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 프랑스 만화가의 좌충우돌 평양 여행기
기 들릴 지음, 이승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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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다. 이 책은 평양에 2달간 애니메이션 감독 작업으로 머물었던 프랑스 만화가의 기록이다. 평양의 끔찍한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나의 외할머니의 친척은 아직도 이북에 사신다. 그럼에도, 나는 북한문제나 통일에 관해서는 무관심했다. 무관심했다기 보다는, 북한을 '타국'으로 규정하고 타국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인접 이웃국가로서 잠재적 분란대상으로 관리의 대상으로만 인식했다. 우리가 소말리아의 국민들이 굶어죽어갈 때 마음은 아프지만, 그렇다고 우리 삶의 우선 순위는 아니라고 하는 듯이, 그렇게 북한을 인식했다.

그런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어졌다. 정말 북한은 '완전한' 타국일까?

한국말(조선말)을 하는 북한 주민들, 같은 식민지 경험의 역사를 반추하고, '단군'의 겨레라고 믿는 사람들. 정말 사소한 우연으로 나는 남한에서 태어나고 그들은 이북에서 태어났다. 만약 내가 북한에 태어났다면?!!!!

우수한 '단일민족'이기에 장애인도 없다고 하고, 김일성-김정일이 위대한 지도자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스톡홀롬 신드롬처럼, 거듭 말하다 보니 어쩌면 믿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내가 그 속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호흡이 답답해진다.

그렇지만, 어쩔 것인가. 북침이 답이 아닌 것은 명확하다. 경제적 협력을 확대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수 밖에... 마침 아내가 연구하려는 것이 이것인데, 부디 조그마한 성과와 인식이라도 가져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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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 2014-03-11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 너무 읽어보고 싶은데 혹시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정보 부탁드립니다!!

기인 2014-03-19 03:18   좋아요 0 | URL
아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봤습니다 ^^;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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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엄기호 선생이 가르친 문화이론 수업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의 글과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들이 교차되어 제시된다. 나도 대학에서 가르치는(쳤던)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내용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대학이라는 교실이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게 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사유하게 한다면 학생들은 놀라운 능력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는 내 수업 때도 늘 확인했던 바였다. KAIST, 서울시립대, 한국방송통신대학이라는 전혀 다른 세 곳에서 강의를 해봤는데, 모두 스스로 사유하도록 하는 것이 내 목표였다. 나는 늘 대학이란 '비판적 지식인' 육성이 목표인 곳이라고 수업을 시작한다. 뻔한 말이고, 어쩌면 공허한 말로 들릴 수도 있으나, 비판적 지식인이란 스스로의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표현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본질이다. 지식의 전달은 책을 보고 습득하면 된다. 우리가 귀한 시간을 들여 이렇게 한 곳에 모인 것은 다르게 활용되어야 한다. 서로 대화하고 비판하고 배우는 것.

이것과 내가 가르쳤던 '시'의 이해나 비판적 글쓰기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시를 중고등학교의 정답을 외우는 식이 아니라, 시를 같이 생각해보는 것을 목표로 해서, 우리는 최남선에서부터 시작해서 문태준까지 읽는다. 그러면서 나는 많이 배웠다. 아, 그렇게도 이 시를 읽을 수 있구나. 이 시가 이런 지점에서 감동적이구나. 등등.. 학생들을 이 시의 화자가 어떤 사람인지, 이 은유는 왜 재미있는지에 대해서 열성적으로 토론해서 늘 나를 놀라게 했었다. 많은 대학의 수업들이 이렇게 변화되기를, 이 책을 계기로 다시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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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양장본)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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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독재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러한 의문은 일단 국내적으로, 박정희 국외적으로 리콴유 혹은 더 나아가 카이사르 등을 떠올리게 될 지 모른다. 사람에 따라서 이들의 성과는 다르게 받아들일 터이지만.

 

하지만 오히려, 오늘날 같은 자본주의 시대에 가장 상징적인 성공한 독재자는 바로 기업들의 CEO이고 그 중에서도, 바로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물이다. 오늘날 민주주의라는 시스템 속에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라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사람들은 이제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중심'과 이의 외피로서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존재한다. 적어도 2013년 한국의 상황은 그렇게 보인다.

