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서경식 지음, 김혜신 옮김 / 돌베개 / 2006년 1월
구판절판


나는 근대 국민국가의 틀로부터 내던져진 디아스포라야말로 '근대 이후'를 살아갈 인간의 존재형식이 앞서 구현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더 곤란한 길을 거쳐야만 할 것인가.-6쪽

디아스포라에게 '조국'은 향수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조국'이란 국경에 둘러싸인 영역이 아니다. '혈통'과 '문화'의 연속성이라는 관념으로 굳어버린 공동체가 아니다. 그것은 식민지배와 인종차별이 강요하는 모든 부조리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곳을 의미한다. 우리 디아스포라들은 근대 국민국가를 넘어선 저편에서 '진정한 조국'을 찾고 있는 것이다.-7쪽

디아스포라들은 이주한 땅에서도 언제나 '이방인'이며 소수자다. 다수자는 대부분 '조상 대대로 전해내려온 토지 언어 문화를 공유하는 공동체'라는 견고한 관념에 안주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 안에 있는 한 다수자들에게는 소수자의 진정한 모습은 보이지 않으며 그 진정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고정되고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대상도 그것을 보는 편이 불안정하게 움직일 때는 달리 보인다. 다수자들이 고정되고 안정적이라고 믿는 사물이나 관념이 실제로는 유동적이며 불안정한 것이라는 사실이, 소수자의 눈에는 보인다. 이 글은 '나'라는 한 사람의 디아스포라가 런던, 잘츠부르크, 카셀Kassel, 광주 등을 여행하면서, 각각의 장소에서 접한 사회적 양상과 예술작품을 테마로 현대의 디아스포라적 삶의 유래와 의의를 탐색하려 한 시도다. 디아스포라라는 존재의 모습이 근대 특유의 역사적 소산이라고 한다면, 이 시도는 디아스포라의 시선으로 '근대'를 다시 보는 것, 그리고 '근대 이후' 인간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이기도 하다.-14-15쪽

소수의 입장에 서는 것. 내가 아는 유일한, 정의에 가까울 수 있는 방법이다.
학교에도 재일조선인 분이 계신데, 금요일날 뵙고 이야기도 많이 할 것 같다.
너무 무관심했다. 식민지를 공부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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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1 -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한비야 지음 / 금토 / 1996년 6월
평점 :
절판


한비야. 이제 상징이 된지 오래다. 자유, 용기, 헌신, 당당함, 모험, 국제기구. 많은 십대, 이십대들이 닮고 싶은 사람으로 한비야를 뽑았고, 그녀가 글을 쓰면 곧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러한 한비야의 첫번째 책. 거기서 그녀는 무모하게 보이는 도전을 시작한 배낭여행족이었으며, 글도 여성잡지에 실리는 기행문 비슷할 뿐이다. 실제로 그녀는 여성잡지에 연재를 하면서 어느정도 여행경비에 보탤 수 있었다. '호모', '동성연애자'라는 용어가 불편하게 다가왔고, 성에 대한 이야기가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지점도 분명있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녀가, 이 여행을 통해서 단순히 베스트셀러 '여행작가'로만 남은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삶을 변화시켰다는 것을 안다. 그녀는 이 책의 중간에서 난민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이쪽 일을 해보고 싶다고 잠시 적어놓았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다.

여행이 단지, '관광'이 아니라,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 정도가 아니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이를 통해 '나'를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라 할 때, 한비야는 진정 여행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잘 들어보지도 못했던 나라들, 그 나라에서도 시골을 다니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애를 쓰고, 그 사람들과 함께 먹고, 자고, 체험한 그녀. 그러한 체험을 결심하고 실행한 것도 용감하지만, 그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나'를 변화시키는 것은 더욱 과감한 결단이었다.

멋진 비야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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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80 2007-02-11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비야에게 사람들은 전혜린의 자유와 기질적 방황 의식, 김혜자의 꽃과 선행 등을 종합적으로 투사하는 모양입니다. 종합선물세트인데 안 사들고 배기겠습니까? ㅋ

기인 2007-02-1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ㅎ 한비야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제가 당비랑 유네스코 지원금 내고, 나는 이제 내 이익 추구해도 괜찮아라고 위안해버리는 심리적 메카니즘이랑 닿아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한비야를 사고 읽음으로서 한비야의 용기와 행동을 '대리체험'함으로서 마치 자기가 체험한 것처럼, 윤리적 부채의식을 덜 수 있는 것. 지젝의 어떤 글에서인가 읽었던 것 같은데; ㅎ

