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서 새로 페이퍼를 쓰기는 귀찮고, 히님 서재에 남겼던 댓글들을 모아 보관해두고 싶고 하여, 댓글들만 복사-붙이기 하려고 했는데, 이게 또 글창에서 안먹힌다. 주소를 링크하고 텍스트만 퍼다 이어놓는다. -_- 어떤 분 보니까 본인이 쓴 댓글을 페이퍼로 가지고 오시던데 이미 쓴 댓글은 그게 안되나보다.

기사 : 훈련소 내 공중전화 통화제한 헌소제기
글 전문 : http://blog.aladin.co.kr/me/1493156


# 1

아프락사스 : 글쎄 생각이 좀 다릅니다. 일리 있는 제기라고 생각하는데요. 수업시간에 핸드폰 사용 제제하는 것과 군대 내에서 훈련시간 이후의 공중전화 사용 문제는 엄연히 다르죠. 비교하시려면 훈련시간 이후의 공중 전화 사용은 수업 이후의 핸드폰 사용과 비교해야 맞습니다. 군대에서 핸드폰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공중전화 제한을 완화하거나 풀어달라는건 크게 무리 없다고 봅니다. 군사기밀 유출하는 것도 아니고. 군사기밀 - 훈련소 위치나 기타 등등 - 의 유출이 걱정된다면 훈련병에게뿐 아니라 제대할때까지 제한해야 옳죠. 공중전화 사용 제제에 대해서 다른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군대가 먼저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Hee : 물론 왜 공중전화를 제한하느냐는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이고..
저 또한 훈련병 시절에 의문을 가졌던 부분입니다만..
흔히들 훈런소조교들이 하는 말 있잖습니까.
사회물좀 빼고 가야 된다고.
아직 사회의 그런 습속이 배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군사기밀 유출의 위험이
자대배치를 받은 병사들보다 훈련병들이 더 높지요.
게다가 훈련소는 일반 부대들과는 성격이 다르잖아요.
일반 부대에서 일과시간이후의 공중전화 사용 제한은 없습니다.
각 부대들마다 관습에 따라 제한이 있기도 했지만.
공식적으로는 없는 것이고 따라서 관습에 따라 제한을 두었다가 걸리면..
처벌을 받습니다.
횡설수설하는데..@_@
암튼 훈련소는 일반 부대와는 다른 또다른 특수한 군대조직이기 때문에..
훈련소란 존재를 해체하지 않는 이상은,
이런 사안을 개별적으로 접근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암튼 제가 열받았던 건 최씨가 제기한 내용이
너무 허술하고 말같지도 않은 내용들로 가득차있어서 수업시간에 핸드폰 쓰게 해달라는 것같은 내용이라고 했지요;

아프락사스 : 단지 사회물을 빼기 위해서 더 엄격히 제한하는거라면 소위 말해 '군기'를 잡기 위한 것이지요? 헌데 억지로 강제로 제압하고 무조건 명령에 복종하도록 만들도록 하려는거 같은데, 이거 안됩니다. 이런 방식과 태도가 군내부에서 자꾸 사고를 유발하는 겁니다. 그건 단지 사고를 일으키는 당사자의 문제라고 보긴 힘들죠. 사회물 빼고 명령에 복종하는 군인을 만들기 위해 좀 더 엄격하게 제한한다? 또한 자대배치 받은 사람들에 비해 더 유출가능성이 높다? 그다지 설득력이 없습니다. 유출할 사람은 훈련병이든 제대앞둔 병장이든 하려면 합니다. 오히려 훈련병이 더 쫄아있기 때문에 하기 힘들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Hee : 군기를 잡는 것과는 다른 부분도 포함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교사가 되려면 임용고시를 치던가 뭐 교육대학원을 나오던가 사범대를나오던가..
암튼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잖아요.
훈련소도 사회인이 군인이 되어가는 과정이지요.
하지만 군대는 사회와는 다른 조직이기 때문에..
학생에서 교사가 되는 과정과는 다른, 특수한 교육과정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 특수과정의 필요성이나 문제점은 단순히 상명하복 차원이 아니라고 봅니다.
어떤 과정이라도 교육은 필요하지요.
특수한 과정에는 더 특수한 교육이 필요하고, 훈련소의 통제는 그 교육의 연장선이라고 봅니다.
훈련병이 더 쫄아 있는 이유는 이런 통제가 강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이런 통제들이 풀려 버린다면 사회에서의 자유분방함이 몸에 그대로 남아 있는 훈련병이 더 심하지 않을까요..

아프락사스 : 모든 걸 다 받아들인다고 쳐도, 여기서 한가지 의문을 가져야 할 것은, "특수한 과정에 특수한 교육이 필요하고" 를 떠나서 훈련을 마친 뒤에 공중전화 사용하는 것이 과연 이러한 '특수한 과정'에 해가 되느냐 하는 것이겠죠. 이에 대해서 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거죠. 

Hee : 아프님의 말씀은 제한을 푸는 것이 해가 되느냐시고..
저는 제한을 그 자체로 특수한 교육의 하나로 보는 거군요..
음....@_@;;

아프락사스 : 현재의 모든 제한들을, "특수한"이라는 수식어 아래 두었을 때 모든 것은 다 옳게 됩니다. 그런 논리에서라면, 좀 뜬금없는 이야기입니다만 멀리 나아가서는 5.18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수한" 상황이었고, 일개 병사였던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시민을 죽일 수 밖에 없었던거죠. 

Hee : '특수한'이라는 수식어 앞에서 모두 옳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모두 그르게 보이기도 할 것 같아요..
음..그리고 일단 전 그 병사들을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로 보고 있습니다..
전 518을 직접 겪어본 세대가 아니라 여전히 공부중이기에 그럴 지도 모르지만..;


아프락사스 : 보통 군대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논변에서 보이는 특징이, "특수하니까" 입니다. 특수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용납된다는 방식이죠. 이런 논변은 군을 '비판의 성역'으로 만드는 근거가 됩니다.

5.18 의 경우에도, 그 병사들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죠. 영화에 나오는 대위와 같은 인물들도 있었을 겁니다. 이거 아닌데 하면서도 시민들을 죽이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죠.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또 그보다 더 작은 사태라 할지라도, 부정의한 또 불합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딴지에 대한 논의 자체를 허용해야 한다, 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풍토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고작 공중전화 문제이긴 합니다만, 아주 사소한 작은 것들도 마찬가지죠.

# 2

메피스토 : 사회가 발전하고 인식의 폭이 넓어짐에 따라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집단은 계속적인 진화를 거듭한다고 보고 싶습니다. 군대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먹구구식의 군대행정이 기본사회에서 여러가지 문화를 접하고 온 사람들에게 먹혀들기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군내부의 쇄신과 변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나라의 정치적 지정학적 특성상 그런 모습이 더디거나 힘겹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여 집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군은 보안과 위계는 어떠한 진화를 거치더라도 변함은 없을 듯 싶습니다. 정도의 강제성과 율법이 존재하는 집단이다 보니까요. 그리고 자주국가를 이룩하는 필수요소이기도 하고요. 사소한 실금 하나로 거대한 댐이 무너지듯이 어찌보면 저러한 개인들의 소원사항이 결국 단체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순 없다고 보여집니다. 아프님의 말씀엔 동의하나 최씨가 주장한 헌법소원의 내용은 너무 허술하고 비논리적으로 보이는군요. 그리고 군은 헌법이 우선이 아닌 군법이 우선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시의 경우 한 국가의 존망과 함께 개개인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법은 엄하고 강력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극단적인 환경에서는 강력한 통제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보여집니다.

Hee : 제 생각도 군대는 일정수준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전시 뿐만 아니라 훈련상황에서도 개인 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기 때문에..
군대와 사회는 어느 정도의 구분이 필요하다고도 보구요.
최씨의 내용은 그런 구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기에..
열받아서 그냥 몇 자 끄적여봤습니다;;
 

아프락사스 : 메피스토님 / 음. 대략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군 내부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이 이렇게 옹호되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최씨가 아직 학부생이고 분명 생각의 방향은 있는데, 그걸 정리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요(마치 그 나이때의 저를 보는듯), 헌법보다 군법이 우선시되어야 하는지는 잘모르겠습니다만, 기존의 군법이 '옳다'고 접고 들어가는건 문제있다고 봅니다. 군법의 항목에 대해서도 누군가 지적하고, 딴지걸어주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걸 건드릴 사람도 없을 뿐더러 비판이 들어서지 못하는 성역의 한 부분이죠.

이 부분에 있어서는, 특별히 훈련병에게만 전화통화시간을 제한해야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습니다. 먼저 이에 대한 군의 설명이 있어야 합니다. 의문을 제기하면 의문에 대한 적절한 답이 있어야지요. 그 이후에 들어보고 끄덕끄덕하면 문제 없는 것이고, 들어봤더니 일관성없이 멋대로더라 그러면 이에 대한 논의를 다시 해야지요. 

