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말들 많다. 한 영화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찬반 대립하여 각을 세운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말들 많다. 이 정도로 네티즌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영화도 없지 않았을까. 평론가들의 냉혹하고 차가운 비평이야 언제나 있어왔고, 특별히 그 대상이 '디워'가 된다고 해서 새삼스러울 건 없는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인터넷 안에서 본 '디워'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의 향연은 가히 '디워현상'이라 부를만 하다. 심지어 이걸 가지고 영화가 개봉한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100분 토론> 주제로까지 삼고 있으니.
논란이 된 김조광수의 글도, 이송희일의 글도 영화를 보기 전엔 몰랐고, 어제 100분 토론을 본 뒤에야 비로소 오늘 아침 부랴부랴 인터넷을 검색하고 찾아내 읽었다. 정식 평론도 아니고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이가 개인 블로그에 주저리주저리 짜증섞인 불만을 토로한 정도로 보이는데, 네티즌들의 반응이 엄청나다. 네이버에서 '디워'라고 검색하면 화면을 가득채우는 온갖 글들은 대부분 뭐 저런 자식이 다 있냐, 게이라며, 성이 왜 두개야, 뭐 이런 식의 악플들이다. 물론 이들에 대한 정식 비판도 있을 수 있겠지만 글쎄, 눈이 어두워서인지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일단 화면 안에 보이는 것들만 읽기에도 버거우니까.
이송희일이며 김조광수며 사실 처음 들어본 사람들이고, 충무로에서 그다지 영향력있는 사람들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어제 <100분 토론>을 봤는데, 여기서도 다들 인정하더라. 패널로 나온 김조광수가 충무로에서 그다지 주류세력도 아니고, 영향력 있는 이도 아니란 것에 대해서는. 이들의 글이 여기저기 퍼져나가 엄청난 '사건'이 된 것도 신기하지만, 솔직히 이 분들이 이런 짜증섞인 글을 블로그에 올리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사건이 확대되지도 않았으리란 생각이다. 심지어 디까 라고 자처하는 어떤 이는 이송희일과 김조광수가 심형래한테 돈 먹으거 아니냐, 이런 파장을 굳이 만들어서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고 너도나도 '디워'를 보게 만든거 아니냐, 고 음모론까지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이송희일이며 김조광수며 그저 보이는 것에 대해서 개인 블로그에 불만을 토로한 것 뿐인데, 일부 디까에게도 디빠에게도 욕 먹고 있는 실정이다. (디까와 디빠라는 말도 사건확대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디까 아니면 디빠 라는 식의 이분법적 구도는 중간지대와 다른 시각을 사라지게 만든다.)
읽어보니 이송희일의 글은 좀 거칠고 적나라하긴 했다만 그거야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개인의 토로 정도로 봐주면 될 일인데, 네티즌들이 매우 민감한거 아닌가 싶다. ('네티즌들'이라고 전체집단을 지칭해 이렇게 말하면 또 '디워'를 괜찮게 본 악의 없는 글을 쓴 이들까지 싸잡아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결코 아니다.) 솔직히 '디워' 재밌었다. 그러나 이때의 재미는 역시나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장면을 담아낸 빠르게 진행되는 화려한 액션씬 때문이었다. 재미는 있었는데 아쉬웠던 부분은, 스토리의 개연성이다. 이 부분은 어제 <100분 토론>에 나온 디워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청년필름 김조광일과 문화평론가 진중권, 그리고 반대진영인 학벌없는사회모임 하재근과 스포츠조선 기자 김천홍 네 사람 모두 동의하고 인정한 부분이다. 그러니 스토리의 개연성을 지적하는 진중권을 대상으로 개념없느니, 스토리가 뭐 어쨌는데 하는 비난 혹은 반론은 그다지 효과가 없어 보인다.
