들이 직장을 찾는 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강의는 (취직에) 도움이 된다. 없는 경력을 어디서 만들어 올 수는 없으니 수강을 해서라도 업계 용어나 돌아가는 시스템, 관련 기술을 익혀야 한다. 


편집자가 되기 원하는 이들은 강의를 듣는 동시에 편집자에 관한 책을 읽기도 한다. 근래 몇 년 간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다. 관련 책을 낸 분들은 역시 업계에서 잘 알려진 대표들이다. 그들은 지망생들이 듣고 있는 강의의 교수이기도 하다. 


강의든 편집자에 관한 책이든 모두 편집자가 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이 빠졌다. 기술과 마인드는 익힐 수 있을지 몰라도 출판사에 오는 순간 겪게 되는 온갖 부조리와 부당한 대우에 대한 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물론 모든 출판사가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많은 출판사가 그렇다. 복불복이다. 지망생들은 업계 경력자들을 알고 있지 않는 한 여러 출판사의 직원 대우나 분위기, 사장의 취향(?) 등을 알 수가 없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의 출판사에 지원하는 것이다. 


문제는 책이 좋다고 하여 출판사 대표가 좋은 분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의 내용이 곧 그 출판사 대표의 가치관이나 출판사의 직원에 대한 대우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혀 별개다. 그런데 우리는 많이 착각한다. 그 둘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뫼비우스의 띠지 팟캐스트, 대나무숲 트위터 계정, 출판노조의 활동으로 ‘출판사에서 일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상당히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적극 찾지 않는다면, 그 또한 미래 직종 업계에 대해 무지할 것이다. 출판은 그다지 고고하지도 세련되지도 우아하지도 않다. 


편집자 지망생을 포함하여 출판사에 취직하기를 원하는 이들은, 강의도 듣고, 대표나 평론가들이 쓴 편집자에 관한 책도 읽되, 한 가지를 빠뜨려서는 안 된다. “출판, 노동, 목소리” 이 책을 읽어야 한다. 편집자, 마케터, 영업자 등 출판사의 여러 분야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목소리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이미 업계를 뜬 이도 있고, 업계에 남아 계속 일하는 이도 있으며, 사장님이 된 이도 있다. 이 책에 담긴 목소리는 진실이다. 이 업계에 발을 딛고자 한다면 꽤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다. 물론 앞에서 말한대로 복불복이다. 


*책의 부록인 2015 출판 노동 실태 조사 내용은 매우 유익할 것이다. 임금, 처우, 근무 환경 등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평균이라고 말할 순 없다. 내가 보기엔 실제보다 상당히 평균 이상으로 좋게 나왔다. 현실은, 이보다 조금 더 나쁘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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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5-08-07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책이 좋다고 하여 출판사 대표가 좋은 분은 아니라는 것이다. → 매우 공감가는 내용이네요 ^^

마늘빵 2015-08-08 02:26   좋아요 1 | URL
그걸 알면서도 자꾸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요. 몰랐던 출판사들의 환경과 조건을 새로 알 때마다 놀라네요.

헬로우써니 2015-12-08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대학 졸업 후 취업시장에 들어서기 전 봤다면 덜 슬펐겠네요. 책이 좋아 출판사에서 일했다가는 책이 싫어지는 우울한 상황으로 되기 딱 쉽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