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방학이고 논문 준비한답시고 머리 아픈 책들 읽느라고 도서관엘 다닌다. 그래봐야 나는 책상에 진득하니 오래 못앉아있기 때문에 한 시간도 안되서 들락날락 하고, 도서관에 붙어있는 시간도 몇 시간 정도 밖에 안되지만, 그나마라도 안가는 것보다는 가는게 낫더라 라는 결론. 집구석에서 책읽는다고 책상에 앉아있지도 않고 쇼파에 비스듬히 껄렁하게 앉아 책 좀 읽다가 누워 잠들고 인터넷하고, 티비보고 이러느니 아예 아무 것도 없는 도서관으로 가는게 차라리 낫더라. 책읽는거 평소에 좋아하면서도 뭔가를 위해서 억지로 읽으면 또 거부감들고 하는 것이, 학자 체질은 아닌가보다. 한군데 붙어있는 성격이 못된다.
대학원은 집에서 너무 멀고 - 가면 지쳐 -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학부 대학 도서관으로 가는데 느즈막히 출발해서 학교에 도착할 때쯤이면 점심시간이다. 들어갔다 다시나오는거보다 먹고 들어가는게 더 효율적이므로 점심을 인근 식당에서 해결한다. 대학 다니던 시절와 많이 달라져 있는 모습에 가끔씩 올 때마다 놀랐는데, 요새는 매일 가서 익숙하다. 없던 밥집도 생겼고, 좋아했던 어느 아늑한 밥집은 - 커피숍에 더 가까운 - 피씨방으로 대체되었고 해서 골고루 하나씩 들어가보는 중이다. 대개는 3000원에서 3500원 정도의 가격인데 - 예전엔 대부분 2500원이었는데 - 집구석에서 아침을 제외하고는 밥을 잘 안먹는지라 나가서 혼자있을 땐 밥을 챙겨먹는 편이다.
순두부, 돌솥비빕밥이 주 식단이 되고, 가끔씩 부대찌개나 된장찌개, 새우볶음밥 등으로 메뉴를 자체적으로 넓히기도 한다. 일단은 한 가지 메뉴를 여러 집 먹어보고 그 메뉴를 먹을 때는 그 집을 택하려고 한다. 전에 있던 어느 식당은 순두부가 진짜 맛있었는데, 간판인 그대로고 아마 주인아주머니가 바뀐 듯 하다. 예전 맛을 기대하고 갔더니 맛이 다르더라. 순두부는 아직까지 다 고만고만하고, 참치돌솥 맛있는 집은 찾아냈다. 다음에는 일반 돌솥 비빔밥을 먹어봐야지.
식당을 선택하는데 있어선 주위 입소문과 점심시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있는가를 보고 판단하면 대개 맞아떨어지는데, 지금은 날 아는 사람들도 없고 혼자 다녀야하니 주위 입소문이라는건 제외하고, 식당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있는가를 가지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데, 대충 사람이 많은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은 한번씩 들어가보면 왜 그런지 느낄 수 있다. 어제는 일부러 사람이 없는 집에 들어가봤는데, 역시나 주문을 했는데도 네. 라는 대답도 없고, 주문을 받은건지 안받은건지 알 수 없는데, 주방에서 두 아주머니 이야기하는걸 살짝 들은 바로는 알아들은 듯 하여 마냥 기다리고 있다. 어 근데 이 집엔 티비가 없다. 주로 혼자 오는 손님들이 많은 학교 식당엔 티비가 비치되어있어 밥이 나오기까지의 지루함과 밥을 먹으면서의 적적함을 달래주어야 하는데, 이런! 이것도 손님이 없음에 한 몫 한다.
또, 밥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본 메뉴인 순두부가 나오기 전에 반찬과 밥을 먼저 주는데, 밥이 식도록 순두부가 나오지 않는다. 그럼 차라리 좀 늦더라도 밥이랑 순두부랑 같이 주는게 낫지 않을까. 어느 정도의 시간차라면 괜찮지만 반찬과 밥을 앞에 둔지 한참 되고서야 순두부가 나온다면 문제있다. 밥과 반찬, 순두부를 탁자에 올려놓는 것도 그렇다. 제 위치에 올려놓는게 아니라 일단 그냥 내 탁자 위에만 올려져있으면 된다는 방식. 밥과 반찬과 순두부가 있어야 할 제 위치를 벗어나 마음대로 가있다. 밥을 먹고 나갈 때도 안녕히 가세요, 이런 말도 없다. 그렇담 이 식당에 사람이 없는 이유는 단 하루 밥먹어본 경험만으로 이해가 간다.
p.s. 여러 식당을 전전하면서(?) 각 식당의 특징들을 살피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것도 혼자가니깐 가능한거지 여럿이 가면 사실 그런걸 생각하거나 느낄 새가 없다. 나는 혼자 밥먹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어떤 이들은 밥을 굶더라도 혼자서는 결코 밥을 먹지 않는데, 나는 혼자서 아주 잘 돌아다니고 잘 먹는다. 극장도 혼자가고, 밥도 혼자사먹고, 혼자 디비디방도 가봤다. 혼자함이 어색하지 않은데, 이게 너무 또 익숙해지면 안좋다. 둘이 되기 힘드니까. 혼자함이 어색하고 뻘쭘해야 그게 싫어서라도 둘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니 필요할 때 적절히 혼자되기란 괜찮지만, 적당히 어색하고 뻘쭘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