프레이야 2007-02-11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리적 부채의식뿐만 아니라 그녀의 자유로운 의식과 행동에 대한 대리만족,
전 그 두가지 모두로 그녀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가 그녀를 만난 첫책도
이것이었네요.^^

기인 2007-02-11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넹~^^ 닮고 싶은 사람이에요. 비야 누님 ^^

2007-02-11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인 2007-02-1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ㅇ님/ 아니 그럴수가! 그럼 큰 뉴스인데요. 까발려야겠죠. 한비야면 지금까지의 뉴스들과도 또 다른 파급력일 것입니다. 그럼 이제 정말 전반적인 반성이 일어나야 하는 일로 여겨집니다. 아직 증거를 제가 모르니, 무죄추정이지만. 설마요;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장을 다듬는 수준이 아닌 '대필'이라면!!! 그러면 한비야의 많은 부분이 부정될 것 같습니다.

드팀전 2007-02-1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비야씨 한 번 만난적이 있었는데..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지요.책은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아서 읽지 않았습니다만...
한동안 심리적 외상으로 인해 몸이 상당히 않좋으시다고 하더니 이젠 괜찮아졌나 모르겠네요.

나비80 2007-02-11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지젝이 이렇게 말했죠. 아프리카의 난민을 위해 구호금을 내는 사람은 이미 그들과 자신을 다르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이죠. 그렇게 거창한 이유때문만은 아니지만 한비야의 책에는 이상하게도 손이 가질 않습니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후배가 한 권 집어다 놓고 갔는데도 말이죠.

기인 2007-02-12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그 외상이 '대필'관련은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소이부답님/ 넹~ 그 다름에 대한 인식말고 실제 활동을 안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것이 있던 것 같던데요 ^^; ㅋ 저는 지젝 5년전에 읽고 안 읽었습니다. ㅡ.ㅡ; 사실 유네스코에 기부금을 내는 이유는 아프리카인들과 제가 다 같은 '인류'라는 인식에 입각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절대 말할 수 없지만, 하루하루 죽어가는 친구들이 한달 돈 만원이면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것에도 동참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드팀전 2007-02-13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리적 외상이란 게 그거라던데요.해외 구호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은 그 곳 주민들과 심리적 애착 관계를 갖게되는데..그들이 폭격이나 기아등으로 비참하게 죽는 장면을 자주 볼 수 밖에 없게된다고 합니다.자원봉사자들에게도 그 죽음이 심리적 외상으로 다가오는 것이죠.아주 비참한 광경일 테니...그래서 유엔같은 기관에서는 해외자원봉사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심리상담을 권장하고 있다고 하더군요.한비야씨의 과도한 열정은 그런 과정조차 무시하고 여기저기를 뛰게 만들었다고 하네요...그결과가 낳은 심리적 외상이 실어증이나 신경계의 장애 같은 형태로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기인 2007-02-1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참.. 역시 '개인'이라는 것, 독립된 자아라는 것은 환상인 것 같아요.

ㅇㅇ 2008-12-19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비야와 월드비전의 실체가 속속 발혀지는것 같네요. 씁쓸합니다.
http://afterdan.kr/35
http://afterdan.kr/40

대필은 또 무슨 소린지 자세히 알고싶네요.
 
프란츠 카프카 살림지식총서 52
편영수 지음 / 살림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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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지식총서는 여러분야의 항목에 대해 교양적 지식, 또는 입문적 지식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주머니에 쏙 들어갈만한 이렇게 작고 얇은 책이 어떠한 항목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만족할만한 독서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항목이 적절히 선택되어야 하고, 선택 후에는 이러한 총서에 알맞은 구성으로 쓰여져야 한다.