 

이러한 때, 잡스의 전기는 그의 신화적인 성공을 그의 비젼과 그의 독재적 스타일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이를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잡스는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밀어붙이고, 남들의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면 이를 자기의 아이디어라고 우기고, 욕을 하고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고, 이기적이다. 그러나 사람들을 그를 칭송하고, 애플이 세상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하다. 잡스가 없었다면, 애플이 가능했을까?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가 가져다 준 혁명. 픽사의 영화들. 이의 바탕에는 잡스의 비전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잡스의 전기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편향성이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철학과 비젼이 독재적인 방식으로 기업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 조직에서 의사결정방식, 민주주의와 철인통치 등의 전통적인 주제를 던진다.

 

어쩌면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대로써의 역사는 허구일지도 모르고, 점점 '스마트'한 독재자들-엘리트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가는 역사를 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날 기업들이 정치에 미치는 절대적 영향력을 생각해본다면, 기업들의 CEO가 이렇게 독재적이며 동시에 성공했고 또 대중들의 칭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지금-여기'에서의 민주주의란 무엇인지를 묻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물론 이는 박근혜의 당선과도 무관하지 않는 주제이다.)

 

그리고 이는 오래된 물음인 '철인'이 통치하는 사회와 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라는 이분법을 불러일으킨다. 오늘날 성공한 기업의 CEO만큼 '철인'이라고 칭송되는 인물은 드물다. 특히 스티브 잡스는 그러하다.

 

우리는 역사책을 수정해야 될지도 모른다. 역사는 자유와 민주주의 확대가 아니라, 늘 민중과 엘리트들 사이의 알력이었다. 엘리트와 '다중' '대중지성'과의 알력의 역사. 그리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지식인들이 상찬했던 '촛불'과 '다중'과 '대중지성' 담론은 어느새 쏙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와 같은 '글로벌 리더'라는 담론이 횡행한다.

 

역사는 정말 '쪽수'일까? 아니면 엘리트들은 그렇게 사람들이 믿었으면 하는 것일까.

 

지금-여기에서 민주주의를 묻는데, 기업이라는 요소가 핵심적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스티브 잡스를 통해 과연 성공한 독재자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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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에 읽은 인문교양서는 여러모로 감동적이었다.

일단 첫째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뇌과학, 심리학, 철학을 혼용하며 푼다. 오늘날의 인문학이란 것은 당연히, 당대 과학의 성과들을 반영해야만 한다. 특히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은 뇌과학이나 심리학의 도움없이 단지 '철학사'적인 연구로만 푼다면 이는 오늘날의 질문에 대한 '철학적' 대답이 아니라 철학사적 정리일 뿐이다. 당대 최고의 철학자들이 당대의 과학들과 대화하면서 글을 썼듯이 (라이프니츠, 칸트, 다산 등), 오늘날의 인문서도 그래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 책.

 

 

 

 

 

 

그 다음에는 그렇게도 한국에서 유명세를 떨쳤던 센달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아직 번역본을 보지는 못했지만, 원작이 쉽게 쓰여진 만큼 번역도 괜찮을 것이라 믿어본다. 이것도 '정의란 무엇인가'를 정의에 대한 철학사적 주석이 아니라, 지금-여기(미국)에 일어난 일들을 중심으로 해서 과연 이러이러한 상황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예를 들면 카타리나 폭풍의 이재민들을 상대로 엄청난 액수로 바가지를 씌우는 판매업자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테러리스트를 고문해서 설치한 폭탄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은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 무인도에 표류했을 때 3명이 살기 위해서 1명을 살해해서 먹은 사건(실제로 최근에 영국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한다.)은 정당화 될 수 있는가. 등등 '정의'라는 것이 단지 추상적으로 철학사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 어떤 관점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물으면서 칸트, 벤담, 밀, 롤즈 등의 논의를 자연스럽게 끌어온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의 의미에서의 철학이 아닌가.

 

이 두책이, 오늘날 진정한 의미의 인문교양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플라톤, 칸트, 마하 등의 생각을 오늘날의 인지심리학, 생물학, 뇌과학 등에 융합하여 사유하는 것. 또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지금-여기의 논란이 되는 사건을 통해서 물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정의에 대한 철학적 사유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한다.

한국의 학자들도, 이 '지금-여기'를 통해 이런 물음을 충분히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쌍용차 사태, 삼성 백혈병, 원전사태에 대한 인문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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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 살아있는 동안 꼭 생각해야 할 34가지 질문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백종유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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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철학, 심리학, 뇌과학을 통해 제시한다. 좋은 철학 개설서로도 읽을 수 있다. 21세기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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