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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좌파와 우파 ㅣ 살림지식총서 1
이주영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평점 :
이 책에 대해서 나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분들의 리뷰가 있음으로 소략하게 내가 파악한 책의 이상한 점을 적어보려고 한다.
1. 책의 의도와 내용의 불일치. (이는 데이드림님도 지적하신 것.)
이 책은 '미국의 우파가 내세워 온 개인주의, 자유방임주의, 청교도주의, 실용주의의 가치관에 토대를 둔 생활방식은 부국강병에 필요한 내용이라고 판단하여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책날개)는 목표를 언표하고 시작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우파에 관한 내용은 '신우파, 극우파'에 대한 것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신우파, 극우파는 인종차별주의자이며 극단주의자들이다. 네오나치즘과도 연결된다고 저자가 말하고 있다. 이런 서술 후에 결론에서는
앞으로 미국이 오늘날과 같은 국력과 국가적 위신을 얼마나 누릴 수 있는가는 애국심과 종교를 강조하는 보수-우파 세력이 얼마나 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미국 사회를 근면하고 정력적이고 창조적으로 만드는 국민 정신은 보수-우파가 내세우는 개인주의-청교도주의의 전통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90)
라고 하고 끝난다. 그렇다면 이 '보수-우파'가 도대체 무엇인지를 책에서 서술했어야 되지 않는가? 책에 나오는 내용은 일부 백인 꼴통들의 행적뿐이다. 독자가 이를 읽으면서 이러한 백인 꼴통이 미국 사회의 대다수이거나 미국 사회 백인들의 주류적 사고방식이라고 착각하게끔 서술이 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이런 '보수-우파'를 본받자니...
2. 주체의 불명료함. 저자의 생각인지, '그들'의 생각인지가 모호함.
다음과 같은 대목을 보자. 이런 주체 또는 주어의 불명료함은 읽는 이로 하여금 어리둥절하게 한다.
신우파 대중이 가장 분개했던 것은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진보-좌파 엘리트에 의해 미국인의 생활방식이 바꿔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미국이 진보-좌파 엘리트에 의해 정부가 빈민을 먹여 살려야 하는 복지국가로 바뀌었음을 의미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이 범죄자를 너그럽게 보게 되는 관용적인 사회로 바뀌었음을 의미하였다.
바꾸어 말하면, 이것은 미국이 중산게급과 청교도의 나라로부터 빈민과 범죄자의 나라로 타락하고 있음을 의미하였다. (31면)
이 부분을 있는 그대로 읽으면, 미국이 복지국가화 되는 것이 '빈민과 범죄자의 나라로 타락'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주체는 바로 지은이이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여기서 주어는 '신우파 대중'일까? 이런 불명료한 주어들이 계속 튀어나온다.
3. 편역의 가능성?
위 1, 2번의 대목도 그렇고, 다음과 같은 대목은 이 책이 미국의 어떤 책, 예를 들면 '신우파와 극우파: 극단주의자들의 모헙과 좌절' 같은 책을 (내가 지어낸 것이다) 편역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다음을 보자.
그리츠는 1992년에 아이다호 루비릿지의 산 꼭대기에 사는 생종주의자 랜돌 위버 가족 포위 사건에 개입함으로써 '기독교 애국자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되었다. 루비릿지가 연방 기관원들에 의해 살해되자, 그리츠는 기성 세계를 떠나 '천국 가까이(Almost Heaven)'라는 이름의 공동체를 만들었다. (73)
여기서 '루비릿지'라는 것은 지명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 부분 앞에 이 '루비릿지'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없다) 그런데 이 '루비릿지'가 연방 기관원들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은유적 표현일까? 알 수 없다.
책의 의도와 실제 내용의 불일치. 주어의 불명료. 편역의 의심이 갈 정도로 이상한 서술들.
그럼에도 이 책에 별 2개를 주는 이유는, 미국의 '극우파, 신우파'라는 별로 관심의 대상이 아니고 별반 지식도 없던 존재들에 대해서 흥미진진한 서술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 미국의 보수화의 원인을 나름 역사적 배경 하에 구성해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 미국의 중하층 백인 농장주들의 마인드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