어제 진중권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어쩌고 한 말은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걸 모르고라도 개연성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모두 알고 있다. 스토리의 개연성은, 하나의 사건에서 다음 사건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끄덕 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인데, 원인과 결과 관계라고 보면 무리가 없지 싶다. 솔직히 화려한 영상에 비해서 스토리의 개연성이 너무나 부실했다. 하나의 사건 뒤에 나올 또다른 하나의 사건 사이에는 분명 다른 사건이 존재해야하지만, 그것이 빠져있다는 느낌은 비단 나만 느낀건 아닐게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도 자주 엥?! 한 부분이 많았다. 어쩌면 이것이 문제가 된 것도, 보여지는 화면과 스토리의 괴리가 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둘 다 부실하면 악평을 해도 누구나 끄덕끄덕 할텐데 영상은 화려한데 스토리가 흘러가는 맥락이 뭔가 부실하고 하나씩 빠져있는 듯한 느낌이 크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 것일게다.
결국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화려한 영상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스토리..." 혹은 "부실한 스토리이지만 화려한 영상을 선사하는..." 영상이냐 스토리냐 어느 것을 크게 볼 것이냐에 따라서 사람들의 호평과 혹평이 갈린다. 혹평을 하는 쪽에서는 영화에서 보여지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것이 있고, 이 영화가 그걸 채우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호평하는 쪽에서는 그런건 없다,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결국 같은 것을 두고 어느 것을 더 크게 보느냐에 따라서 디까와 디빠로 나뉜다. 물론 다른 면에서도 디까와 디빠로 나뉘기도 한다. 애국심 마케팅이니 인간극장 코드에 호소했다느니 하면서 지적할 수도 있는데, 지적으로 끝나지 않고 관객들이 여기에 놀아났느니 어쩌니 하기 때문에 '놀아난(?)' 관객들은 이에 대해 발끈 하는게다. 내가 바보냐 그런거에 속아넘어가서 영화를 보게? 이렇게 되는거지. 그러다보니 점점 더 서로간의 대립각을 세울 수 밖에 없고 무차별 테러와 악플이 난무하는 요지경에 이르렀다.
애국심 마케팅과 인간극장 코드가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영화 개봉 전부터 온갖 유명한 오락프로그램에 나와서 시청자를 웃기고 자신의 인생사를 늘어놓으며 때로는 본인이 의도했건 그렇지않건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 동정심에의 호소가 아니라 유발 - 했다. '디워'가 헐리우드 영화였다면 이렇게까지 관객이 들어섰을까 싶기도 하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에서 개봉했을 때 관객이 얼마나 들어서는지가 판단의 잣대가 될 것이다. 근데 미국판은 120분짜리 라는 소리가 있던데 정말일까. 정말이라면 그리고 그 나머지 부분들이 스토리의 개연성 부족을 보완해줄 수 있다면 미국에서도 먹힐 수 있으리라 본다. 결국 이런 지적도 한국 영화가 잘됐으면 하는 바램에서 나오는 것이지, 무조건 까고 매장시키기 위해서 하지는 않을테다. 심형래 감독이 이 점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내 희망사항일 뿐이다.
* 인터넷 여기저기를 보니 어제 <100분 토론> 패널 진중권의 열등감이 폭발했느니 어쩌니 하는 글들이 많다. 그러나 평소 토론에서의 진중권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네이버에는 디워 팬카페도 있던데 여기 글들도 재밌다. 아마도 디워를 옹호하려는 이들은 - 디빠, 디까라는 말은 사용하지말자. 대립구도를 부추긴다. - 대학원생 이미지씨의 발언이 효과적이었다며, 왜 진중권은 영화 <300>에 대해서는 스토리가 단순하다고 말했음에도 괜찮게 평을 내렸고, 영화 <디워>에 대해서는 스토리가 부실하다면서 혹평을 하느냐고 묻는다. 물론 스토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앞서 본 글에서 지적했듯 스토리의 개연성 부족을 지적하고 있는게다. 영화 <300>은 하나의 사건 뒤에 오는 또다른 사건이 납득이 안되거나 머리가 갸우뚱해지는 부분은 없다. 그러나 <디워>는 그런 부분이 많다. 진중권은 그 부분에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하는거다.