Hee : 저도 군대 있을 때 군법무관아저씨랑 몇개 물어본 거 밖에 없어서..
군법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암튼 그 아저씨의 말대로라면 군법은 처벌쪽에 무게가 있습니다.
처벌에 있어선 헌법보다 군법이 우선시되고..사회법과 더불어 이중처벌도 되지요..
암튼 중요한 건 요즘에는 헌법차원에서 군인들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제 생각과 좀 다른 부분까지도 여론에 따라 바뀐 부분들도 많습니다.
아프님의 말씀처럼 누군가 지적하고 딴지 걸어주고 바뀌는 건 좋지만..
명백히 잘못된 것이 아닌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부분들까지
누군가의 딴지 때문에 바뀌어 버린다면..
메피님께서 말씀하신 가능성들이.. 단순히 걱정으로만 끝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내외부적으로 많은 반발이 있었던 걸 보면..
이번 일도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상당히 많은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아프락사스 : 헌법보다 군법이 우선시되고, 사회법과 더불어 이중처벌도 된다는 것의 사실여부를 떠나서 "그것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먼저 제기되어야 합니다. 이런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조건 그렇다고 하니까 그렇더라 라고 하는건, 아닙니다.

예전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훈련소에서 총 주고서 안받으면 2년(감옥), 또 주고 또 안받으면 2년 이런식으로 연장했다고 들었습니다. 군법이니까 어쩔 수 없다, 라고 할게 아니라, 불합리하고 부당한 것에 대해서는 누군가 나서서 의문을 제기하고 딴지를 걸어야 합니다. 지금은 저렇게까지 안하겠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몇몇 분들의 목소리가 있었고, 군법무관들 중에도 잘못되었다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지금의 처우가 옳으냐 하면 이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논의를 해야지요.

딴지는 건다고 다 바뀌는게 아닙니다. 딴지를 걸면 일단 논의를 할 여지가 생겨나는거지요. 그런 다음에 논의 후에 어 잘못되었다, 싶으면 바꾸면 되는거고, 아니면 그냥 그대로 가면 되는거죠. 군대에 대해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해서 그 자체로 문제삼을 수는 없습니다. 군대는 비판의 성역이 아닙니다.

Hee : 제가 군대에서 겪은 바로는..군대는 비판의 성역이 아닙니다.
오히려 딴지를 걸면 잽싸게 바꾸어 버리는 존재였습니다.
[공교롭게 제가 군생활하는 동안 사회적으로 굵직한 사건들과 부대내의 자잘한 사건들이 많이 터졌습니다 -_-]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바뀌어 버리니 또 다른 문제가 터지곤 했고..
전 그 부분을 우려하는 겁니다.
아프님과 제 생각이 다른 부분들은 논의를 하면서 좁히거나 이해를 하거나 할 텐데..
이번에 문제제기를 한 최씨의 내용은 상당히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들이고..
중요한 건 그런 허접한 내용에도 흔들리는 것이 군대였기에..우려를 하는 부분이지요..
암튼 군법은 잘 모르겠지만..이중처벌은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말씀하신 부분들은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고 저도 생각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_@


아프락사스 : 글쎄요. 저도 대대 인사과에 있어서 이런 행정적인 부분들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만, 군이 부랴부랴 서둘러 개선하고 움직이는 행태를 보이는건, 그나마 어떤 지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지적이 정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군대는 비판의 성역으로 존재했고, 이제와서 서서히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 뿐이지요.

경계근무 중 누군가 자살을 했다, 아니면 소대원 전체를 향해 난사했다, 등의 사건이 터졌을 때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요. 대개의 많은 사람들은 총을 쏜 놈만을 질타하고 비난합니다. 나쁜새퀴, 뭐 저런 꼴통새퀴가 군대에 들어와서는. 이런 식이죠. 근데 그렇지 않죠. 문제가 왜 일어났는가를 고민하고, 그러다가 분대머시기 - 다행히도 용어를 다 까먹었다 - 도 만들고, 나와 다른 이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거겠죠.

누군가 지적한다고 군대가 무조건 행동을 바꾸지 않습니다. 지적이 옳기 때문에 바꾸는 겁니다. 그리고 바뀌어야 하는게 당연하고요.

아래 좌회전님 말씀처럼, 최씨의 헌소제기는 표현과 문장이 "세련"되지 못했을 뿐 내용은 받아들일만 하죠.

Turnleft : 저도 아프님 의견과 같습니다. 헌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 아래 여러 실정법들이 그 법 자체의 논리에 따라 국민의 근본적인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입니다. 님께서 주장하시는 바는 군대라는 집단의 맥락에서 옳은 것일 수는 있어도(여기에도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그것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면 분명 문제제기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람이 얼마나 세련되게 문제제기를 했느냐를 떠나서, 충돌하는 권리와 의무 사이에서 어떻게 조정이 일어나야 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Hee : 충돌하는 권리와 의무 사이에서의 조정이라..
음..생각해봄직한 문제네요..@_@

아. 그리고 군대에서 다쳐서 손가락이 정상이 아닌 제 경험상,
군대는 일정수준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방심했다간 자기 몸 다치거나 죽는 건 둘째 치고 타인까지 위험하니까요..

메피스토 : 윽..원생이였습니까...원문을 보진 못했지만...어찌 원생같지 않은 느낌이 드는 이유가..
어찌 되었던... 이번 헌법소원은 판례를 남기는 것만큼이니만큼 법원에서 헌법소원자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 듯 싶습니다. 그래도..최대 수혜자는 최군이 될 듯 싶습니다.

멜기세덱 : 저는 예전에 훈련생의 흡연금지에 관해서도 비판적으로 페이퍼를 쓴 적이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헌소제기가 타당하다고 여겨집니다. 훈련소에서는 교육훈련이 목적이지, 사회격리가 목적은 아니니까요. 대한민국의 군대가 이런 구시대적 발상에서 얼른 깨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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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장수 2007-08-15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기사를 보면서 이번 헌소 제기가 처음이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아니면 그간 언론에서 이슈화 시키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 역시 훈련병들의 전화사용금지와 금연강요는 2대 악습이리가 생각합니다. 훈련병들의 공중전화 사용금지가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의 특성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헌소제기자가 주장하는 개인의 행복추구권 등에 반한다면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대라는 특수에 인간이라는 보편이 가려지는 한, 군개혁은 요원해 보입니다.

이잘코군 2007-08-15 23:38   좋아요 0 | URL
당연히 문제제기 되었어야 하는 것들이 이보다 더 많을겁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심각한 것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다 겪는건데 유별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겠지요. 저런 놈은 영창에 미리 집어넣어야돼, 라고 퍼붓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문제제기가 어설플망정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당연하다 여기던 것들에 당연할까, 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서 논의는 시작되고, 잘못된 것들은 바뀌기 마련이지요. 말씀하신대로 법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군대라는 특수에 인간이라는 보편이 가려지는 한, 군개혁은 요원해 보입니다."

얼음장수 2007-08-16 03:43   좋아요 0 | URL
전역하시고도 시간이 꽤 흘렀을 텐데도 군문제에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시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대한민국의 예비역들은 보통 군문제에는 무관심하면서 술안주삼아 영웅담이나 늘어놓잖아요? 예비역이야말로 군대의 각종 악습과 사병인권문제에 대해 적극 발언하고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주체일 수 있을 텐데요. 아프님의 주장에서도 많은 걸 배웠지만, 예비역으로서 군문제를 대하는 태도에서 느끼는 바가 큽니다. 군대 많이 좋야졌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좋아질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한 곳이 군대인 것 같습니다.

이잘코군 2007-08-16 09:15   좋아요 0 | URL
제대한지 얼마 안되셨나봅니다. 군대와 관련된 문제에 관심 많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군대'라는게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고 또 종교와 같이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잘 건드리려하지 않죠. 딴 이야기지만, 한겨레21의 신윤동욱 기자를 좋아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예전에 1999-2001년 정도에 열심히 구독했는데, 그때 군문제에 대해서 깊이 파고들고 문제제기하고 그랬거든요.

예비역들이 발언해야합니다. 군입대 전에 군대와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했더니, 같이 논쟁하던 예비역 두 선배가 "군대가 갔다오고 그런 소리 해라"였습니다. 군대 가지 않아도, 여성이어도, 당연히 발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군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니까요. 더군다나 군대를 갔다왔다면 더더욱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동참해야하는데 오히려 대개는 군대를 감싸는 모양새를 보이죠.

바라 2007-08-16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예비역이세요. 아프락사스님. 저도 멋지진 않겠지만 얼릉 예비역이 되고 싶어요-_-

이잘코군 2007-08-16 15:02   좋아요 0 | URL
아 바라님이 지금 복무 중이신가요? 어서 예비역이 되시길. 이게 마음대로 되는건 아니지만. :)

얼음장수 2007-08-16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저도 한 100일 남긴 했습니다. 저도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해서 신윤동욱 기자가 쓴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잘코군 2007-08-16 20:29   좋아요 0 | URL
지금은 아마 다른데 간걸로 알고 있는데. 씨네21로 갔나. 모르겠어요. 지난주에는 신윤동욱 기자 책도 냈던데.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인식이 미미할 때 한겨레21에서 신윤동욱 기자가 참 열심히 해줬습니다.

