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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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부터, 힐링이 대세다. 이 책도 힐링의 맥락에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책의 내용은 자신의 보물을 찾아나선 양치기의 모험이라 할 수 있고, 이 글의 교훈은 '너 자신을 믿고, 내 꿈을 찾아 떠나라'정도가 될 것이다. 이 책의 실전판(?)이 한비야의 책들이며, 교훈판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 할 수 있따.

 

그럼에도 이 소설만의 특징은, '연금술사'라는 소재를 통해서, 모든 것이 불확실해지고 개인이 왜소해진 시대에 '자아의 신화'라는 확실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 소설의 표지에서도 연상되지만, 나는 읽고 나서 루카치 "소설의 이론"의 저 유명한 문장이 떠올랐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여기서 '별빛이 그 길을 밝혀 주던 시대'는 분명 근대 이전의 시대일 것이다. 중세적인 절대적 신의 말을 따를 수 있는 시대. 자신이 태어난 신분이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고민할 것이 없었다. 저 창공에서 반짝이는 별처럼, 세상은 이미 가야할 길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별들을 잃어버렸고, 그렇기에 아프다. 청춘이 100만번 흔들려야 어른이 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우리의 길을 가리키는 별이 없기에 우리는 방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설속 주인공 양치기도 자신의 꿈을 찾으려다 좌절하고 고민하다가 좋은 멘토인 연금술사를 만나 마침내 자신의 꿈을 이룬다. 즉 코엘료는 '네 마음이 제시하는 네 자아의 신화'를 따르라고 연금술사를 빌려 이야기한다.

 

연금술사란 무엇인가? 일반 금속을 금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로, 지금 입장에서는 연금술은 매우 중세적인 유사학문이지만, 연금술은 근대적인 화학과 과학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근대적 이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아이작 뉴튼 경도 연금술사였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금술'이라는 소재는 이 소설의 중세적이며 근대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신이 사라지고 개인이 절대적 위치에 선 근대라는 시대에 코엘료는 자아 자체를 새로운 신으로, 자아의 신화를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내서 흔들리는 청춘들을 위로한다. 별빛이 사라진 시대에, 코엘료는 힘주어 '네 마음을 따르라'라고 하며, 마음은 곧 신과 연결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어찌보면 퇴보적이고 중세적이지만, 개개인 자아를 따르라고 역설한다는 점에서는 근대적이다. 이렇게 뻔한 진리를 우아하게 썼기 때문에 엄청난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아닐까? 성경과 불경 등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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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를 재울 때마다, 옆에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었는데, 오늘에서야 다 읽었다. 읽고 나서, 루카치 "소설의 이론"의 저 유명한 문장이 떠오른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러나 근대는 이것이 파편난 세계라는 것인데, 코엘료는 이를 잘 포착해서 그야말로 '힐링'한다. 별을 '자아의 신화'로 바꾸면 이 소설이 된다.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이루라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중세적이며, 동시에 근대적이며, 제목이 '연금술사'라는 것도 이 중세적이며 동시에 근대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아이작 뉴튼처럼, 찬란한 근대인이면서 동시에 중세적인 ...연금술사였던 이들. 혹은, 연금술이라는 것 자체가 중세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근대 화학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처럼, 코엘료는 신이 사라진 시대에, 근대적 '자아' 그러나 그 '자아의 신화'를 역설한다.

 

 

 

 

이와 함께 요즘 심심할 때마다 뒤적이는 책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나는 누구인가'인데, 출간되었을 때 사놓고 지금에서야 본다. '나는 누구인가'를 철학, 심리학, 뇌과학의 입장에서 쓴 책인데, 코엘료를 읽고 이를 읽으면 코엘료의 연금술의 '자아'란 무엇인가를 물을 수 있다. 인문학 새내기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인문학도들은 당연히 심리학과 뇌과학을 공부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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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 대한민국 사법부를 향해 석궁을 쏘다 우리시대의 논리 12
서형 지음 / 후마니타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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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지배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보통의 시민보다 영향력이 큰 사회적 강자 집단들과 국가의 권력 집단이 법의 지배에 따르도록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보통의 시민들이 법의 지배에 따르는 것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요컨대 보통의 시민들에게 법에 순응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실증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오직 이럴 때에만 법의 지배는 공동체를 규율하는 규범이자 의무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사회적 강자와 권력 집단들이 법의 지배에 순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보통의 사람들이 법에 자발적으로 순응해야 할 근거가 약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법을 앞세운 강제' 혹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라고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법의 지배'rule of law와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닐 수 없다.-6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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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튀데모스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 6
플라톤 지음, 김주일 옮김 / 이제이북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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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낄낄거리며 플라톤을 읽었다. 학위논문을 빨리 써야겠다는 생각을 접고 딸이랑 놀면서 책이나 보기로 결심했다. 전반부는 조금은 지루할 수 있지만, 읽으면서 익숙해지면서 유머의 리듬에 빠져들게 된다.