* 하고픈 말이 많아지다 보니 자꾸 이런저런 주제가 나오는데, 지금의 디워현상에서 또하나 지적하고픈건 말을 할 수 있게 해달라, 는 것이다. '디워'에 대해 뭔가를 지적하고 안좋은 말을 하려고 하면 무조건 네티즌들 달려들어 무차별 테러하는 지금의 풍토에서는 영화를 재밌게 봤지만 뭔가 아쉽다고 말하는 것 조차도 말하기 무섭다. 난 <디워> 재밌게 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솔직하게 지적한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디빠와 디까의 이분법적 대립구도로 바라보며 '디워'에 대해 뭔가 지적하는 이들은 모두 '디까'라는 범주 안에 집어넣고 까고 있는 현실은 누가봐도 아니지 않은가. 순수하게 영화를 보고 좋은 것은 좋았다고 나쁜 것은 나빴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게 왜 이리도 어렵다냐.
* 엔딩의 아리랑이 영화와 조화를 이루는가는 잘 모르겠지만, 색다르긴 했다. 다른 SF 영화들에 익숙해져인지 모르겠지만 강렬한 록비트의 엔딩으로 마무리하는게 더 잘 어울리고 깔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이런 시도를 뭐라 할 수는 없다. 음악이 어색하게 느껴지는건 어쩌면 우리의 귀가 미국 헐리우드 액션/SF에 익숙해진 탓인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심형래가 자신의 인생사의 한편을 잘라내어 주저리주저리 관객에게 편지글을 보여주는 부분은 너무 오버지 싶다. 영화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간 고생한 거 모르는거 아니나 오히려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간직하고 있을 때 사람들은 당신을 더 생각합니다. 나 좀 알아줘, 나 이렇게 고생했어, 하며 대놓고 호소하는건 오히려 영화 재밌게 잘 본 사람들 눈살 찌푸르게 만들 수도 있답니다.
* 영화 <디워>의 영향력이 대단하긴 한가보다. 밤 12시부터 장장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100분 토론>의 시청률이 엄청나게 뛰었다고 하던데. 호. 좋은거야 나쁜거야.
* 진중권의 발언은 때로는 거침없고 솔직해서 시원하기도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기분이 상할 수도 있겠다. 거친 표현법은 내용을 제거한 채 상대방에게 비수가 되어 꽂힐 수도 있고, 더 큰 분노를 유발할 수도 있다. 엉망진창이니 영구없다, 등등의 발언은 지루한 토론에 웃음을 주는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그 웃음이 비웃음일 경우에는 경우가 다르다. 수용할 만한 내용을 전달하면서도 내용을 감싸는 대화법이 본질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진중권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여기서 비롯되는 것일게다.
* 부록 (논란과 관련해 읽어볼 만한 것들은 이후에도 수집)
<디워>를 둘러싼 참을 수 없는 (이송희일)
<디워>를 둘러싼 짜증 외 다수글 (김조광수)
<디 워> 논란(씨네21, 남동철 편집장)
'디워' 100분 토론에 나타난 소통 방향에 대하여 (데일리 서프라이즈, 김석수 칼럼니스트)
하재근 평론가 "진중권씨 맞는 말, 인신공격 말아라" (마이데일리)
하재근 블로그 토론후기, "진중권씨 말이 맞는 말" (조선일보)
김천홍 기자, "'디 워' 평단이 관객 자극했다" (마이데일리)
김조광수 "'디워'는 충무로와 심형래 감독의 합작품" (조이뉴스24)
MBC 100분 토론 진중권, “<디워>에 대해 할 말을 못하는 현상” (맥스무비)
유지나 "디워, 어설픈 구석 있다는 거 인정해야" (유지나)
디워 관객만큼 논란도 폭발… 영화평론가 이유 찾기 (한국일보 좌담)
[이대현의 영화로 보는 세상] '심형래가 아는 한 명뿐인 기자'의 생각 (한국일보 이대현 기자)
[이대현의 영화로 보는 세상] '심형래가 아는 한 명뿐인 기자'의 생각 (2) (한국일보 이대현 기자)
* 빅뉴스의 변희재를 비롯 몇몇 인들의 글은 진중권 죽이기로 밖에는 안보이지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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