2007-08-19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9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치와 진리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9
김선욱 지음 / 책세상 / 2001년 5월
절판


정치는 철학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정치적 현상 자체의 고유한 특성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 즉 이미 이성적으로 구성된 어떤 이론을 가지고 현상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무(無)이론적 태도로 관찰하여 그 현상의 가장 독특한 특성을 파악하려는 자세를 현상학적 태도라고 한다.-14쪽

동물에게도 다양한 욕구가 존재하지만 인간과 같은 복수성은 없다. 인간의 복수성은 인간 개체의 다양성에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인간은 모두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개성을 표출하기를 원하는데, 이것이 철저히 무시당할 때 견딜 수 없게 된다. 자신의 개성과 자존심을 철저히 배제하고 정치적 이해 관계를 위해 자신의 상전에게 봉사하는 사람을 비난하여 부르는 표현 중에 '주구(走拘)'라는 말이 있따. 이런 사람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 동물과 같다는 말이다. 인간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다운 행동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기를 드러내는 행동 간에 갈등이 일어남으로써 정치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 밑줄그은이 주 : 인간의 복수성이란 인간 사이에 생겨나는 다양한 갈등 양상들을 일컫는다. 자존심, 명예, 열등감, 정의, 체면 등등의 것들.-23쪽

우리의 행위는 언어 없이 이루어지는 행위와 언어 행위로 구별할 수 있다. 언어 없이 이루어지는 행위는 행위의 의미가 본인이나 타인에 의해 해명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것이 공동 생활에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언어 행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러므로 언어없는 행위는 언어 행위에 의존하여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행위를 통해 인간의 복수성이 드러나는 것은 결국 언어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이유에서 진정한 정치적 행위는 언어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29쪽

정치는 인간의 본질적인 존재 양상에 속하는 것이다. 마치 인간이 밥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것처럼, 정치적 행위를 하지 않고서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다. 인간의 노동과 작업이 인간의 삶에서 본질적인 모습인 것처럼, 개성을 표현하고 공적 영역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공동 생활을 하는 것도 인간 삶의 본질적인 모습이다. 이렇게 정치를 이해할 때, 정치는 인간이 살아가는 한 항상 존재하는 것이며 또한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다.-32-33쪽

공적 시선을 받지 마라야 할 것이란 인간의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 생리적 필요에 부합한 것 등이다. 밥하기, 밥먹기, 성행위 등과 같이 동물로서의 인간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활동은 공적인 시선 속에서 행해질 필요가 없다. 이런 활동은 가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즉 가정이 사적 영역으로 존재했다. 가정은 생존에 가장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 사적 경제의 차원에 해당하는 문제가 해결되는 장소였다. 따라서 가정 안에서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가부장의 권한이 절대적이었다. 경제 문제가 절실한 만큼, 그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의 지도를 따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가정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오이코스는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일차적인 것이 경제활동이라는 사실에서, 경제라는 단어의 어원이 된다.

* 밑줄그은이 주 : 위와 같은 의미의 사적 영역은 '고대'의 의미. 현대는 이와 달리 해석된다. -41쪽

한편 공적 영역은 아고라처럼 정치 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를 말한다. 이는 개인의 차이, 인간의 복수성을 핵심으로 하는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였다. 개성을 드러내는 행위는 다른 사람이 보아주고 들어줄 때 의미가 있따. 이는 마치 무대에서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과 같다. 관객이 있음으로써 배우의 연기가 의미 있어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공동의 세계가 계속 존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정치가의 드러내기 활동이 계속될 수 있고, 이를 통한 공동의 생활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41-42쪽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은 각각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위한 자리로서 마련된 것인데, 이런 구분이 필요한 것은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활동이 공적 영역을 파괴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중략 ...

생의 필요와 욕구를 해결하는 사적 영역인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은 생의 필연성의 기준에 따라 평가되고 인정된다. 필연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사적인 문제를 공적인 영역에서 다루게 되면, 필연성의 힘에서 그보다 약해 보이는 공적 문제들은 뒷전으로 물러나 앉게 된다. 자유의 문제보다 빵의 문제가 더욱 시급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는 사적 영역에 속하는 대표적인 것이다.-42쪽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는 노예제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정치에 참여하는 시민이 구체적인 생산 활동에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중세의 봉건제 사회는 영지 내의 생산활동 구조가 정치 구조와 직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고대 그리스에서는 사적인 것과 구별되는 공적 영역에서 민주적 토론에 의한 정치 영역이 형성되어 있었으나, 중세의 봉건적 사회국조에서는 왕을 정점으로하는 수직적, 경제적 생산 관계가 곧 정치 관계를 의미한 것이다. -44-45쪽

현대에서는 사적 문제와 공적 문제의 구분이 불분명해졌고, 개인 생활에서 개인의 중요성까지도 변화되어 버렸다. 이제 오늘날 사적인 문제란 더 이상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프라이버시 문제로 전환되어 버렸다. 그러나 가장 주목해야 할 현상은, 사적인 관심과 보호 대상인 사유 재산이 공적 관심의 대상으로 전환되어버린 현상이다. 즉 경제 문제가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45쪽

자본은 재산과는 달리 소비를 통해 없어지지 않는 일종의 항구성을 갖고 있다. 자본의 항구성은 정적인 구조를 가지지 않고 과정의 특성을 가진다. 지속적으로 자본을 움직이는 과정을 유지하지 않으면 자본은 다시 소비되어 소멸하고 만다. 즉 돌고 도는 돈은 계속 돌려야 한다. 따라서 자본은 자기 유지를 위한 끊임없는 과정을 수행하면서 우리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게 된다. 이로써 공적 관심이 자본 유지와 존속에 대한 관심으로 기울어지는 현상, 즉 공적 관심이 사적인 것에 몰두하게 되는 현상을 낳는다.-46쪽

사적인 것이 공적인 영역에 들어왔다고 해서 공적인 것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공적 영역을 사적인 것을 위해 기능하는 것으로 전환시켜버리고, 이와 더불어 공적 영역에서만 가능한 인간의 복수성에 바탕을 둔 인간의 활동을 잠식하고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47쪽

정리하자면, 올바른 척도가 있어 이를 기준으로 답을 끌어내는 부분이 사회적인 것이고, 이와는 달리 개성과 인간의 복수성이 드러나는 부분이 정치적인 것이다.-55쪽

철학은 확실한 진리의 준거를 가지고 정치 영역으로 들어오지만, 정치는 그러한 준거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진리의 준거가 존중되는 것은 사회적인 것에서이다. 준거와 기준이 존재하는 한 복수성은 존중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철학은 말을 잃어버릴 정도의 놀라운 경험에서 시작된다. 모든 언어 활동은 진리 발견 과정에서는 중요하지만 지닐 발견과 더불어 언어 활동은 중지된다. 진리가 등장하는 곳에서 정치적 인간인 쏘온 로곤 에콘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린다. 따라서 정치 영역은 진리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79쪽

정치가 진리의 영역이 아니라고 주장할 때 이때의 진리 개념은 고대 그리스 철학과 관련된 것이다. 즉 눈에 보이는 세계의 배후에 진리의 세계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형이상학이 연관된 진리 개념이다. 이러한 진리 개념은 흔히 말하는 진리 판별의 두 기준, 즉 대응설과 정합설 가운데 대응설의 근본 원리와 연결된다. 대응설이란 주장된 내용이 사실과 일치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주장된 말의 진위를 검토하는 것이고, 정합설이란 주장된 내용 가운데 논리적인 모순이 존재하지 않는가를 따지는 것, 즉 논리성에 대한 검토를 의미한다.-81쪽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일방적인 이해가 아니라 대화 당사자 사이의 상호 이해이며, 이는 구체적인 대화 행위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실제의 언어 교환으로 이루어지는 대화 행위에서는 사실상 두 가지 차원에서 상호 작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는 말하는 내용의 교환이다. 둘째는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대화 당사자들 간의 관계와 관련된 것이다. 후자는 세 가지 차원, 즉 말하는 사람의 진정한 의도, 말한 내용에 대한 말하는 사람의 입장, 그리고 이런 대화가 그 상황에 적합한지의 문제 등이다.

이 두 차원의 상호 작용을 검토하는 것은 우리가 어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합의를 이룰 때, 세 차원에서 타당성의 검증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 밑줄그은 이 주 : '세 차원'이란, "첫째, 말을 들은 사람은 말한 사람의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 "둘째, 말을 들은 사람은 말한 내용이 실현 가능한 상황에 있는지를 따져볼 것", "셋째, 말을 들은 사람은 말한 사람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그 말이 과연 적절하게 한 말인지를 문제삼을 것"을 지칭한다. 이는 하버마스의 형식 화용론을 요약한 것이다.-89쪽

동정은 특히 루소가 정치적 행위의 원리로 생각했던 것이다. 루소는 자신의 성선설을 바탕에 두고 이러한 동정의 힘을 신뢰했다. 그러나 동정과 감정 이입에 의한 행동이 파괴적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동정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동일한 행동을 강요하는 것은 파시즘적인 특성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변혁을 가능하게 한 혁명적 힘을 생각하면 그것이 차가운 이성적 합의보다는 정서적 합의에 의해 이룩된 것이라는 인상을 갖게 된다. 이는 연대가 이성보다 감정에 의한 것이라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 중략 ... 나아가 정치적 설득 또한 이성적 논증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살펴보았다. 그러므로 정치적 연대 또한 이성적 합의가 자동적으로 수반되지 않는 어떤 다른 차원에서 찾아야 하는데, 우리는 이성적인 것이 아니면 모두 감정적인 차원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공동 행위자를 결속하는 것은 감정의 직접적 일치가 아니라 참여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원리'이다. 이 원리란 위대성, 명예, 위엄, 영광, 평등, 공포, 불신, 증오와 같은 것들이다.-108-109쪽

시민의 판단이 이와 같은 세계적인 차원으로까지 관점이 확장되어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그것은 오직 시민이 판단을 내려본 후에야 알 수 있다. 실제로 판단을 내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 함께 대화를 나누어보지 않은 채, 선험적으로 판단의 타당성을 확보할 수는 없다. 따라서 판단을 내리는 행위 자체는 바람직한 정치 영역의 보존과 정치적 삶을 통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위험한 것은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는 것이다.