이 책은 대화형식으로 희곡이라 할 수 있는 텍스트라서 읽으면서 당시 상황을 상상하게 된다. 이 것이 어느정도 소크라테스에 대한 기억에 바탕으로 두고 있다고 한다면, 실제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는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 앞에서 배우처럼 관중을 향해 말을 하는 것 같았을 것이다. 서로에 대해서 치열하게 논박하는 것도 있지만, 관중들을 향해 쇼를 하듯이 과장하며 연기를 했을 것이다. 소피스트가 의기양양하게 부가의문문을 사용하는 것이 일종의 연극적 포인트.

당신에게 신이 있군요. 아니면 당신은 그들이 당신의 신이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것인가요?

동의했습니다. 내가 어떤 꼴을 당하기 되길래 그러시는거죠?“

 

이런 대사 할 때의 표정들이 상상되지 않는가? 그리고 연극이 끝날 때

그때 함께 저리하던 사람들 중에서 그 말과 두 사람을 넘치게 칭찬하고 죽겠다고 웃고 박수 치며 기뻐하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네.”

여기서 포인트는 죽겠다고 웃는 관중들!

 

덧붙여서 지나가는 행인의 말

당신들에게는 그들이 어때 보였습니까? 헛소리나 하고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것에 쓸대없는 공을 들이는 사람들한테서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것 말고 뭐 다른 것이 있겠습니까?”

호쾌한 반전. 혹은 이러한 비난을 들어왔었던 플라톤의 반박을 위한 삽입.

이 텍스트는 플라톤의 󰡔국가󰡕󰡔파이돈󰡕과 같이 진지함으로 가득차 있기 보다는 유머가 넘실되고,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도 생생히 전달된다. 무엇보다 그 감정은 빡침이다. 예를 들어 다음 장면

 

자네는 개가 있는가? , 아주 몹쓸 것이기도 하지요. 그러면 그것은 새끼들이 있는가? 그것도 아주 각양각색이지요. 그러면 그 개가 그것들의 아버지이지 않는가? 그것이 암캐를 올라타는 것을 바로 내가 봤답니다. 그렇다면 어떤가? 그 개는 자네에게 속하지 않는가? 물론 제게 속합니다. 그러면 그것은 아버지이면서 자네에게 속하니, 그리하여 그 개가 자네에게 속하는 자네는 강아지들의 형제가 되지 않는가? 자네는 그 개를 때리는가? 당연하지요. 당신을 때릴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면 자네는 자네 자신의 아버지를 때리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렇게 지혜로운 아들들을 낳아 주신 것을 생각하면 당신들의 아버지를 때리는 것이 훨씬 정의롭겠군요.”

크테십포스와 애우튀데모스의 대화로 크테십포스는 갈수록 빡치게된다. 이영도의 소설이나 시트콤을 보는 듯한데, 이 앞에는 내 아버지는 네 아버지이다.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닌 게 아님으로 라는 논의를 해서 크테십포스는 점점 빡치기 시작하다가, 마침내는 당신을 때릴 수는 없으니까요.”당신들의 아버지를 때리는 것이 훨씬 정의롭겠군요.”와 같은 대사를 날리기 시작한다.

 

두번째 빡침으로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당신은 장인들 각자에게 적합한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일단 대장일을 하기에 누가 적합한지 아십니까? 알죠. 대장장이죠. 도기 만들기에 적합한 사람은요? 도공이죠. 도살하고 가죽 벗기고 고기 토막을 잘게 잘라서 삶고 굽기에 적합한 사람은요? 요리사죠. 그러면 누군가가 적합한 것을 한다면, 그는 옳게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동의하긴 했습니다만 용서해 주시죠. 그럼 누군가가 요리사를 도살하고 가죽을 벗겨서 삶고 구우면 그가 적합한 것을 하는 셈이라는 것이 분명하군요. 그리고 누가 대장장이 자신을 벼리고 도공을 도기로 만든다면, 이 사람도 적합한 것들을 하는 샘이겠군요.“

 

걸작인 대목! 왜 에코가 그리스시대 "웃음"에 관한 저작이 있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엄숙한 중세인들은 이를 금서라 가정하고 이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소설을 썼는지 알겠다. 이런 텍스트들을 진지하게 수 천년동안 읽어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 웃기다. 물론 한편에서는 죽어라 웃으면서 이 텍스트들을 읽어왔던 사람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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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유의 기원
장 피에르 베르낭 지음, 김재홍 옮김 / 길(도서출판)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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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이 생활에서 비롯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명저. 그리스 철학과 그 기원과 발생을 이해하는 하나의 근본적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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