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나벨 최후의 자손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최욱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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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최욱, "슈나벨 최후의 자손", 나무옆의자, 2014.

 

주말에는 최근 동네에 신설된 도서관에 다녀와서 손에 잡히는 데로 책을 빌려서 읽는다. 세계문학상 9회 우수상이라는데, 기본적인 문장이나 스토리 전개가 어설프다. 그래도 좀비라는 소재, 간간히 보이는 이미지들과, 모호한 플롯이 흥미로워서 끝까지 읽었다.

 

슈나벨이라는 것은 페스트를 고치는 의사 집단이었는데, 까마귀 모양 가면을 썼다고 한다. 페스트를 고치는 의사이면서 동시에 역병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이중성과 가면을 쓴 신비스러운 존재라는 이미지를 이 소설에서 핵심적으로 도입한다. 페스트 대신 좀비를 만드는 역병을 소재로 한다. 늘 좀비라는 소재는 좌좀이나 파시즘을 떠올리게 한다. 생각없는 비인간적 존재들. 이 존재들은 다른 사람들을 전염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 존재로, 무리지어서 건물을 파괴하고 인간들을 습격한다. 이 소설 속에서는 정부와 거대기업을 향해 데모를 하는 군중들과 좀비 집단을 겹쳐놓는다.

 

소설 이야기는 여러겹으로 복잡하다. 좀비역병이 해결30년쯤 후의 미래도시를 배경으로 해서, ‘3류 가십지의 기자이며 친구인 3류 소설가를 취재한다. 3류 소설가는 거대기업과 정부가 합작으로 대규모 재개발을 실행하려는 구도심에 살고 있어서, 조금 후에는 여기서 쫓겨날 신세이다. 이들은 어떻게 그 거대기업이 사업권을 따내게 되었는지 의심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소설가는 그 배후에 30년 전의 좀비 역병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음을 고백한다. 이후의 액자 안 스토리는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30년 전 좀비 역병을 치료하려다가 오히려 좀비들이 사유하게끔 만들어 반인간 반좀비로 만들었던, 즉 슈나벨의 이중성을 지녔던 G라는 인물의 아들이 C이고, 이 사람이 현재 구도심을 철거하려는 거대기업의 수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C라는 인물은 G라는 인물과 좀비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이라서 몸의 절반은 좀비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B급 좀비소설인데, B급 좀비소설 맞다. 여하튼, 마지막에는 이 거대기업에 데모하는 인물 속으로 C라는 기업 회장이 투신자살한다는 것으로 끝난다. 이는 G라는 인물이 좀비 떼에게 잡혀서 죽음을 당하는 30년전과 겹친다.

 

어찌보면 매우 일베스러운 상상력이기도 한데, 작가는 뚜렷하게 데모=좀비=악으로 도식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이란 무엇일까의 문제, 재개발의 문제 등을 어렴풋이 제기하며 80년대 광주나 용산 재개발 등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작가의 말에서 분명히 밝혔듯이 작가는 어떤 알레고리로 좀비물을 쓴 것은 아니고, 좀비에 대한 강렬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정처없이 글을 썼다고 고백한다. 물론 좀비라는 소재는 늘 어떠한 상징성이 있다는 말을 첨언하면서.... 오히려 그러한 상징성을 더 밀고 가서, 알레고리적으로 서술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지금은 어렴풋하게 이것저것 짬뽕한 애매모호함 속에서 재미있는 이미지들만이 점점이 놓여있는 잡탕같은 느낌이다.

 

또 이 소설에서 액자 밖 서술자는 그 이야기를 들은 소설가에게 이야기를 듣는 기자로 설정되는데, 굳이 이렇게 액자 속 액자 속 액자를 취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더 이야기가 모호해진다. 이는 소설 속 핵심적 장치 중 하나인 시계의 형식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그 시계도 3중의 장치를 지니고 있다. 소설 속 슈나벨은 시계공 출신인데, 아마 소설가 자신도 스스로를 이러한 시계공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소설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소설은 액자형식을 도입해서, 신뢰할 수 없는 서술자와 이 서술자에 반하는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추리를 하게 한다. 독자는 끝내 이 소설 속 핵심 인물들의 관계를 명확하게는 알 수 없다. 이 또한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마지막에 나름 반전을 기획한 것 같은데, 그 반전이 충격적이지는 않고, 중간의 모호한 플롯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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