그런데, 이 '프란츠 카프카'는 그렇지 않다. 저자가 카프카에 대해 쓴 책이 많고, 석사와 박사 모두 서울대학교 독문과에서 카프카에 대한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그러니 한편으로는 카프카에 대해서 쓴다는 것이 저자에게는 지루한 '반복'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카프카에 대해 자신이 대중에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지루한 반복'의 일환으로 이 책이 나온 것 같다는 점이다. 저자는 다른 여러 곳에서 여러 분량과 목적으로 쓴 글을 새롭게 편집해서 이 책을 낸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이 책은 카프카라는 사람의 삶과 함께 문학을 조명하는 형태를 취한다. 어찌보면 이는 당연하고 정석적인 접근이다. 그런데 문학을 설명하는데 있어 그의 모든 작품을 줄거리 소개일망정 다 다루고 있다. 이것이 300페이지 넘어가는 '일반 책'이라면 이해된다. 예를 들어 그의 다른 책인 '카프카 문학의 이해'에서는 이렇게 서술될 수 있고, 카프카 전문가로서 그의 전작을 다루고 싶은 마음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 의의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100페이지도 안되고, 작은 책에 이를 다 다루다보니 대부분의 분량은 독자가 읽지도 않았을 단편들을 2~3줄로 요약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책이 소통에의 노력이라면, 그 소통은 해당 독자나 그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맥락이 중요하다. 이 책의 목적과 존재에 대해 더 생각하고 카프카에 대해서 이해할만하게, 소개할만하게 책을 '새롭게' 쓰는 노력이 아쉽다.

살림에서는 물론 해당 분야의 권위자도 좋지만, 해당 분야에 대해 대중과 소통하기를 열망하는 '젊은 전문가'를 찾는 것이 이 시리즈 목적에 부합하는 책을 내는 데 더 알맞은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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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수녀의 유럽 미술 산책
웬디 베케트 지음, 김현우 옮김, 이주헌 감수 / 예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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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나 미술사나 미학의 전문가도 아닌, 이 웬디 수녀. 그녀는 어떻게 BBC에 유럽미술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맡게 될 정도로 유명하게 되었을까? 일반인(?)들에게 친숙하게 어려운 개념이 없이도 충분히 미술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서?

어쨌든, 나한테는 너무 일반론적인 감상들만 늘어놓는 것으로 보였다. 책의 제목이나 기획 자체가 '유럽 미술 산책'이라서 정말 '산책'만 하다 마는 느낌인데, 세계에는 유럽 미술과 나머지로 나뉜다는 듯, 또는 세계 미술이 곧 '유럽 미술'이라는 식의 전제들이 마음에 거슬렸다.

책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보다는 웬디 수녀의 심미안으로 뽑은 작품들이 소개되어 그럭저럭 신선했다는 것. 그런데, '감상'이 신선해야지 말이지.

누구에게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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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을 가진 하나님 : 성서로 보는 미국 노예제 살림지식총서 4
김형인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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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총서를 애인과 읽어나가고 있다. 일요일마다 하는 살림총서 읽기. 외교관이 될 애인과, 문학도인 나로서는 다양한 지식들을 읽기 쉽게 풀어 낸 (혹은 그런 의도로 편집 기획된) 이 살림 총서의 전방위성이 반가워서 였다.

지금 미국편 10권 중 4권 읽었는데,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정욱식 선생이 쓴 "MD 미사일 방어체제" 밖에 없었다. 이 책을 포함한 1,2 권은 생각할 꺼리는 던져 주었지만, 이렇게 100페이지 안팍의 슬림하고 작은 책의 목표를 잘못 설정하고 있는 듯 하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FTA반대숨은아이님의 서평에 동의-동감한다.)

노예제도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하고, 이러한 노예제도와 기독교 각 파들이 어떻게 성서를 나름의 방식으로 전유해서 논쟁했는지에 대한 역사는 흥미롭다. 실제로 저자의 전공분야와 관심분야와도 일치하는 것이니만큼, 보다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을 풀어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것은 원, 건드리다 만 셈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살림지식총서'는 원래 건드리다 말아~ 라고 할 수도 없는게, 정욱식 선생의 책처럼 제한된 주제를 가지고 설득력있게 풀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정말 '성서로 보는 미국 노예제'를 알려줘야지, 미국사나 미국 사회에 대한 관점으로 절반 정도의 책 분량을 '허비'하는 것은 정말 아니올시다 이다. 선택과 집중. 이러한 시리즈 도서에 필수적인 덕목일 터이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미국 예외주의나, 미국의 배척받은 종교인들이 망명해서 이루어낸 사회라는 '신화'가 어떻게 작동되어 노예와 기독교라는 소재를 논란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기획인 것만은 사실이다. 저자 약력 소개를 보면 미국에서 '노예제도'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수료했다고 나오는데, 그럼 아직 학위를 받지 않고 준비 중인지 궁금하다. 현재까지 나온 저자의 다른 책을 검색해봐도 살림총서 두권과 편저나 역서 외에는 없어서 아직 박사학위를 쓰고 있는 중인지, 그럼 이 '노예제도'에 대해서 더 치밀한 글을 기대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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