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누구나 불안을 안고 산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불안하다. 아기 때는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불안했고, 조금 커서는 잘못해서 선생님과 엄마 아빠께 혼날까봐 불안했으며, 시험공부를 다 못해서, 나의 말실수로 친구들과 사이가 안좋아질까봐, 여자친구와 헤어질까봐, 취직할 수 없을까봐, 돈을 못벌까봐, 승진을 못할까봐, 퇴직당할까봐, 아내가 이혼하자고 할까봐, 불안해 한다. 그것은 두려움이기도 하다. 두려움은 불안과 연결된다.

  삶 속에서 우리가 겪는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풀어내는 이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이번에는 '불안'에 대해 사색해봤다. 그리고 자신의 사색의 결과물들을 우리에게 글로 풀어줬다. 그의 글은 언제나 어려운 듯 하면서 쉽다. 어려운 철학자들의 이름과 이론을 끄집어내면서 굳이 그들을 알지 못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해'라는 것이 필요 없을 정도로 쉽게 풀어준다. 그리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그의 모든 책은 철학책이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책을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죽음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자살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섹스에 대해서, 마약에 대해서, 어떤 주제든간에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책을 쓴다는 것은, 그리고 거기에 자신이 생각한 바를 체계적으로 엮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 대해서 건드렸다. 모든 인간은 살면서 항상 불안해한다. 각자가 여러가지 이유로 불안해한다. 지금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불안해한다. 가까이는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지 못할까봐, 그래서 하루가 너무나 짧아질까봐, 내 할일을 다 하지 못할까봐, 내일도 빈둥거릴까봐 불안해한다. 또 조금 더 멀리는 방학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까봐, 3월에 준비하는 시험에서 떨어질까봐, 돈을 헤프게 써 저축을 하지 못할까봐, 이별을 빨리 지워버리지 못할까봐 불안해한다. 여기 나를 포함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조차도 예외일 수 없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동시다발적으로 불안해한다. 또 우리는 사랑을 갈망한다. 사랑받고 싶어한다. 어쩌면 우리의 모든 불안은 다 사랑받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보통은 여기에 주목한다.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불안해 하는 원인으로 '사랑결핍', '속물근성' , '기대' , '능력주의', '불확실성' 을 뽑는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해법으로서 '철학' 과 '예술' 과 '정치' 와 '기독교' 와 '보헤미아'라는 처방전을 내놓는다. 이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보이는 원인과 처방전들이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가. 그래 지금 네가 여자친구와의 문제로 불안해하고 있지? 그렇다면 이렇게 이렇게 해봐 라고 일대일 상담 서비스를 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읽어도 그저 그만인 헛소리를 하지도 않는다. 읽었을 때 추상적인 문제지적과 해답을 내놓는 책들이 있는 반면, 읽었을 때 이건 내 문제야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책들이 있다. 보통의 이 책은 후자에 가깝다. 마냥 추상적인 이야기만 할것 같지만 그는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같은 처방전을 주기 위해서 조금 일반화시켰을 뿐이다.

  그는 개개인의 작은 일상에 관심을 갖는다. 내가 처해있는 지금의 이 상황에서 어찌할 것인가에 대해서, 그는 대답한다. 불안이라는 것도 개인에게 찾아오는 것이고, 개인의 일상을 논하지 않고는 치유될 수 없는 부분이다. 어쩌면 불안을 논하는데 있어 개인의 일상이 언급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개인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당연한 시작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안'이라는 추상적인 단어, 아니 이게 왜 추상적이야, 하고 딴지 걸진 마시라, 를 구체적인 단어로 탈바꿈해준다. 각자의 개인이 아닌 우리를 지칭하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면서. 우리의 머리 속을 떠돌고, 가슴 속에서 마음 아파하는 일상적인 문제들, 어쩌면 진부하고 더이상 뭐 말할거나 있나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문제들을 보통은 지적하고, 어루만져준다. 그때의 불안이라는 것은 어쩜 알랭 드 보통 그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쩜 그의 '불안'에 대한 사유의 시작은 그 자신일지도 모른다. 아니 이렇게 뛰어난 머리와 지식, 탁월한 글쓰기 실력을 지닌 그가 뭐가 아쉬워서 불안해해? 하지만 그 자신에게도 또다른 남모르는 고민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이 그의 불안의 시작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세상을 살고 있는 하나의 '개인'으로서 우리와 마주한다.

  거기 당신, 불안한가? 그럼 일단 읽어봐. 그리고 생각해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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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1-13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도발적인데요?

마늘빵 2006-01-13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H 2006-12-13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안하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늘빵 2006-12-14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