* 밑줄그은 이 주 : 마지막 줄 명언. 밑줄 쫙.-111쪽

세계적 연대의 싹은 시민이 내리는 정치적 판단에 이미 존재한다. 판단 자체가 지역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편파성을 극복함으로써 타당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적 연대를 기능하게 하는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잘못되어 비판받을 것을 감수하고 행하는 판단 행위 그 자체다.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이 소통되게 하는 정치 영역을 유지하는 것은 오직 판단을 내리는 행위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판단 불능이나 혼자 머리 속에서만 하는 판단으로는 인간적인 삶이 가능한 세계를 만들 수 없으며 오히려 세계에서 소외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쏘온 로곤 에콘의 언어 사용을 통해 구체적으로 대화하는 것만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117쪽

시민은 항상 확장된 사고를 통해 세계적 차원에서의 판단을 필요에 따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을 통해 형성된 시민의 공동 행위에 의해 정치가 이끌어져야 한다. 다수의 의지와 괴리된 법은 수정되어야 하고 저항을 받아야 한다. 시민의 준법 정신이 투철해야 하는 만큼 시민의 저항정신도 투철해야 한다. 맹목적인 법 준수와 판단의 중지는 간접적으로 제도적 폭력에 참여하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121-122쪽

정치는 진리의 영역이 아니며, 법은 진리 자체가 아니다. 정치의 목적은 복수성을 가진 인간이 자신의 고유한 개성과 관점을 언어적 판단과 의견을 드러냄으로써 이룩되고, 이러한 의견과 판단을 제시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적 영역, 즉 정치 영역이 소멸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민은 의견과 판단을 제시해야 하고, 이렇게 제시하는 의견과 판단을 중심으로 공동 행위가 형성된다. 이 공동 행위가 곧 정치적 권력의 유일한 근거다. 법은 이 근거에 의존해서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122쪽

[미주12]

"언어의 본질적 사용이 문제가 되는 곳에서 문제는 항상 정치적이다." (한나 아렌트) -133쪽

[미주61]

그러면 폭력이 불합리한 사고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할 것인가? 우리는 종종 폭력을 비합리성의 범주에 넣지만, 폭력 자체는 이성의 반의어가 아니다. 이성과는 무관하다. 폭력은 오히려 목적을 위한 '합리적' 계획하에 행사되기도 한다. 때때로는 격렬한 분노에서 비롯된다. 눈뜨고 볼 수 없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거나 목격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분노를 터뜨린다. 이 분노에 반대되는 것은 차가운 이성이 아니라 몰이해일 뿐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분노를 억누르거나 없애려는 것은 비인간화를 의미할 뿐이다.

우리가 폭력에 의존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이유는 폭력이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력이 효과적인 경우는, 마치 정당 방위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처럼 아주 직접적이고 순간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일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폭력도 합리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폭력이 전략적으로 또 제도적으로 사용될 때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게 될 뿐이다.-142쪽

[미주61]

폭력의 경우는 다른 정치적 행위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진다. 즉 폭력은 본질상 수단적이기 때문에 폭력을 통해 의도된 목적에 의해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 따라서 예측 불가능성은 폭력 행위에서 정당성의 문제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 때문에 어떤 좋은 목적이 폭력적 수단에 의해 산출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그 목적이 수단에 의해 다시 쉽게 압도되어버리는 것이 폭력이다. -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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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방학이고 논문 준비한답시고 머리 아픈 책들 읽느라고 도서관엘 다닌다. 그래봐야 나는 책상에 진득하니 오래 못앉아있기 때문에 한 시간도 안되서 들락날락 하고, 도서관에 붙어있는 시간도 몇 시간 정도 밖에 안되지만, 그나마라도 안가는 것보다는 가는게 낫더라 라는 결론. 집구석에서 책읽는다고 책상에 앉아있지도 않고 쇼파에 비스듬히 껄렁하게 앉아 책 좀 읽다가 누워 잠들고 인터넷하고, 티비보고 이러느니 아예 아무 것도 없는 도서관으로 가는게 차라리 낫더라. 책읽는거 평소에 좋아하면서도 뭔가를 위해서 억지로 읽으면 또 거부감들고 하는 것이, 학자 체질은 아닌가보다. 한군데 붙어있는 성격이 못된다.

 대학원은 집에서 너무 멀고 - 가면 지쳐 -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학부 대학 도서관으로 가는데 느즈막히 출발해서 학교에 도착할 때쯤이면 점심시간이다. 들어갔다 다시나오는거보다 먹고 들어가는게 더 효율적이므로 점심을 인근 식당에서 해결한다. 대학 다니던 시절와 많이 달라져 있는 모습에 가끔씩 올 때마다 놀랐는데, 요새는 매일 가서 익숙하다. 없던 밥집도 생겼고, 좋아했던 어느 아늑한 밥집은 - 커피숍에 더 가까운 - 피씨방으로 대체되었고 해서 골고루 하나씩 들어가보는 중이다. 대개는 3000원에서 3500원 정도의 가격인데 - 예전엔 대부분 2500원이었는데 - 집구석에서 아침을 제외하고는 밥을 잘 안먹는지라 나가서 혼자있을 땐 밥을 챙겨먹는 편이다.

  순두부, 돌솥비빕밥이 주 식단이 되고, 가끔씩 부대찌개나 된장찌개, 새우볶음밥 등으로 메뉴를 자체적으로 넓히기도 한다. 일단은 한 가지 메뉴를 여러 집 먹어보고 그 메뉴를 먹을 때는 그 집을 택하려고 한다. 전에 있던 어느 식당은 순두부가 진짜 맛있었는데, 간판인 그대로고 아마 주인아주머니가 바뀐 듯 하다. 예전 맛을 기대하고 갔더니 맛이 다르더라. 순두부는 아직까지 다 고만고만하고, 참치돌솥 맛있는 집은 찾아냈다. 다음에는 일반 돌솥 비빔밥을 먹어봐야지.

  식당을 선택하는데 있어선 주위 입소문과 점심시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있는가를 보고 판단하면 대개 맞아떨어지는데, 지금은 날 아는 사람들도 없고 혼자 다녀야하니 주위 입소문이라는건 제외하고, 식당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있는가를 가지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데, 대충 사람이 많은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은 한번씩 들어가보면 왜 그런지 느낄 수 있다. 어제는 일부러 사람이 없는 집에 들어가봤는데, 역시나 주문을 했는데도 네. 라는 대답도 없고, 주문을 받은건지 안받은건지 알 수 없는데, 주방에서 두 아주머니 이야기하는걸 살짝 들은 바로는 알아들은 듯 하여 마냥 기다리고 있다. 어 근데 이 집엔 티비가 없다. 주로 혼자 오는 손님들이 많은 학교 식당엔 티비가 비치되어있어 밥이 나오기까지의 지루함과 밥을 먹으면서의 적적함을 달래주어야 하는데, 이런! 이것도 손님이 없음에 한 몫 한다.

 또, 밥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본 메뉴인 순두부가 나오기 전에 반찬과 밥을 먼저 주는데, 밥이 식도록 순두부가 나오지 않는다. 그럼 차라리 좀 늦더라도 밥이랑 순두부랑 같이 주는게 낫지 않을까. 어느 정도의 시간차라면 괜찮지만 반찬과 밥을 앞에 둔지 한참 되고서야 순두부가  나온다면 문제있다. 밥과 반찬, 순두부를 탁자에 올려놓는 것도 그렇다. 제 위치에 올려놓는게 아니라 일단 그냥 내 탁자 위에만 올려져있으면 된다는 방식. 밥과 반찬과 순두부가 있어야 할 제 위치를 벗어나 마음대로 가있다. 밥을 먹고 나갈 때도 안녕히 가세요, 이런 말도 없다. 그렇담 이 식당에 사람이 없는 이유는 단 하루 밥먹어본 경험만으로 이해가 간다.

p.s.  여러 식당을 전전하면서(?) 각 식당의 특징들을 살피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것도 혼자가니깐 가능한거지 여럿이 가면 사실 그런걸 생각하거나 느낄 새가 없다. 나는 혼자 밥먹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어떤 이들은 밥을 굶더라도 혼자서는 결코 밥을 먹지 않는데, 나는 혼자서 아주 잘 돌아다니고 잘 먹는다. 극장도 혼자가고, 밥도 혼자사먹고, 혼자 디비디방도 가봤다. 혼자함이 어색하지 않은데, 이게 너무 또 익숙해지면 안좋다. 둘이 되기  힘드니까. 혼자함이 어색하고 뻘쭘해야 그게 싫어서라도 둘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니 필요할 때 적절히 혼자되기란 괜찮지만, 적당히 어색하고 뻘쭘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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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2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
덧글 정말 맘에 드네 아프님 :)

이잘코군 2007-08-12 11:15   좋아요 0 | URL
태그 아님 P.S.? :)

비로그인 2007-08-12 11:22   좋아요 0 | URL
뱀발 ㅋㅋㅋ
귀엽고 대견스러워요 :)

Jade 2007-08-1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오래지 않아 "순두부 좋아", "돌솥도 좋아" 대신 "누구누구좋아" 쓰시는 날이 오시길 ㅎㅎ 아 명동은 안가세요? ^^

이잘코군 2007-08-12 11:56   좋아요 0 | URL
네? 명동이요? 크크. 우리은행이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2007-08-12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 사진이 잔뜩 있을 줄 알았는데 글만 한가득이네요.으흐흐
저는 혼자 커피점도 잘 가고, 서점도 잘 가고, 영화관도 잘 가는데 이상하게 아직 혼자 밥은 못먹겠어요. 먹어보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흐음.

