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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상징주의 - 문학의 기본 개념 12 ㅣ 문학의 기본 개념 12
김경란 지음 / 연세대학교출판부 / 2005년 11월
평점 :
44. 김경란, 프랑스 상징주의,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5.
말라르메 전공자로서 국내에서 말라르메 박사 후, 프랑스에서 말라르메로 다시 박사를 하신 김경란 선생님의 간결한 프랑스 상징주의 입문서. 프랑스 상징주의, 특히 시를 중심으로 보들레르, 베를렌, 랭보, 말라르메, 발레리의 시를 예시로 하여 프랑스 상징주의의 정신, 미학, 언어, 그리고 그 역사적 전개를 다룬다.
프랑스 상징주의는 보불전쟁(1870)의 패배, 사회주의, 실증주의에 대한 환멸 등을 사회적 배경으로 한다. 비관적인 현실 속에서, 현실이 아닌 초월적 세계를 지향하였다. 앞선 예술적 사조로서는 고답파와 자연주의의 유물론적 태도에 대한 반발로, 정신주의적이고 관념적인 지향을 지닌다. 낭만주의가 개인의 자아를 절대시하고 천재와 영감을 중시했다면, 상징주의는 개인적 자아를 초월하고자 하고 언어의 치밀한 조탁을 추구했다. 현실의 세밀한 관찰로 시작해서 초월적인 관념을 상징을 매개로 재현하고자 했다.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교감, 암시, 음악(뉘앙스)를 통해서 구축하려고 했다. 과학이 아닌 직관, 어떠한 신비로 ‘미지’에 가 닿으려고 했다. 이를 위해 보들레르는 공감각적 교감을 랭보는 ‘감각의 논리적인 착란’을 베를렌은 음악을 통해 모호한 ‘뉘앙스’의 추구를 했다. 이는 모두 기존의 굳어져있는 감각을 초월하여 새로운 인식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론이었다. (동북아에서 아편과 술을 통해 했던 것. 초현실주의가 꿈과 자동기술법으로 전개했던 것) 이는 기존의 ‘나’라는 자아의 경계를 벗어나서 ‘나는 타자’(랭보) 또는 ‘탈인성화/비인칭’(말라르메)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했다.
이러한 상징주의의 근저에는 플라톤적인 관념론이 있다. 현실의 세계는 거짓이고, 이 뒤에 본질이 있다는 것. 하지만 이 현실은 이 본질로 가닿게 해주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이 현실을 시인은 상징으로 파악하며, 그 뒤의 어떠한 본질을 암시하는 것으로 재현한다. 그런데 이러한 본질은 기존의 굳어진 감각으로는 파악할 수 없고, 기존의 언어로는 전달할 수 없다. 따라서 감각과 언어의 정화가 요구되었던 것이다. 본질을 추구하지만, 이것이 현실을 통해서만 가 닿을 수 있다는 태도, 때문에 새로운 감각과 언어를 재련하려 했다는 것.
플라톤의 ‘동굴의 우화’에서처럼, 그림자가 아닌 태양 아래 실재들을 보고 온 사람은, 그림자만 보고 있는 이들에게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시인들은 자신들의 신비스러운 체험이, 그 직관이 ‘본질’이라 믿었고, 그 본질은 상징을 통해 암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김기봉, 프랑스 상징주의와 시인들, 소나무, 2000을 읽을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