이잘코군 2007-08-12 11:57   좋아요 0 | URL
그거 못하는 사람 많아요. 딴거 다 해도 밥은 혼자 못먹는 사람. 제가 아는 어떤 사람도 배고픈데 굶더라고요. -_- 빵이라도 사다 먹지.

Mephistopheles 2007-08-12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건대정문(우리가 아는 소뿔은 후문)쪽에 있었던 엄마손분식이 기억에 남습니다.
맛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그 푸짐한 양...
남학생, 여학생 차별되는 밥그릇과 순두부를 시키면 작은 뚝배기가 아니라 중짜리 냄비에 하나가득 담겨져 나오는 순두부까지..그러면서 가격은 엄청 싸고..^^

이잘코군 2007-08-12 11:58   좋아요 0 | URL
학교 앞 식당들이 양이 많아요. 근데 그걸 또 배부르다고 남기자면 왠지 미안하고 그래서 배불러도 다 먹고 그러죠. 전 뱃 속이 양이 많진 않은데 꾸역꾸역 다 집어넣고 뚝딱 비운다는. :)

비로그인 2007-08-12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희 회사 앞도 마땅히 먹을 게 없습니다. 식당은 많은데 몇년 다니다보니 그게 그거 같아요 그래도 식사는 국력이니 잘 먹으려고 합니다.

이잘코군 2007-08-12 23:05   좋아요 0 | URL
사발면님 제 서재에 첫걸음 해주셨군요. :) 계속 같은 곳에서 돌다보면 역시 질리게 마련인가봅니다. 저는 아주 오랫만에 이 근방에서 밥을 먹느라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

비로그인 2007-08-12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맛있어도 미원많이 넣어서 그런 집도 있으니 잘드시고 다니세요. 전 회사근처 맛있다고 생각해서 3일 연속갔더니 3일째 되는날 미원과 설탕맛이 확 느껴져서 (제가 좀 느린지라. ^^;;;;) 실망했거든요. 글구요, 아줌마들은 혼자먹는 남자들에게는 잘해줘도 혼자먹는 여자들에겐 서비스가 별로. 그래선 그냥 전 혼자 먹을때에는 괜히 기분상할 필요 없는 패스트푸드나 패밀리레스토랑 가서 먹어요.

이잘코군 2007-08-12 23:07   좋아요 0 | URL
아 저는 그건 잘 구분 못하겠어요. -_- 그런쪽으로는 둔한가봐요. 그걸 어떻게 느끼는지. 음. 아줌마들 특별히 잘해주지도 않던데요? 그냥 남자면 밥 조금 더 주는거 같고 그런 정도. 근데 저는 밥 많이 먹는건 별론데... 근데 너구리님 패밀리레스토랑에 혼자 가신다고요? 저는 그건 못하겠던데...

비로그인 2007-08-12 23:28   좋아요 0 | URL
회사근처엔 패밀리레스토랑이라고 해도 직장인이 많아요. 그리고 님얼굴도 예쁘장하시니 한번 여장하고 가보세요, 차이가 나는지 =3=3=3=3

이잘코군 2007-08-12 23:43   좋아요 0 | URL
크하하하하핫. 머에요. 여장이라니요. 저는 여장하면 안어울립니다. :) 패밀리 레스토랑엘 어떤 분이 크리스마스 이브날 혼자 갔다고 들었는데, 점원이 자주 와서 말도 붙여주고 그러더래요. -_-

Kitty 2007-08-12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식당이랑 영화관은 절대 혼자 못가요.
혼자 식당 갈바에야 그냥 테이크아웃해서 먹어요 ㅠㅠ
다만 쇼핑은 절대 혼다 다닌다는.
누가 나때문에 기다리고 있으면 불편해서 뭘 못사거든요;;
그나저나 순두부랑 돌솥 먹고싶다........으앙 ㅠㅠ

이잘코군 2007-08-12 23:08   좋아요 0 | URL
키티님이 그런 유형이었군요. ^^ 저랑은 반대십니다. 쇼핑은 전 혼자서는 이상하던데... -_- 식당이랑 영화관은 혼자 잘 다녀도. 영화는 요새 혼자 보는 사람들 많아요. 그래서 더 어색하지 않아요.

비로그인 2007-08-1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건 다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혼자 디비디방도 가보셨군요.

이잘코군 2007-08-13 09:46   좋아요 0 | URL
흐흐. 네. :) 좀 어색하긴 했어요. -_- 좀 한적한 어떤데(?)는 아줌마가 여자 불러줄까요, 이러더라는. 저는 놀래서 아니요! 그랬죠.

sweetrain 2007-08-1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혼자서 패밀리 레스토랑도 종종 갑니다.
처음 혼자 갔을 때 어색할 줄 알았는데 안 어색하더라고요.

이잘코군 2007-08-13 19:51   좋아요 0 | URL
강적이군요! 그건 좀 전 힘들듯.
 

  100분 토론의 여파가 꽤나 크다. 이럴바에야 차라리 하지 말았어야 할 토론이었다는 생각이다. 아니 어쩌면 제대로(?) 마무리 된건지도. 이건 MBC에서 두시간 동안 <디워> 홍보해준거 밖에 안되는 꼴이지 않은가. <디워> 측에서는 영화에 대한 악평이든, 비평이든, 험담이든, 욕이든, 아니면 칭찬 일색이든, 호평이든 영화를 놓고 뭔가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할 것. 그들은 일단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목표이므로. 그래야 아 성공했다, 우리가 드디어 해냈다, 이런 결론이 도출될 것이므로. 이대로 쭉 간다면 1000만 가능할거 같은데. 모르겠다.

  김조광수와 이송희일은 눈 앞에서 사라지고 진중권이 표적이 되었다. 표적이란 말이 좀 뭣하긴 하지만 마땅한 지금의 사태를 표현할 만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디빠 임을 자처하는 이들과 디워를 옹호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진중권'이란 이름을 처음 들어본 듯 하다. 뭐하는 놈이야, 대학교수래, 대학교수가 왜 저따위야, 중앙대는 이제 발 아래 깔고 봅시다, 등등의 말이 나오고 있는데, 어젯밤에는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홈피가 다운됐다고. -_- 궁금해서 들어가봤는데 접속은 되는데 진중권 교수(교수라고 하니 어색하네) 홈피에는 연결이 안된다. 관리자측에서 일부러 빼놓았나보다. 마땅히 다른 블로그나 홈피를 운영하지 않는 사람이니 그가 소속된 곳에 몰려가서 욕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나보다.

 진중권의 반응도 참 재밌다고 해야할지 뭐라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아그들 왔냐? 떼거지로 몰려다니는 짓도 통할 사람에게 해야지 내 얼굴 봐라. 어디 통하게 생겼디? 모처럼 왔는데 어쩌냐? 엉아가 바빠서 놀아줄 시간이 없다. 열 받은 거 여기에 다 쏟아놓고 씩씩거리며 너그들끼리 놀다가거라. 그래도 분이 안풀리거든 그자리에서 쪼그려 뛰기를 해 봐. 잘자 내 꿈 꿔." 하하. 진중권 답다. 분명 토론 후에 자신에게 다가올 하늘을 가득찬 페르시아 화살을 염두에 두고 선수친거라고 볼 수 밖에. 뭐 딴에는 뭐 교수가 저러냐, 그러기도 하는데, 밑에 달린 댓글이 더 재밌다. 겸임교수랍니다. 그 밑에 아 그래서 그렇구나. -_-

  완전 요새 포털 사이트 들어가서 댓글들 구경하고 있으면 코미디가 따로 없다. 진중권 입장에서 적절한 대응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디빠가 아닌 단순히 <디워>를 괜찮게 봤던 사람들이나 아니면 디워 논란에서 벗어나 있던 사람들에게까지 거부반응을 일으켜서 논란을 더 키워버린건 아닌가 싶기도. 이미 토론엔 익숙한 위인이니 100분 토론 나올 때부터 이같은 후속사태는 짐작했고, 스스로 감당하겠다고 마음먹고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신랄하게 까놓고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욕먹을거 먹고, 또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 역시 미리 다 진중권 머리 속에 계획된 시나리오로 준비되어있었을 것이다.

  마음껏 독설을 퍼붓는 사람인지라 그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상처가 되거나, 분노를 일으키는 효과는 가져오게 되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웃음과 쾌락을 선사하기도 한다. 아마 진중권은 지금의 디워 사태에 대해서 이것이 가장 적절한 대응 방식이라 생각했나보다.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불가능하다 생각했고, 차라리 그럴 바에야 시원하게 독설을 퍼붓고 끝내자고 스스로 다짐했을지도 모르겠다. 제대로된 논의가 이루어질 환경과 그렇지 않은 환경을 구분하고, 그렇지 않은 환경 속에서는 자신도 마찬가지로 똑같이 대응해주자는 방식. 아마 이제 디워 논란이 서서히 식을 것이다. 더 이상 나올 말이 없으므로. 한쪽에서는 달려들어 물어뜯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대표로(?) 한 사람이 나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줬다. 더 이상의 말말말은 없을 듯 하다. 진중권이 또다른 말을 꺼내지 않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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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7-08-12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중권씨 보면볼수록 매력있는거 같아요 ㅋㅋ

이잘코군 2007-08-12 12:04   좋아요 0 | URL
하하. 근데 돌 맞을 짓(?)을 잘하죠. 상대를 자극하고 분노를 유발케하는 기술이 있어요. -_- 이건 별로 좋은건 아니라고 보는데. 어떤 문제를 제기함에 있어서는 이런 태도보다는 진지하고 겸손한 태도가 더 설득력있는데, 사실 전반적인 진중권의 성향 자체가 좀 공격적이에요. 이번건에 대해서도 지금과 같은 대응방식이 차라리 나은건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러게 한다고 그가 원하는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건 아니라.

천재끼도 있고, 매력적이고 새겨둘만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전적으로 신뢰를 보내는건 좀 위험해보입니다. 저는 그래서 80%의 신뢰와 20%의 의심과 비판을 보냅니다. :)

가넷 2007-08-12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그렇게 믿을만한 사람으로는 안보여요. 물론 도움이 될때도 많지만.

이잘코군 2007-08-13 00:02   좋아요 0 | URL
하하. 저보다는 더 부정적이시군요. 어떤 논란이 있을 때마다 진중권이 등장하는데, 사실 진중권 말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견, 토론모습도 보고픈데, 거의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진중권을 선호하나보더라고요. 다른 이들이 섭외를 꺼릴 수도 있고. 글쎄, 마땅히 나서기 곤란한 자리일 때 진중권이 총대 메고 나온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이 하고픈 말을 대신 다 쏟아낸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Mephistopheles 2007-08-1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눈에는 이번 디워논란으로 부각되어지는 인물들이 제법 많더군요..
과연 그것이 순수한 의도인가는 의심스럽지만요..^^

이잘코군 2007-08-13 00:03   좋아요 0 | URL
흐흐. 이송희일, 김조광수, 하재일, 진중권, 심형래, 손석희, 변희재가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냈죠. 연예인도 아닌데. -_- 이 중 양쪽 진영에서 모두 괜찮게 보고 있는 인물은 손석희 뿐 입니다. 손석희는 이미지 상승, 심형래는 광고효과를 얻어갔고, 나머지는 -_-

일부에서는 MBC가 캠코더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100분 토론으로 디워를 부각시켜줬다고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_- 근데 주제가 언제 선정되었느냐에 따라서 이건 음모론이 될 수도, 사실이 될 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kleinsusun 2007-08-12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중권 멋있어요. 평소 과격한 말을 많이 하고 주위에서 미움을 많이 샀기 때문에 교수가 되지 못했죠. 중앙대 독문과 겸임교수라는 직책이 웃기죠. 서울대 미학과 교수가 아니라.
에쿠... 진중권은 이제 욕 먹는 것도 지긋지긋 할꺼예요.

이잘코군 2007-08-13 00:03   좋아요 0 | URL
매력은 있는데 그 태도와 독설이 참 문제가 됩니다. -_- 이런 부분은 스스로가 좀 자제하고 차단할 필요가 있는데. 어쩌면 미움을 살 수 밖에 없는 언행을 보여주니까요. 어쩜 그 매력이란 것도 태도와 독설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바라 2007-08-1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현재 디워 광풍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긴 하지만, 100분 토론에서 진중권의 모습은 좀 실망스러웠는데요. 잠깐 봤서 잘 모르겠지만 진중권은 디워에 대한 열광 속에 위험하게 자리잡고 있는 애국주의,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보다는 디워는 영화로서 실격이라는 것과 비평의 본령에 대한 이야기만 반복하는 것 같더군요. 게다가 더 큰 문제라 생각하는 건 아프락사스님이 말씀하신 진중권 특유의 독설과 무시인데, 이런 감정적 태도(어쩌면 악플러들의 그것과 비교될 법도 한)는 대중들에게 진중권의 논의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서 분노를 불러일으킬 뿐이겠지요. 그리고 데우스엑스마키나 운운하면서 디워의 내용적 결함을 비판하고 싶은 심정은 알겠는데 TV토론에서 너네 이거 알어? 하는 식으로 깔보듯이 들이대는 게 얼마나 생산적일지는 의심스럽더군요. 과연 그런 장치라는 것이 없는 '완벽한' 플롯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는 제쳐놓더라도 말이죠. 예의 그 쇼맨쉽을 과시하고 싶은게 아니라면 굳이 진중권이 그 TV토론에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요?

이잘코군 2007-08-12 13:2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동감입니다. 요 전의 글에서 그런 말을 했었는데, 진중권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그가 보여주는 거친 표현이나 독설 때문에 가려지죠. 또 지적하신바와 같이 너희들보다 내가 한 발 더 올라서있다, 어디 까불고 있냐, 라는 식의 토론태도 또한 문제있습니다. 생산성을 저하시키는거죠. 생산적인 논의가 될 수 있는 토론도 그 같은 발언으로 격이 떨어져버리게 되고. 근데 이번건 어차피 생산적인 논의 안될거 알고 같은 방식으로 시원하게 독설을 퍼부은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다른 이들이 진지한 태도로 나왔고, 시청자도 진지하게 보고 있는데, 진중권 혼자 그렇게 판단내리고 방향을 끌고 갔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이건 비생산적이야, 라고 혼자 생각하고 끌어갔다면 말이죠.



turnleft 2007-08-13 0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변희재까지 검색어 상위에 있습니까. 진중권이 자기 밥그릇 건드린데 대한 치졸한 반감이 덕지덕지 묻어나던 글이더만 진중권 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뜨나보죠 -_-;

이잘코군 2007-08-13 09:45   좋아요 0 | URL
네. 진중권의 대학 후배인데다가, 아무래도 디빠(이런 이분법적 구도는 별로 좋지 않지만 마땅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으므로 - 쪽에서는 나온 패널들도 그들이 원하는 말을 해주지 않았고, 다른 여타할 글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변희재는 꽤나 매력적인 요소였겠죠. 변희재는 잠깐 떴다 말았습니다.
 


  정말 말들 많다. 한 영화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찬반 대립하여 각을 세운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말들 많다. 이 정도로 네티즌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영화도 없지 않았을까. 평론가들의 냉혹하고 차가운 비평이야 언제나 있어왔고, 특별히 그 대상이 '디워'가 된다고 해서 새삼스러울 건 없는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인터넷 안에서 본 '디워'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의 향연은 가히 '디워현상'이라 부를만 하다. 심지어 이걸 가지고 영화가 개봉한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100분 토론> 주제로까지 삼고 있으니.

  논란이 된 김조광수의 글도, 이송희일의 글도 영화를 보기 전엔 몰랐고, 어제 100분 토론을 본 뒤에야 비로소 오늘 아침 부랴부랴 인터넷을 검색하고 찾아내 읽었다. 정식 평론도 아니고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이가 개인 블로그에 주저리주저리 짜증섞인 불만을 토로한 정도로 보이는데, 네티즌들의 반응이 엄청나다. 네이버에서 '디워'라고 검색하면 화면을 가득채우는 온갖 글들은 대부분 뭐 저런 자식이 다 있냐, 게이라며, 성이 왜 두개야, 뭐 이런 식의 악플들이다. 물론 이들에 대한 정식 비판도 있을 수 있겠지만 글쎄, 눈이 어두워서인지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일단 화면 안에 보이는 것들만 읽기에도 버거우니까.

  이송희일이며 김조광수며 사실 처음 들어본 사람들이고, 충무로에서 그다지 영향력있는 사람들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어제 <100분 토론>을 봤는데, 여기서도 다들 인정하더라. 패널로 나온 김조광수가 충무로에서 그다지 주류세력도 아니고, 영향력 있는 이도 아니란 것에 대해서는. 이들의 글이 여기저기 퍼져나가 엄청난 '사건'이 된 것도 신기하지만, 솔직히 이 분들이 이런 짜증섞인 글을 블로그에 올리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사건이 확대되지도 않았으리란 생각이다. 심지어 디까 라고 자처하는 어떤 이는 이송희일과 김조광수가 심형래한테 돈 먹으거 아니냐, 이런 파장을 굳이 만들어서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고 너도나도 '디워'를 보게 만든거 아니냐, 고 음모론까지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이송희일이며 김조광수며 그저 보이는 것에 대해서 개인 블로그에 불만을 토로한 것 뿐인데, 일부 디까에게도 디빠에게도 욕 먹고 있는 실정이다. (디까와 디빠라는 말도 사건확대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디까 아니면 디빠 라는 식의 이분법적 구도는 중간지대와 다른 시각을 사라지게 만든다.)

 읽어보니 이송희일의 글은 좀 거칠고 적나라하긴 했다만 그거야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개인의 토로 정도로 봐주면 될 일인데, 네티즌들이 매우 민감한거 아닌가 싶다. ('네티즌들'이라고 전체집단을 지칭해 이렇게 말하면 또 '디워'를 괜찮게 본 악의 없는 글을 쓴 이들까지 싸잡아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결코 아니다.) 솔직히 '디워' 재밌었다. 그러나 이때의 재미는 역시나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장면을 담아낸 빠르게 진행되는 화려한 액션씬 때문이었다. 재미는 있었는데 아쉬웠던 부분은, 스토리의 개연성이다. 이 부분은 어제 <100분 토론>에 나온 디워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청년필름 김조광일과 문화평론가 진중권, 그리고 반대진영인 학벌없는사회모임 하재근과 스포츠조선 기자 김천홍 네 사람 모두 동의하고 인정한 부분이다. 그러니 스토리의 개연성을 지적하는 진중권을 대상으로 개념없느니, 스토리가 뭐 어쨌는데 하는 비난 혹은 반론은 그다지 효과가 없어 보인다.

 어제 진중권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어쩌고 한 말은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걸 모르고라도 개연성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모두 알고 있다. 스토리의 개연성은, 하나의 사건에서 다음 사건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끄덕 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인데, 원인과 결과 관계라고 보면 무리가 없지 싶다. 솔직히 화려한 영상에 비해서 스토리의 개연성이 너무나 부실했다. 하나의 사건 뒤에 나올 또다른 하나의 사건 사이에는 분명 다른 사건이 존재해야하지만, 그것이 빠져있다는 느낌은 비단 나만 느낀건 아닐게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도 자주 엥?! 한 부분이 많았다. 어쩌면 이것이 문제가 된 것도, 보여지는 화면과 스토리의 괴리가 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둘 다 부실하면 악평을 해도 누구나 끄덕끄덕 할텐데 영상은 화려한데 스토리가 흘러가는 맥락이 뭔가 부실하고 하나씩 빠져있는 듯한 느낌이 크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 것일게다.

  결국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화려한 영상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스토리..." 혹은 "부실한 스토리이지만 화려한 영상을 선사하는..." 영상이냐 스토리냐 어느 것을 크게 볼 것이냐에 따라서 사람들의 호평과 혹평이 갈린다. 혹평을 하는 쪽에서는 영화에서 보여지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것이 있고, 이 영화가 그걸 채우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호평하는 쪽에서는 그런건 없다,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결국 같은 것을 두고 어느 것을 더 크게 보느냐에 따라서 디까와 디빠로 나뉜다. 물론 다른 면에서도 디까와 디빠로 나뉘기도 한다. 애국심 마케팅이니 인간극장 코드에 호소했다느니 하면서 지적할 수도 있는데, 지적으로 끝나지 않고 관객들이 여기에 놀아났느니 어쩌니 하기 때문에 '놀아난(?)' 관객들은 이에 대해 발끈 하는게다. 내가 바보냐 그런거에 속아넘어가서 영화를 보게? 이렇게 되는거지. 그러다보니 점점 더 서로간의 대립각을 세울 수 밖에 없고 무차별 테러와 악플이 난무하는 요지경에 이르렀다.

  애국심 마케팅과 인간극장 코드가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영화 개봉 전부터 온갖 유명한 오락프로그램에 나와서 시청자를 웃기고 자신의 인생사를 늘어놓으며 때로는 본인이 의도했건 그렇지않건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 동정심에의 호소가 아니라 유발 - 했다. '디워'가 헐리우드 영화였다면 이렇게까지 관객이 들어섰을까 싶기도 하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에서 개봉했을 때 관객이 얼마나 들어서는지가 판단의 잣대가 될 것이다. 근데 미국판은 120분짜리 라는 소리가 있던데 정말일까. 정말이라면 그리고 그 나머지 부분들이 스토리의 개연성 부족을 보완해줄 수 있다면 미국에서도 먹힐 수 있으리라 본다. 결국 이런 지적도 한국 영화가 잘됐으면 하는 바램에서 나오는 것이지, 무조건 까고 매장시키기 위해서 하지는 않을테다. 심형래 감독이 이 점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내 희망사항일 뿐이다.


*   인터넷 여기저기를 보니 어제 <100분 토론> 패널 진중권의 열등감이 폭발했느니 어쩌니 하는 글들이 많다. 그러나 평소 토론에서의 진중권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네이버에는 디워 팬카페도 있던데 여기 글들도 재밌다. 아마도 디워를 옹호하려는 이들은 - 디빠, 디까라는 말은 사용하지말자. 대립구도를 부추긴다. - 대학원생 이미지씨의 발언이 효과적이었다며, 왜 진중권은 영화 <300>에 대해서는 스토리가 단순하다고 말했음에도 괜찮게 평을 내렸고, 영화 <디워>에 대해서는 스토리가 부실하다면서 혹평을 하느냐고 묻는다. 물론 스토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앞서 본 글에서 지적했듯 스토리의 개연성 부족을 지적하고 있는게다. 영화 <300>은 하나의 사건 뒤에 오는 또다른 사건이 납득이 안되거나 머리가 갸우뚱해지는 부분은 없다. 그러나 <디워>는 그런 부분이 많다. 진중권은 그 부분에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하는거다.

* 하고픈 말이 많아지다 보니 자꾸 이런저런 주제가 나오는데, 지금의 디워현상에서 또하나 지적하고픈건 말을 할 수 있게 해달라, 는 것이다. '디워'에 대해 뭔가를 지적하고 안좋은 말을 하려고 하면 무조건 네티즌들 달려들어 무차별 테러하는 지금의 풍토에서는 영화를 재밌게 봤지만 뭔가 아쉽다고 말하는 것 조차도 말하기 무섭다. 난 <디워> 재밌게 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솔직하게 지적한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디빠와 디까의 이분법적 대립구도로 바라보며 '디워'에 대해 뭔가 지적하는 이들은 모두 '디까'라는 범주 안에 집어넣고 까고 있는 현실은 누가봐도 아니지 않은가. 순수하게 영화를 보고 좋은 것은 좋았다고 나쁜 것은 나빴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게 왜 이리도 어렵다냐.

* 엔딩의 아리랑이 영화와 조화를 이루는가는 잘 모르겠지만, 색다르긴 했다. 다른 SF 영화들에 익숙해져인지 모르겠지만 강렬한 록비트의 엔딩으로 마무리하는게 더 잘 어울리고 깔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이런 시도를 뭐라 할 수는 없다. 음악이 어색하게 느껴지는건 어쩌면 우리의 귀가 미국 헐리우드 액션/SF에 익숙해진 탓인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심형래가 자신의 인생사의 한편을 잘라내어 주저리주저리 관객에게 편지글을 보여주는 부분은 너무 오버지 싶다. 영화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간 고생한 거 모르는거 아니나 오히려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간직하고 있을 때 사람들은 당신을 더 생각합니다. 나 좀 알아줘, 나 이렇게 고생했어, 하며 대놓고 호소하는건 오히려 영화 재밌게 잘 본 사람들 눈살 찌푸르게 만들 수도 있답니다.

* 영화 <디워>의 영향력이 대단하긴 한가보다. 밤 12시부터 장장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100분 토론>의 시청률이 엄청나게 뛰었다고 하던데. 호. 좋은거야 나쁜거야.

* 진중권의 발언은 때로는 거침없고 솔직해서 시원하기도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기분이 상할 수도 있겠다. 거친 표현법은 내용을 제거한 채 상대방에게 비수가 되어 꽂힐 수도 있고, 더 큰 분노를 유발할 수도 있다. 엉망진창이니 영구없다, 등등의 발언은 지루한 토론에 웃음을 주는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그 웃음이 비웃음일 경우에는 경우가 다르다. 수용할 만한 내용을 전달하면서도 내용을 감싸는 대화법이 본질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진중권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여기서 비롯되는 것일게다.

 

* 부록 (논란과 관련해 읽어볼 만한 것들은 이후에도 수집)

<디워>를 둘러싼 참을 수 없는 (이송희일)
<디워>를 둘러싼 짜증 외 다수글 (김조광수)
<디 워> 논란(씨네21, 남동철 편집장) 
'디워' 100분 토론에 나타난 소통 방향에 대하여 (데일리 서프라이즈, 김석수 칼럼니스트)
하재근 평론가 "진중권씨 맞는 말, 인신공격 말아라"  (마이데일리)
하재근 블로그 토론후기, "진중권씨 말이 맞는 말" (조선일보)
김천홍 기자, "'디 워' 평단이 관객 자극했다" (마이데일리)
김조광수 "'디워'는 충무로와 심형래 감독의 합작품" (조이뉴스24)
MBC 100분 토론 진중권, “<디워>에 대해 할 말을 못하는 현상” (맥스무비)
유지나 "디워, 어설픈 구석 있다는 거 인정해야"  (유지나)
디워 관객만큼 논란도 폭발… 영화평론가 이유 찾기
 (한국일보 좌담)
[이대현의 영화로 보는 세상] '심형래가 아는 한 명뿐인 기자'의 생각 (한국일보 이대현 기자) 
[이대현의 영화로 보는 세상] '심형래가 아는 한 명뿐인 기자'의 생각 (2)  (한국일보 이대현 기자)


* 빅뉴스의 변희재를 비롯 몇몇 인들의 글은 진중권 죽이기로 밖에는 안보이지만 참고 
  글이 주소가 따로 안나와서 사이트 주소만 http://bi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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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8-10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대로 가면 아마도.."디 워 디렉터스 컷" "디워 오리지날 노컷" "디워 완전판" 등등이 계속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던데...^^

이잘코군 2007-08-10 11:27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겠군요. 지금이 87분(?) 정도니깐 디비디 한정판으로 나올 수도 있겠군요. 뭐 그렇다고 해도 문제될 건 없는거 같습니다. 근데 확실히 '디워'가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되어버렸고, 영화에 따르는 캐릭터 인형이나 기타 등등의 부수적인 상업 효과도 상당할 듯 합니다.

Mephistopheles 2007-08-10 11:37   좋아요 0 | URL
아 그럼 이제 용가리치킨은 안팔고 디워치킨이 팔리겠군요...용가리치킨 맛있는데...

이잘코군 2007-08-10 11:51   좋아요 0 | URL
아 메피님 저는 치킨은 다 싫습니다. -_- 닭이 싫어요.

울보 2007-08-10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100분토론 보았습니다,
솔직히 잘모르겟어요,
아직도 머리만 복잡해요 아직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님의 글을 읽으니 조금은 알것같기도하고 저도 오늘 컴에서 디워에 대해 찾아보았는데ㅡ,,,,ㅎㅎㅎ

이잘코군 2007-08-10 11:57   좋아요 0 | URL
영화를 안봐도 영화를 둘러싼 현상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져볼 수는 있습니다. 영화흥행에 이런 논란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거 같아요. 어제 <100분 토론> 이후로 또 관객몰이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토론주제로 선정됐다는 것, 그리고 두 시간에 걸쳐서 토론을 했다는 것, 다음 날 포털사이트를 장악했다는 것만으로도 공짜로 엄청난 광고를 한 셈입니다. :)

2007-08-10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잘코군 2007-08-10 13:11   좋아요 0 | URL
마땅한 장르를 붙일 수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굳이 기존의 장르 중 어느 하나에 끼워넣는다면 SF물로 들어가게 되는거고. 혹시나 해서 검색해봤는데, 네이버 장르 구분에는 환타지/액션 으로 되어있군요. SF보다는 환타지가 더 잘 어울리는것도 같고. <반지의 제왕>과 <킹콩>의 조화? 환타지라면 더더욱 서사가 뚜렷해야할텐데.

kleinsusun 2007-08-1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분 토론, 정말 최고의 광고네요!
아... 다른 건 다 몰라도 제작 후기는 역사에 남을 코미디예요. ㅋㅋ

이잘코군 2007-08-10 13:13   좋아요 0 | URL
흐흐흐. 100분 토론 정말 오랫만에 봤습니다. 아 요새 토론 프로그램 너무 재밌어요. 조간신문 편성표에 주제까지 적혀있으면 더 좋을텐데. 그날 토론 프로그램이 있는건 알아도 주제가 뭔지는 찾아봐야 알 수 있거든요. 어제 영화사 대표 전화 연결도 하고 무비스트 편집장도 전화 연결하고, 광고 하나는 제대로 했습니다. 토론 시청률도 그렇지만, 오늘 아침 네이버 검색순위는 패널과 사회자, 영화제목, 토론프로그램 이름이 죄다 상위를 차지했어요.

전자인간 2007-08-10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우려하는 것은 디워를 둘러싼 일부 네티즌들의 비이성적 옹호 주장이 '네티즌 파시즘'으로까지 비쳐진다는 점입니다. 극단적인 배타주의에 애국주의 당의가 입혀져서 유행병처럼 퍼지는 현 사태를 볼 때 말이죠. 이러한 '네티즌 파시즘'은 황우석 사태 때도 이미 경험한 바 있고요. 제가 우리나라 정치의 미래에 대해 가장 암울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머지않아 파시즘 정권이 들어설 지도 모른다는...

이잘코군 2007-08-10 14:16   좋아요 0 | URL
저도 이거 매번 XX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벌어지는 이 같은 사태를 어찌 봐야할지 난감합니다. 말씀하신대로 '네티즌 파시즘'이라 칭하면 딱일듯 합니다. 신조어가 생기려나요. 개인이 블로그에 주저리주저리 토로한거 가지고 대한민국 다수의 네티즌들이 작성자를 가운데 놓고 두드려패고 있다고 볼 수 밖에. 한 두번으로 끝날거 같지 않습니다.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대두될듯.

프레이야 2007-08-10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의 디워치킨! 압권입니다.^^
저도 어제.. 진중권이 시원하게 말하더군요. '영구없다' 이거요.. 완전!

이잘코군 2007-08-10 21:31   좋아요 0 | URL
아 그 멘트는 재밌긴 했습니다만, 비아냥 대는거 같아서 듣기는 웃고 나니 좀 뭣하더라고요. 평소의 진중권다운 멘트였지만. 비아냥을 뺀 채 의견을 전개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그럼 디워 옹호측 네티즌도 지금처럼 분노에 가득차서 표적을 진중권으로 바꾸지는 않았을텐데 말이죠. 이런 점은 좀 아쉽습니다. 네이버 검색어 1위가 진중권이더군요. 헐...

맑음 2007-08-10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판과 비난의 연쇄 충돌사고.
비평이나 비판 논란은 예전부터 작가(예, 공지영이나 이외수)와 비평가 사이에서도 종종 일어나곤 했죠.
말하는 사람이 비평이나 비판을 가하면서 비난의 말을 차용하기 때문에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또 듣는 사람이 비평이나 비판을 자기에게 퍼붓는 비난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늘 논란거리를 달고 다니는 것 같아요.
며칠 전부터 심각하게 비판과 비난의 차이가 뭘까? 고민을 해봤는데,
아타(我他)가 수긍하고 받아들이면 비판비평이고 아타가 정서적 상처를 받으면 비난일꺼란, 아주 모호하고 개인적인 개념 정리하고도.
여전히 비판과 비난의 차이에 대한 기갈이...
똑같은 돈으로 1편이 아니라 몇 편을 제작할 수 있다거나 개인적인 성적 취향에 대한 비아냥거림은 누가 봐도 비평비판이 아니라 비난임을 알 수 있는데, 전 왜 이런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지 모르겠어요.

최근 웃긴 갑론을박 또 하나 있어요.
한 인터뷰에서 앙드레 김이 맘마미아의 박해미를 평하길, “극성스럽고 요란하다.”
이에 박해미는 “그분은 정중앙에 앉아 주무셨는데 잠을 깨워 화가 났나보다 생각하며 마음을 풀었다”라고 응수했어요. 전적으로 앙드레 김의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소견인데, 문제는 그게 매체를 탔기 때문이죠.

사람마다 자신의 생각이 있는 것인데, 그래도 그 표현은 조심스러운 여과기를 거쳐야 한다.
왜냐면 우리 모두는 상처받기 쉬운 인간이잖아요.^^

이잘코군 2007-08-10 21:57   좋아요 0 | URL
맑음님 도대체 이런 좋은 글을 왜 댓글로만 남기시는겁니까. 네네네? 페이퍼로 작성하시면 더 좋을텐데... :) 가끔 출몰하시는 님 덕분에 제 서재가 빛나잖아요. (저 원래 칭찬에 인색하고 아부 같은 것도 못하는데... 총총총)

비연 2007-08-10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전..이런 현상들 속에서 디 워가 더더더더더욱 보기 싫어진다는..;;;

이잘코군 2007-08-10 22:14   좋아요 0 | URL
재밌는 기사가 방금 눈에 띄었습니다. 100분 토론을 시청한 후 디워에 대한 생각은? 이라는 설문조사래요. 설문조사가 믿을건 못되지만 확실히 여러 시선 끌긴 했나봅니다. (http://www.maxmovie.com/movie_info/news_read.asp?idx=MI0052331040)

twinpix 2007-08-10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이 워낙 떠들썩이라 원래 영화 혼자서 잘 안 보는데 가서 봤죠. 'ㅁ'(흥행에 일조를...) 아무튼 묘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음.

이잘코군 2007-08-10 23:14   좋아요 0 | URL
앗, 혼자서 이런 환타지를. 하긴 나는 멜로나 액션도 혼자봤는데. 이게 뭔데 이렇게 요란스러울까, 궁금해서라도 관심없던 사람들도 다 보러 가겠어요. 100분 토론 영화 제대로 홍보해줬습니다. 뭐 진중권이 스포일러를 뿌렸네 어쩌네 하는데 안본 사람 입장에서는 들어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고 줄거리를 이야기한건 아니니까 영화보는데는 지장이 없을 듯 하고.

Jade 2007-08-11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전 집에 티비가 없어서 100분토론 있었는지도 몰랐어요 ㅋㅋ 아 디워 볼 생각 없었는데, 한번 봐야겠어요~ ㅋㅋㅋ

이잘코군 2007-08-11 08:28   좋아요 0 | URL
헙. 거봐요. 요렇게 안보려고 했던 사람들까지 보게되는 광고효과. 천만 넘겠다. 이런저런 부수적인 효과들이 자꾸 관객을 동원하고 있어요. 이것도 나름 마케팅이라면 마케팅인가.

야클 2007-08-11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00분 토론 한번 다시보기로 봐야겠군요. 정리 잘 해 놓으셨네요. 덕분에 편안하게 정리가 됩니다. 추천 한방! ^^

이잘코군 2007-08-11 16:39   좋아요 0 | URL
하핫. 저도 어둠의 루트로. :) 토론 정말 재밌어요.

부리 2007-08-1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졸려서 못봤어요 근데 상영중인 영화를 가지고 토론을 한다는 게 참 이상하긴 하더군요. 시청률 차원에서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이잘코군 2007-08-11 16:4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다들 그러더라고요. 개봉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영화를 가지고 토론을 하는게 참 이상하다고. 그만큼 영화 자체로만이 아니라 영화를 둘러싼 사회적인 논란과 현상 때문에 주제로 잡은거겠죠. 어떤 이유에서든 영화 홍보는 제대로 했어요.

부리 2007-08-11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은 제 서재엔 안오시고....넘하세요.

이잘코군 2007-08-11 16:41   좋아요 0 | URL
야클님은 이제 부리님이 너구리님한테 갔다고 더이상 보기 싫대요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